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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것의 풍요로움: 보리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강우현, 강영진 × 최은화
사진
박수환
자료제공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낮은 것의 풍요로움

 

인터뷰 강우현, 강영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 보리는 전라남도 영광의 백수해안도로에 위치한다. 이곳의 지리적 특성은 어떠한가?

강우현: 2018년 12월 처음 현장에 방문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오른쪽에 바다를 끼고 현장으로 다가갔는데, 도로에서 3~4m 낮은 곳에 대지가 위치해 있었다.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 시원하게 바다를 볼 수 있고, 절벽가여서 바다로 가까이 다가가면 파도 소리까지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었다. 대지는 야트막한 경사지로 보리농사를 짓는 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방문 당시 겨울이라 땅은 하얀 눈에 덮여 보리가 올라올 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최은화: 해안도로를 따라 우뚝 솟은 인근의 건물들과 달리 자동차 도로보다 낮게, 경사진 언덕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바다로의 경관을 가리지 않고 훤히 드러내는 한편, 차를 타고 가면서 보면 건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지와 건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 고려한 사항들은 무엇인가? 

강우현: 2018년 신설된 「영광군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해안가에 건설되는 건축물’은 “해안선과 가장 가까운 주요도로 가장자리 1.5m 높이에서 해안선을 바라” 보게 하여 도로에서의 조망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규제 안에서 주어진 대지에 건물을 앉힐 수 있는 위치는 한정적이었다. 바다 가까이, 절벽 쪽에는 건물을 세울 수 없었고 도로 근처의 낮은 땅에 건물을 자리하게 했다. 덕분에 가까이로는 보리밭을, 멀리로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무리 바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도 바다만 주구장창 보고 있으면 지겹지 않을까 싶었다. 앞에 있는 들판, 보리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농사짓는 모습, 그 너머의 바다를 같이 감상하면서 이곳을 더욱 풍성하게 경험하길 바랐다.

 

최은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진입 동선을 길게 둔 점이 인상적이다. 복도를 따라 걷고, 모퉁이를 돌면 바다가 한 폭에 담기고, 그제서야 건물 내부가 보이고, 조금 ​더 걸어가서 출입구로 들어가게 된다. 

강영진: 사실 처음에는 진입로가 건물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 형태가 아닌 하나의 건물로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지의 용도 지구가 둘로 나뉘어 있었다. 두 개의 번지수가 합쳐진 대지였는데 하나는 생산관리지역, 다른 하나는 보전관리지역이었다. 심지어 경계선의 모양이 똑바르지 않고 사선으로 꺾여 있었다. 건축주는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리는 이 조건을 역으로 이용해 경계선을 진입로로 만드는 제안을 했다. 진입로를 경계로 동을 분리시켜서 남측 동은 바다를 바라보는 벤치 위주의 공간으로, 북측 동은 사람들이 더 어울려 모일 수 있고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생산관리지역에 해당하는 남측 땅은 추후에 용도 변경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이러한 동 구분은 이후에 생길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최은화: 구불구불한 여정을 거쳐 도착한 내부 공간은 방향성이 굉장히 명확하다. 건물의 배치, 바닥 레벨의 차이, 직접 디자인한 가구의 형태와 배치 등 모든 것들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며 계획했는가? 

강영진: 바로 옆에 펼쳐져 있는 굉장히 좋은 자연환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고자 했다. 그래서 건물을 길게 배치해 넓은 면이 바다를 향하도록 했다. 원래 건물 길이가 이 정도되면 중간쯤에 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경관을 방해하는 요소를 두고 싶지 않았다. 포스트텐션을 이용한 큰 보를 두어서 기둥 없이 최대한 긴 창을 만들었다. 외부와 접하는 면이 일직선이기만 하면 단조로울 수 있다고 판단해 전면 창에 약간의 곡선을 줘서 주변의 자연도 함께 조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대지의 높이 차를 반영해 내부 공간의 바닥에 단 차를 두었고,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바다를 잘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강우현: 도심 속에 있는 카페들처럼 유명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오고, 친구를 만나 왁자지껄 떠들기 위해서 오고,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봤다. 같이 온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경치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생각했다. 

