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숨겨진 건축에 담은 숨겨진 자연: 포옥

에스엔건축사사무소

김은진, 김상언
사진
김용순
자료제공
에스엔건축사사무소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대지는 경기도 포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고모리저수지와 국립수목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주변에는 카페가 100m마다 한 개씩 있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우리의 과제는 인근 카페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른 카페처럼 저수지를 향해 열려 있거나 숲이 울창한 산 옆의 대지를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지는 주변 대지보다 3m 정도 낮았으며, 무분별하게 들어선 식당들로 둘러싸여 인지성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대지에서 바라보는 3m 옹벽은 석축 위에 콘크리트를 무작위로 부어 만든 것이었다. 유일하게 희망적인 요소는 대지의 동쪽에 실개천이 흐르고, 그 뒤로 산이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이 뒷산에 송전탑이 우뚝 서 있고, 산 일부가 개발업자에 의해 훼손되긴 했지만 말이다.

 

 


 


 

자연의 선택적 끌어들임과 극대화

우리는 먼저 경관을 해치는 요소를 적절히 가리면서 자연 요소를 어떻게 부각할지 고민했다. 첫 번째 해결법은 카페를 들어 올려 1층에 거대한 필로티 외부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대지 내 정원은 규모가 다소 작지만, 필로티와 연계되어 널찍한 옥외쉼터가 되고, 천변으로 계단식 스탠드를 조성하여 자연 속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공간과도 연결된다. 필로티의 상부 구조물 덕에 주변 식당과 송전탑 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번째 해결법은 가벽과 연장된 슬래브를 통해 정돈되지 않은 풍경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2층의 카페는 뒷산의 풍경을 보게 했는데, 연장된 바닥 슬래브는 절토된 산의 낮은 부분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가벽은 모든 것을 가리기보다는 적당히 가리고 열어줌으로써, 뒤쪽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배경이 되는 건축을 만드는 일이었다. 콘크리트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솔직한 건축재료다. 1층의 필로티 공간은 바닥-벽-천장을 모두 노출콘크리트로 계획했는데, 덕분에 대지 내 정원과 뒷산이 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노출콘크리트에 의해 적당히 가려진 뒷산의 초록도 무미건조한 물성 사이에서 빛이 났고, 콘크리트 공간 한가운데의 중정도 더 돋보일 수 있었다. 2층의 카페도 정갈한 노출콘크리트 면을 바탕으로 산의 풍경을 담았다.

 

숨김으로 연출한 시퀀스 구성 

대지는 진입도로로 가려져 있었는데, 굳이 바깥에 모습을 더 드러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숨겨진 명소이길 원했다. 큰길에서 진입하여 좁은 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면 그제야 건물이 눈에 띈다. 두 개의 수평 띠와 그 사이를 벽돌로 채운 거대한 매스가 떠 있는 형상인데, 진입로의 식당들을 가리기 위해 다소 폐쇄적인 입면이 되었다. 그러나 곳곳의 작은 틈 사이로 빛과 조경이 보여 호기심을 유발하고자 했다. 건물에 들어오면 1층의 필로티로 진입하거나, 2층의 카페로 올라가야 한다. 1층 필로티 공간에 들어서면, 구로 철판으로 된 거대한 문이 중정의 모습을 일부 가리면서 틈 사이로 보여준다. 이 공간부터 정원까지를 ‘숨겨진 자연’이라 표현했다. 자작나무와 돌, 이끼로 구성된 중정은 빛과 그림자가 더해져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정을 마주하고 우측으로 돌면 계단식 스탠드가 위치하는데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된 휴식 공간이다. 폭이 좁은 하천은 시각 요소로는 다소 부족하지만 물이 흐르는 소리만큼은 매력적이다. 필로티 공간을 통해 건물의 후면으로 들어가면 참나무 정원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순환형 동선을 가진 산책로이자 자연 속 쉼터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면, 또다시 중정을 마주한다. 아래 레벨의 중정이 이끼와 돌이 강조되었다면, 위 레벨의 중정은 나무의 잎과 줄기로 구성된 또 다른 풍경이다. 중정을 돌아 3.2m 높이의 커다란 철문을 열고 진입하면 4m 층고의 노출콘크리트 내부 공간을 마주한다. 

 

 


 

 

 


 

떠 있는 수평 띠 

건물을 구성하는 외관은 단순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 수평 띠 사이에 벽돌을 채우고 이를 떠 있게 만들었다. 이 수평 띠는 2층 바닥면과 천장면의 연장으로 보이고자 했다. 2층 바닥은 일반적인 기둥보의 구조를 따랐지만, 2층 지붕의 구조는 역보로 계획하여 천장면이 외부로 확장되어 보이도록 했다. 두 개의 띠는 절제된 디자인의 틀과 같다. 틀 사이는 어두운 콘크리트 벽돌로 구성했는데, 다양한 쌓기 방식을 통해 그림자 패턴이 생기도록 했다. 내부에서 가려야 할 풍경을 마주하면 빗겨쌓은 상태에서 비우는 방식으로 풍경을 걸러주었다. 노출콘크리트의 거푸집은 일반 합판을 사용했다. 수평성을 강조하고자 수평 줄눈만을 남겼다. 합판(2.4m × 1.2m)은 2분의 1 분할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3분의 1로 나눠 사용함으로써 400mm 간격의 수평 띠를 만들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수평선은 벤치, 창, 문의 기준선이 되었다. 좁아진 수평선은 거대한 덩어리의 콘크리트 물성에서 벗어나 마치 쌓아 올린 구조물 같은 인상을 주며, 보다 정밀하고 세심한 느낌을 준다.

 

건축주 부부가 우리를 찾아왔던 때는 2018년 여름이었다. 설계가 마무리될 무렵 대지경계선 안쪽으로 침범해 있던 하천을 허가받아 제자리로 옮기느라 시간이 지체되었고, 2021년이 되어서야 모든 공사를 완료했다. 늘어난 시간은 설계안을 가다듬고 발전시키는 데 쓰였다. 건축주와의 첫 미팅 때, 오랫동안 시어머니를 모신 아내에게 카페를 지어 선물하고 싶다는 말이 기억난다. 그 당시 우리는 제대로 된 준공작이 없는 무명의 건축가였고, 장점이 뚜렷하지 않은 땅에서 기댈 것은 건축적으로 해결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주 부부의 무한한 신뢰와 여러 전문가(조경, 사이니지, 가구, 시공사)의 도움을 받아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이 카페의 이름처럼 ‘포옥’ 안겨 쉴 수 있는 장소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기대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에스엔건축사사무소(김은진, 김상언)

설계담당

김진영

위치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죽엽산로 685-20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431㎡

건축면적

349.39㎡

연면적

377.52㎡

규모

지상 2층

주차

9대

높이

8.2m

건폐율

24.42%

용적률

26.3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콘크리트벽돌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VP도장, 자작나무합판, 타일

구조설계

(주)이든구조컨설턴트

기계,전기설계

(주)진원엔지니어링

시공

태연디앤에프건설(주)

설계기간

2018. 6. ~ 2020. 4.

시공기간

2020. 5. ~ 2021. 5.

공사비

약 10억 원

건축주

포옥

조경설계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


김은진, 김상언
김은진, 김상언은 에스엔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이다.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생활SOC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으며, 어린이가 쓰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여덟 번째 어린이집을 설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국공립 부암어린이집, 해아전, 인왕3분초 쉼터, 포옥 등이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 부문 우수상(2019),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대상(2021),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2021), 한국건축가협회상(2021)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