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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하우스

리슈건축사사무소

이인희
사진
김용순
자료제공
리슈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지그재그의 기교와 여백​

 

접이식 나무 자가 널리 사용된 적이 있다. 노란 바탕칠 위에 눈금을 그린 여러 개의 막대자를 핀으로 연결한 것인데, 모두 펼치면 2m 길이의 자가 되도록 고안된 지그재그 장치였다. 접으면 작은 막대에 불과하지만 펼쳤을 때의 길이를 품고 있어 다양한 용도로 재미있게 사용한 기억이 난다. 건축에서의 지그재그는 공간의 형식에 변화를 주고 연결 관계에 활력을 준다. 양방향으로 번갈아가며, 기울어진 각도에 따라 틈이 벌어진다. 이는 공간의 유연함을 확보하면서 건물을 점차 후퇴시키고 주변과의 관계를 맺는 효과를 낸다. 또한 매스와 매스의 사이를 벌리면서 차이를 낳고 공간의 관계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보여준다. 위상학적으로 본다면 데카르트 좌표의 고정된 지점 위에 포개어진 동일좌표상의 요소를 순서대로 해체하고 관계를 지연시켜 매끄러운 공간으로 나아가는 형식이다.

도구적 의미와 건축적 의미의 지그재그를 비교해본다면 그 쓰임새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도구적 의미에서 지그재그는 선의 길이를 연장하고 면의 점유를 확장하는 2차원적 유용성이 있다. 반면 건축적 의미의 지그재그는 주변 맥락에 따라서 무한하고 역동적인 공간 구조를 생산하는 수단이 된다. 이처럼 건축에서의 지그재그는 공간의 간격을 늘이면서 변화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쓰임새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지그재그 공간구성의 건축적 사례로 프로둑토라(PRODUCTORA)가 설계한 카사 디아즈(2011)가 있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450m2 면적의 현대주택으로, 발레 데 브라보 지역의 경사진 대지 위에 호수 경관을 마주보며 앉아 있다. 일정한 폭을 지닌 평행한 두 선이 반복적으로 포개지고 후퇴하는 간결한 매스 구성으로 경관을 다양하게 조망할 수 있다. 건축가는 벌어져서 생긴 여백을 휴식과 녹화를 위한 외부 공간으로 두어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매스들은 경사진 지면과 이격되어 아래층과 공간적으로 결합되거나 공중에 떠 있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알려진 작업 중에서 이처럼 순수하게 지그재그 형식으로 포개진 건축물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통영의 한적한 바닷가 땅에 들어선 지그재그 하우스는 홍만식이 설계한 다가구주택으로 입체적으로 순수하게 포개진 지그재그 형식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지형과 주변 환경이 앞서 언급한 카사 디아즈와 닮았다. 대지는 통영 서쪽의 해안가 마을 산양읍 풍화리의 작은 항에 면해 있는데, 건축물은 남쪽으로 야트막한 산과 바다 풍경이 보이는 12m 높이의 경사 지형에 지그재그로 올라앉았다. 건축주는 시내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부인과 정년을 앞둔 체육교사 남편으로, 바다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부부가 직접 거주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작은 펜션을 원했다. 건축가는 바다 풍경과 집, 일상과 탈일상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건물 1층에는 포구에 접한 강변도로 방향으로 열린 필로티 주차장과 커피숍이 있고 2층에는 손님들이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빵과 음료로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야외 수영장이 있다. 3층과 4층에는 해안과 바다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딸린 게스트룸이 있다. 건축주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은 지그재그 하우스 4층과 연결된, 가장 깊숙한 구역에 별도 주택으로 배치되었다.

