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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사옥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임성훈(동명대학교 교수) 외
자료제공
아모레퍼시픽,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background

고요함을 간직한 건물

데이비드 치퍼필드(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대표) × 「SPACE(공간)」

 

SPACE: 설계 당시 용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갔나?

데이비드 치퍼필드(치퍼필드): 두 가지를 고민했다. ‘어떻게 도시 풍경에 기여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 것인가’와 ‘그러면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이념을 잘 드러내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까’다. 용산에서는 주변이 굉장히 빨리 변화한다. 계획 당시에는 주변이 어떻게 변화할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고층 빌딩이 더 생길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추후에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이 신사옥의 입구가 도시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 역할을 할 것이고 공원의 역할을 더욱 확장할 것이다.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에 걸맞은 아름다움의 잣대도 고민했다. 또한 용산 지역과 같이 고층 빌딩이 많은 복잡한 곳에서는 고요함을 간직한 건물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달항아리는 이러한 절제미의 모티브가 되었다. 백자는 절제되어 있지만 존재감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달항아리의 형태를 그대로 쓴 것은 아니다. 달항아리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와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논의할 때 백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미는 이런 것이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바탕이 됐다.

 

SPACE: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거대한 입방체다. 이러한 형태의 장점은 무엇인가?

치퍼필드: 공간에는 다양한 역할과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업무 공간이면서도 사람들이 교류하고, 음식점, 유치원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면 좋을 것이다. 이런 다목적 공간을 구축하는 데 정육면체의 공간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천m2에 달하는 이 큰 공간을 좀 더 작게 나누어 각각의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빌딩의 거대한 스케일을 쪼개고 단면화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루버를 이용하거나 혹은 네 단계로 볼륨을 확대하고, 오프닝을 통해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작은 단계의 스케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건축가는 복잡한 용산에서 고요함을 간직한 건물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달항아리는 이러한 절제미의 모티브가 되었다.

 

SPACE: 1층에 넓은 아트리움을 만들었다. 오피스 빌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아트리움의 역할은 무엇인가?

치퍼필드: 아트리움은 공공의 성격을 가진 공간이다. 문을 사방으로 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했다. 이곳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문화 교류 등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언제나 유연하게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함이 필요하다. 아트리움은 회사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독립된 공간이지만 유연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건물 자체가 영구적이고 보편적인 대안이 되고,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공간으로 계속 쓰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SPACE: 루버가 형태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나?

치퍼필드: 사실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은 무게감을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우리는 병풍 같은 역할을 하는 루버를 사용함으로써 무게감을 확보했다. 외관에 깊이와 경쾌한 디테일을 더한 것이다. 또한 유리 건물이기 때문에 일조량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알루미늄​ 소재의 루버를 사용해 직사광선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고, 건물에 그늘을 드리워 열 하중을 낮췄다. 무광 마감된 루버로 빛의 난반사를 크게 하고, 실내로 들어오는 빛의 양과 질을 높인 것이다. 공기역학적으로 최적화된 핀은 진동과 바람으로 인한 소음도 최소화한다.

 

아트리움은 공공의 성격을 가진 공간이다. 출입구가 사방으로 나 있어 사람들이 아트리움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중앙정원의 유리 바닥은 산란된 자연광을 건물의 가장 중요한 공용 공간인 아트리움까지 비춘다.

 

SPACE: 중정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치퍼필드: 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로지아 특징을 지닌 한옥의 중정에 매료되어 이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루프 가든을 설계했다. 임직원들이 건물 내 어느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고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며 편안하게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다. 도심을 향해 개방된 세 개의 대형 오프닝 공간은 외부 환경과 연결되기 때문에, 도시뿐만 아니라 멀리 자리 잡은 산의 풍경을 담아내 건물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확립한다. 즉 도시로 연결되는 창문이자 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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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어떤 아름다움 

임성훈(동명대학교 교수) 

 

부산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건물이 하나 있다. 해운대 바닷가 근처에 있는 아이파크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부산에 왔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던 방식대로 공을 이리저리 잘라놓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었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아파트를, 부산에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오래된 작은 항구와 그럴듯한 고층 빌딩이 함께 놓여 있는 특이한 경관이 되었다. 사람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건물이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파크와 같이 건축의 범위를 넘어선다. SNS에서는 건물의 외관부터 지하의 여러 식당 등에 대한 감탄과 저런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말이 회자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쁘고, 그래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설계공모가 진행되었을 때부터 이 프로젝트의 중심은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울 수 있느냐가 건축적인 해결책보다 먼저 있었고, 프로젝트의 끝까지 이어졌다.

그러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우선 하나의 덩어리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이 건물을 ‘달항아리’라는 백자에 비유했다. 비슷한 부분도 있다. 달항아리는 너무 커서 두 부분을 따로 만든 다음에 붙였는데, 치퍼필드의 열망도 그와 닮았다. 모든 면을 균일하게 만들고 면밀하게 이어붙여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었다. 홀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바닥의 콘크리트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천장과 벽, 바닥은 재료도 다르고 색도 다르지만, 반짝이는 조명을 나름의 방식으로 산란해서 일관된 느낌을 만들어낸다. 외관도 그렇다. 표면 처리된 알루미늄 ‘루버’는 들쭉날쭉하고 크기도 다르지만, 빛이 좋을 때는 일관된 표면이 되고 각각의 표면은 다시 끊김 없는 매스를 만든다. 수평적으로 분절된 부분이 있지만 그마저도 한 덩어리임을 강조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커지는 매스는 서로 다른 덩어리들이 견고하게 쌓여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커지는 매스는 서로 다른 덩어리들이 견고하게 쌓여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사옥은 아름답다. 견고하고 변치 않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천창으로 채광될 때 지상층의 홀과 저녁에 조명을 켰을 때 홀은 다르다. 루버가 만드는 외관의 느낌도 햇빛이 강할 때는 흐린 날과 다르게 보인다. 조명이 켜진 밤도 물론 다르다. 백자가 순수한 흰색이 아니고 얼룩도 있어서 늘 약간씩 다르게 보이기에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아름답다는 것은 예쁘다는 것과는 다르다. 아름다움은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필요로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항상 변하는 하늘처럼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낭시는 이걸 ‘욕망’이라 말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욕망에서 소환하고 지향하는 진실”을 보여줌으로써 아름다움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우리는 그 본 생각을 꺼내어 바라보고,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이 모든 작용을 일으킨 것을 아름답다고 한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잠겨 있는 열망을 꺼내어 내게 확인시켜줄 때 우리는 그것에 마음을 쓰게 되고, 그 작용이 결국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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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로지아 특징을 지닌 한옥의 중정에 매료되어 이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루프 가든을 설계했다.