 

최은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구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직선형 벤치, 곡선형 벤치, ㅁ자형 테이블 등 형태도 다양하고 스테인리스스틸과 MDF 등 재료도 다채롭다. 가구의 형태와 재료를 결정할 때 유의한 점은 무엇인가? 

강영진: 가구는 대체적으로 바다를 정면으로 향한다. 바닥 높이 차를 이용해 제일 높은 단은 벽을 따라 길게 일직선의 벤치를 만들었다. 아랫단에는 아치형 벤치로 디자인해 같이 온 사람을 조금 더 편하게 마주 볼 수 있게 했다. 서해를 면하고 있는 만큼 저녁에 노을이 예쁘게 지는데, 노을 색에 맞춰 오렌지색 컬러 MDF를 사용했다. 

강우현: 북측 동은 바다를 향한 창이 남측 동에 비해 크지 않다. 바로 옆에 두 개의 정원을 두어서 바다보다는 정원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공간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여서 둘러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ㅁ자형으로 디자인했다. 재료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해풍을 견딜 수 있는가를 따졌고, 그랬을 때 금속류가 적합했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스틸을 후보로 놓고 제작 업체와 논의하여 스테인리스스틸로 결정했다. 

 

최은화: 기존에 있던 보리밭을 최대한 유지했다. 기존 식재를 그대로 살리는 의도는 무엇인지, 새롭게 추가한 식재들은 어떤 기준과 태도로 들였는지 궁금하다. 

강우현: 사실 이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영광’ 하면 굴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웃음) 그런데 막상 영광에 가 보니 영광 특산품으로 보리가 있었다. 그만큼 보리는 이 지역과 가장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식물이다. 게다가 우리 대지는 이미 보리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밭을 상상하니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정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원래 있던 보리밭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만 추가해 최대한 자연을 그대로 유지했다. 

강영진: 바다로 서서히 다가가며 점점 커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 경험이 아주 기분 좋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도 이런 경험을 같이 누리길 바랐다. 저기 나무가 보이고 길이 있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지 않을까 했다. 시골에 있는 자연스러운 흙길을 상상하며 계획했는데, 아직까지는 경계석도 산책로도 새것처럼 참 깨끗하다. 시간이 지나면 길과 밭의 경계가 더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 그리고 바다뿐만 아니라 주변 산과 능선도 굉장히 아름답다. 산책로 군데군데에 집기류와 가구를 둔 장소가 있는데, 사람들이 그곳에서 잠시 멈춰서 다양한 장면을 바라보길 바랐다. 해안가에서도 잘 사는 팽나무를 두 그루 심어서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가 점점 자라고 이곳에 잘 자리 잡았으면 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강우현, 강영진)

설계담당

김석민, 유창희

위치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832

용도

커피 판매점

대지면적

1,684㎡

건축면적

225.9㎡

연면적

225.9㎡

규모

지상 1층

높이

3.41m

건폐율

13.41%

용적률

13.4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콘크리트 하드너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선화설계사무소

전기설계

선화기술단사무소

시공

태연디앤에프건설(주)

설계기간

2018. 12. ~ 2020. 2.

시공기간

2020. 4. ~ 12.

조경설계

리스케이프


강우현, 강영진
강우현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조병수건축연구소(현 BCHO 파트너스)에서 다년간 실무를 익혔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건국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했으며, 2013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강영진은 홍익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설계 경험을 쌓았다. 2013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고 현재 대표건축사로 활동 중이다.
이 둘은 현재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에서 ‘틈과 경계’, ‘친숙한 낯설음’ 등을 주제로 건축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서림연가, 부암동 두집 등이 있다. 젊은건축가상과 신진건축사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