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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국인초등학교 도서관

프로젝트 : 아키텍쳐

존홍
사진
존홍
자료제공
프로젝트 : 아키텍쳐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포용하는 비례: 평등주의적 단면과 가변적 평면​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는 지금까지도 건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베르티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에서 비롯된 인체 측정학의 비례 체계로서, 모듈러는 '조화로운' 자세들의 범주를 통해 공간을 조직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보편적이며 단일한 모델만을 제시하기에 모듈러는 평등주의적 디자인이 지닌 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처음에는 프랑스 남성의 평균 신장인 175cm가 기준이었으나, 이후에는 보다 '보기 좋다'는 자의적인 이유에서 183cm의 영국 남성으로 대체되었다. 모듈러는 스위스의 10프랑 지폐에 삽입되는 영광까지 누렸지만, 1995년에는 역사가 로빈 에반스에게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로 인해) 여성의 신체는 비례적인 조화로움의 한 원천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거부되었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건축이 각기 다른 신체의 다양한 스케일을 배제하는 일은 최근까지도 만연하고 있다. 리노베이션 이전의 서울외국인초등학교 도서관은 아이들의 스케일이 고려되지 못한 채 단지 책과 책상을 위해 일반화된 저장고 정도로 기능하고 있었다. 리노베이션의 디자인 목표는 유연성과 특수성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건축, 가구 그리고 책을 신중하게 통합하는 과정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초등학생들의 스케일을 특별히 고려하였다. 지금까지의 비례 체계는 표준화된 인체에서만 설명되었지만, 이번 리노베이션은 놀이와 학습을 포함한 다양한 자세들의 범주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신체들이 맺는 관계 또한 포용한다. ‘모듈러 인간’이 고정되어 있으며 이상적인 체계라면, 이 프로젝트의 체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가변적이다. 이 체계의 뼈대는 신장이 연평균 6cm가 자라는 6세에서 12세까지의 아이들에게 사회적으로는 유토피아적이며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실용적이다.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구성은 기존의 건물 매스에 반응한다. 기존의 도서관은 내부를 채워 넣는 식으로 바깥에서 안쪽을 향해 설계되었고 주 출입구를 중앙에 두고 두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이었다. 주어진 바닥 판의 외곽선은 원형과 사각형이 특이하게 결합된 귓불 같은 형태이다. 기존의 설계는 바닥판의 조건을 무시한 일반적인 배치였지만, 리노베이션에서는 이 독특함을 첫 번째 단서로 삼았다. 북측의 둥근 부분은 이제 도시적 공원의 개념을 담아 기존보다 자유로운 형태를 수용한다. 모듈식이며 바퀴가 달린 곡선형의 책장들은 모아놓으면 더 큰 원형의 일부가 되면서 건물의 기존 곡선과 관계 맺는다. 또한 여러 가지 규모의 모임들과 그에 따라 필요해지는 다양한 동선에 알맞도록 작은 호들로 분할했다가 재구성할 수도 있다. 남측의 사각형 부분은 밀도 높은 ‘도시 블록’ 같은 느낌을 준다. 움직이는 책상과 책장은 서로 교차할 수 있게 설계되어 마치 재배치가 가능한 건물 블록처럼 개인 또는 단체 학습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대회의실은 이 공간과 폴딩도어를 통해 구분되어 있어, 열리면 더욱 확장된 활동이 가능해지고 닫히면 선생님들의 회의를 위한 사적인 영역이 된다.

기존에는 커튼월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이 각각 가구와 설비를 가리기 위해 패널로 덮여 있었고 천장이 낮게 내려와 있어서 건물의 높은 층고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이러한 기존 설계의 덮개들을 제거하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고 빛이 잘 들도록 했다. 또한 비효율적인 공조 시스템을 개선하여 공간의 가장자리에 45cm의 층고를 추가로 확보하였고, 이로 인해 복층의 독서 타워들을 배치할 수 있었다. 북측의 타워들은 메자닌을 형성하는 해먹의 구조로서 놀이 공간이 되면서도 동시에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물망의 하부는 차양 아래에 있는 것 같고, 상부는 해먹이 외부 유리의 곡선과 맞닿아 아이들에게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남측의 끝에는 네 개의 독서 타워가 19세기의 공공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메자닌을 지지하고 있다. 건물 속의 건물처럼 보이는 이 타워들이 모여 다시 한 번 전체의 비례 체계를 형성한다. 매스와 개구부들은 역사적 건축물을 추상적으로 연상시키면서 순서가 뒤바뀐 기억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더 자란 뒤에 떠난 어느 여행에서 ‘미래를 위한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는 인간의 몸을 땅에 위치시키는 데 그쳤지만, 이 도서관의 비례 체계는 지평선의 개념을 여러 개의 들어 올린 층들로 확장해 건축과 신체 사이에 상호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이 프로젝트의 단면에는 책장, 의자, 책상 그리고 메자닌을 따라 형성된 일련의 수평선들이 마치 악보에서 음표들이 그려진 오선지와 같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변경 전 도서관



 

아이들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기에 그들의 몸이 실제로 닿는 공간을 넘어서는 부분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어 키가 작은 아이들의 스케일에서는 책장 속에 뚫린 부분들이 낮은 ‘창문’처럼 특별한 시야를 제공해준다. 또한 반사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면들은 그들의 시야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한다. 건축의 스케일에서는 입구에 사용된 반사 패널이 캠퍼스 바깥의 풍경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반쪽짜리 아치를 반사해 가상의 아치를 형성하며 경이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가구의 스케일에서는 책 전시를 위한 비스듬한 책장의 아랫면에 부착된 반사지가 작은 아이들이 닿을 수 없는 높이에 있는 책에까지 시각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 프로젝트의 가구와 실내 건축은 아이들이 공간적으로 도서관에 개입하는 정도를 증가시키며, 동시에 보통의 신체가 할 수 없는 행위와 경험을 가능하게 하여 신체의 연장처럼 작용한다.

 


 

 

설계

프로젝트 : 아키텍쳐(존홍)

설계담당

강승재, 장진욱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39-1

용도

도서관

건축면적

445㎡

높이

4.7m

내부마감

페인트, 시트, 베니어, 노출콘크리트 위 에폭시

구조설계

㈜씨플러스디자인

기계설계

명보공조

전기설계

㈜씨플러스디자인

시공

㈜씨플러스디자인

설계기간

2019. 3. ~ 2019. 6.

시공기간

2019. 6. ~ 2019. 7.

건축주

서울외국인학교


존홍
존홍은 건축가이자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디자인 랩 '프로젝트 : 아키텍쳐'를 이끌고 있다. 그의 작업은 건축계획과 도시계획을 연결하며 도면, 재료, 이론 그리고 컴퓨터 연산 등의 매체를 통합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A 건축상을 열여섯 차례 수상한 바 있으며, 대표작들은 2014년과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와 같은 국제 전시나 「아키텍처럴 레코드」, 「뉴요커」, 「아키텍처럴 리뷰」 등의 주요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다. 하버드대학교 GSD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교수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재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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