 

그러면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아름답다고 말할 때 그 아름다움이 열망 때문이라면, 과연 그 열망은 무엇인가?

리베스킨트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옥의 대표 설계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홀로 아름답고 고고한 건물을 짓고 싶었을 것이고, 그래서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홀로 서 있는 건물. 주변의 환경이 너무나 많이 바뀌고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치퍼필드는 말했지만, 도시 속에서 건축이 두드러지지 않고 한걸음 물러서도록 한다는 ‘그’ 치퍼필드는 여기 없다. “사람과 사람, 건물, 지역사회를 연결”한다는 아모레퍼시픽 측의 설명은 어불성설이다. 건물은 사람을 연결했지만, 도시 속의 공간으로서 지역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옥은 어딘가에 연결되기보다는 사람들의 열망을, 멋진 모습을 갖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열망을 한데 모으고 있을 뿐이다. 아름다움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지하의 식당마저도 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그런 열망을 부채질한다. 아마도 이 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성공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리베스킨트의 태도도, 그보다는 더욱 ‘건축적인 방식’이지만 치퍼필드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를 너무 정확하게 보고 있어서 껄끄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건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외관과 내부를 만들어낸 솜씨도 그렇고, 4층 옥상에 있는 물과 나무의 조경까지도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나무 하나에서부터 흙과 돌이 만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만들었다. 물은 유리 위에 낮게 깔려 있지만 온수를 공급할 수 있고 모서리에는 히터를 넣어서 겨울에도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겨울에 눈이 올 때 그 흰색은 또 어떻게 보일까? 

쓰인 재료의 종류를 제한하고 일관되게 만들려고 노력하며, 또 그 모든 부분이 하나로 엮이도록 디테일 하나까지, 손을 더해 일구어낸 솜씨는 놀랍게 느껴진다. 흐린 날 처음 보았을 때의 실망은 맑은 날 감격으로 바뀌었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각각의 표면이 만들어내는 느낌도 좋았다. ‘재료의 표면’이 아니라 여러 재료들이 만들어낸 ‘건축의 표면’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어떤 사회적 역할보다도 홀로 서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려 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아쉽다. 

차라리 그 아름다움이 백자의 아름다움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삶의 모든 기억을 펼쳐 보이는 그런 전통적 아름다움이었다면 마음이 더 편했을까? 매스의 비례도 동양적인 것이지만 우리 전통의 느낌은 아니고, 물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4층 옥상의 조경은 불규칙한 곡선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일본인들이 커다란 돌 주변에 그리는 곡선을 닮았다. 홀로 서 있는 것이라면 과거와의 연결점이라도 찾으면 좋지 않을까? 아니면 아직도 우리 것에 목매는 흔해 빠진 투정일 뿐일까? 

고민이 남는다. 촛불 이후 우리는 사회의 모든 문제를 말하고 있다. 이제 건축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아름다운 건축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치퍼필드가 만들어놓고 간 건물, 좋은가 나쁜가?​ <진행 이지윤>

 


 

설계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Berlin)

위치

100, Hangang-daero, Yongsan-gu, Seoul, Korea

용도

mixed use (office building, museum, etc.)

대지면적

14,500m²

건축면적

8,700m²

연면적

216,000m²

규모

B7, 23F

주차

680

높이

110m

건폐율

60%

용적률

848%

구조

Arup Deutschland GmbH, CSSE, Seoul

외부마감

Hyundai Engineering & Construction, Seoul

내부마감

KESSON, Seoul

구조설계

Arup Deutschland GmbH, CSSE, Seoul

기계,전기설계

Arup Deutschland GmbH, CSSE, Seoul

시공

Hyundai Engineering & Construction, Seoul

설계기간

2010 – 2014

시공기간

2014 – 2017

건축주

Amorepacific Corporation, Seoul​

조경설계

SeoAhn, Seoul

건축주

Kunwon Engineering Co. Ltd.,Seoul

Overall project management

Hans Krause / Nicolas Kulemeyer, Thomas Pyschny

Partners (Design lead)

David Chipperfield, Christoph Felger / Harald M

Contact architect

HAEAHN Architecture, Seoul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1985년 사무실 창립 이래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는 문화, 주거, 상업, 레저 등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와 마스터플랜을 비롯한 도시설계를 수행하며 국제적인 조직으로 성장해왔다. 담당한 프로젝트에는 멕시코 시티의 후멕스 박물관과 같은 개인 소장품 전시관부터 베를린 신 박물관과 같은 공공미술관 리노베이션까지 다양한 박물관 및 미술관 등이 있다. 런던, 베를린, 밀라노, 상하이에 사무실을 두고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와 건축 유형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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