1층의 매스는, 4층부터 지그재그로 번갈아 꺾이며 내려오는 백색 매스의 시각적 무게를 받아내듯이 편안하게 놓여 있다. 공간적으로 보면 1층 매스의 뒤편에 배치된 2층 카페테리아는, 수영장과 데크가 놓인 1층 옥상 공간을 향해 열려 있다. 1・2층 매스의 틈새에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놓여 양쪽 영역을 미세하게 구분한다. 이 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은 바다 경관을 향하여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개방적 장소다. 반면 우측은 2층과 3층이 지그재그로 포개지는 수직적 변화가 시작되는 영역이다. 2층 수영장과 카페테리아는 수평적인 공공 공간이며, 2층에서 우측으로 돌아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3층부터 사적 공간인 객실 영역이 시작된다. 3층 테라스는 위쪽의 지그재그로, 다시 한 번 변화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2층 카페테리아의 차양 역할을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3층 지붕 선으로 이어지며 간결한 지그재그를 완성한다.

프로둑토라의 카사 디아즈가 정직한 세 번의 꺾임으로 전체의 지그재그를 구축한 반면, 지그재그 하우스는 단 한 번의 꺾임으로 강한 이미지를 만들면서 공간의 질서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장소들을 만들어내는 기교를 보여준다. 이 지그재그의 이미지는, 모든 실에서 조망하는 경관의 방향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교차된 경관을 조망하는 듯한 착시를 유발하기도 한다.

지그재그 하우스의 어떤 곳에는 수축되고 강한 응집력이 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펼쳐지고 확장되는 흐름이 보인다. 여백에 풍경이 담기면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생겨날 가능성이 보이며 연출과 사용법에 따라 다양한 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여백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공간적 도구로서의 생애를 막 시작한 이 건물에는 아직 이러한 유연함이 배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좌우 교차의 공간적 차연에 따른 간결한 공간과 형태에 적응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진정성이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 완벽한 과정보다 지속성이 있고 유연한 적응 과정이 요구된다고 한다면, 이러한 여백과 어색함은 좋은 건축을 생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그재그 하우스는 모처럼 접한, 치장이 없는 순진한 장소와 공간을 담은 건축물이다. 공간의 교차 지연에 따른 복합성을 순수하게 읽고 사용하는 건축주의 자연스러움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오독(誤讀)에 대한 기우(杞憂)가 아니라 적응 과정의 즐거움을 기대하게 한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시설로 건물을 채우기보다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함께 쉬고 어울릴 수 있는 여가 공간을 안배한 점 또한 마음에 든다. 다만 4층 게스트룸의 테라스와 3층 건물의 옥상 사이에 애매한 경계가 보인다. 3층 옥상을 녹화하여 건축주가 거주하는 주택의 잔디밭이 거울에 투사되어 떠 있는 듯한 정원을 만들고, 이를 건너편 바다 경관과 중첩시킨다면 경계가 생겨나면서 풍경의 층위도 풍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물 내외의 형태나 공간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설계자와 고민을 공유하는 것도 건강한 적응 과정일 것이다. 음악을 하는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지그재그 하우스에서 통영국제음악제의 프린지 공연이 기획되고 연주하는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즐기고 교류하는 즐거운 상상을 펼쳐본다. 지그재그 공간에서 즐기는 재즈의 멋스러움이 연상된다.​ 

 


 


 


 


 

설계

리슈건축사사무소(홍만식)

설계담당

이상민

위치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풍화일주로 1401-37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652

건축면적

573.8

연면적

541.12

규모

지상 4층

주차

7

높이

16.18

건폐율

34.59

용적률

33.2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목구조

외부마감

스타코플렉스, 페인트

내부마감

벽지, 강마루

구조설계

바우엔 구조

기계,전기설계

코담 기술단

시공

오형석

설계기간

2016. 11. ~ 2017. 1.

시공기간

2017. 8. ~ 2018. 2.


홍만식
홍만식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후, 원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와 구간건축 건축사사무소, 에이텍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2006년 디자인과 디벨로프(Design & Develop)가 합쳐진 리슈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였다. 현재까지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소비가치로써의 공동소(共同所)찾기’에 질문을 던지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이인희
이인희는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부산대학교에서 캠퍼스아시아 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부산국제건축문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국의 동제대학교와 사회적 공간과 커뮤니티 회복탄력성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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