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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 라운지

이소우건축사사무소

남수현(명지대학교 교수)
사진
박영채(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이소우건축사사무소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프로토타입의 가능성

 

이방인의 건축법(와이드AR56)에서 이중용은 한국 현대건축의 위치를 건축사에서 소외된 이방인으로 설명하며, 서구의 주류 건축가들과 제3지대·비주류 건축가들의 건축을 평가하고 묘사하는 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류 건축가들의 건축이 결과·창작으로 평가되고 철학·역사 안에서 논해지고 개념·이미지의 구현이 건축비평의 소재가 될 때, 3지대·비주류 건축가들의 건축은 실현 과정과 여건, 현장과 감각, 상황 충실성이 비평의 대상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나는 이소우건축사사무소(이하 이소우)의 김현수, 안영주와 함께 이타 라운지를 답사했다. 그들과 나눈 대화에서 서로 공감한 문제만으로도 작업에 대한 이야깃거리는 충분했다. 어려운 대지에 맞는 형태 찾기, 비수도권에서 작업할 때 겪는 어려움, 문화재 심의로 훼손당한 계획안, 제한된 시공비와 변형된 계획 등.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접근은 건축가와 그들의 결과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건축은 어떤 조건을 핑계 삼아 결과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더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누구의 무엇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구현했으니라고 만족하는 데 그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이타 라운지는 생각을 자극하는 프로젝트이다.

 

 

 

음영

도면과 사진으로 접한 이타 라운지는 이소우의 작업들 사이에서 좀 다르다고 느껴졌다. 턴어라운드(2020)나 어센드(2019) 등 최근 작업들이 매체에서 선호하는 (현대적인 형태와 미니멀하면서 디테일이 세련된) 작업들인 반면, 이타 라운지는 구성이나 디테일에서 정제되지 않은 듯했다. 도면에서 곡선과 직선의 구성은 어딘가 살짝 어긋나 있고, 공간을 나누거나 자르는 방식은 사진으로 볼 때 명쾌하고 미니멀하기보다는 금욕적이거나 무뚝뚝해 보였다. 이런 첫인상을 머릿속에 그린 채 방문한 이타 라운지는 예상보다 훨씬 어두웠다. 볕이 좋은 날씨였음에도 중정으로 내려가는 여정은 심연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현대건축이 허용할 수 있는 어두움이 있다면, 거기서 반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다. 이것이 건축가가 의도한 계획이었음을 인지한 것은 지하 1층 카페에 들어서면서이다. 개폐식 유리벽 너머로 중정과 연결된 카페 내부는 모두 검은색으로 마감되었고 조명을 최소화해 조도를 낮췄다. 카페 안으로 들어갈 때 칠흑 같은 어둠에 눈이 적응하지 못해 몇 초간 혼란스러웠는데, 이런 감각적 경험은 전통건축을 답사할 때 느꼈던 것과 유사했다. 건물 전체에 천장 조명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건축을 강렬한 빛 아래 집합된 입체로서 교묘하며, 정확하고, 장려하게 연출’(르 코르뷔지에)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빛 아래 수수하지만 단단한 물성으로 보이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깊은 중정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예예찬에서 언급되는 공간을 연상케 한다. 중정의 위쪽에서는 빛을 받아 떨어지는 그림자의 형상이 눈에 띄지만, 중정의 가운데부터 바닥까지는 그림자 자체의 농담(濃淡)이 느껴진다. 이러한 차이는 중정을 에워싼 1, 2층 곡면벽의 호()와 지하층 벽면의 호가 미세하게 틀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런 음영(陰影)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조형적 무뚝뚝함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의도된 어긋남

답사하는 중에 두 건축가는 어긋남을 허용한다고, 인지되지 않는 선들의 조합이 만드는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중정 벽의 미세한 틀어짐 외에도 이타 라운지는 층마다 대지의 형상과 필요에 따라 외곽선과 내부의 선이 달라지는데, 이는 구성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통해 각 층에 필요한 면적을 배분하고, 어긋난 두 층의 처마가 전체 조형을 조절하며, 높이 10m가 넘는 옹벽의 위압감을 완화하면서 통로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소우는 개념을 설명하며 한적한 작은 만()인 강구안(통영항의 옛 이름)의 이미지를 계획의 중요한 시작점으로 언급했다. 만은 배가 쉽게 들락날락하면서도 안전하게 정박해야 하는 이율배반적 공간이다. 만처럼 건물은 1, 2층에서 외부와 자유롭게 연결되고 모든 동선은 외부로 이어진다. 상당한 운동감이 전제된 동선 체계다. 현장에서 몇 시간 동안 지켜 보니 방문자 대부분은 지하 카페에서부터 옥상 테라스까지 어려움 없이 건물 구석구석을 누볐다. 설명이나 사인보드 없이도 건축가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된 것이다. 이런 운동감을 줄이며 중정을 비롯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머물도록 유도하는 것은 높이 솟은 수직벽이다. 이전 작업들이 볼륨의 삭감과 부가를 기본 구성으로 한다면, 이타 라운지는 면의 접합과 겹침으로 구성된다. 이 방식은 일정한 흐름을 유도하는 한편,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흐름을 끊어 정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정을 둘러싼 수직벽과 반대편 객실C의 수직벽이다. U자형의 곡면을 형성하는 수직벽은 복도의 난간임을 인지하도록 개구부를 더 넓힐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고, 객실C의 벽은 구성상 부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공간의 운동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 전체 구성에서 어긋나는 요소들이 모여 정동(靜動)의 이중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런 구성을 고려할 때 아쉬운 것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정면과 어긋남이 드러나지 않는 테라스 공간이다. 1층 처마선이 사선으로 살짝 돌출되어 약간의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내부와의 관계가 불명확하다. 또한 어긋남의 구성을 옥상의 산책로와 조경에도 적용했다면 보다 다채로운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보았다. 대로변 입면에 사용된 전벽돌을 제외하면 건물은 모두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유로폼에 후작업을 거쳐 너무 매끈하지도 않고 너무 거칠지도 않은 미묘한 질감의 표면이 완성됐다. 결과적으로 이타 라운지는 재료에서 연상되는 안도 타다오류의 구성보다는 자유롭고평면의 곡선에서 연상되는 알바로 시자보다는 무거우면서 (그는 가벼움과 무중력에 집착한다) 브루탈리스트 건축보다는 섬세한 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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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지대의 프로토타입

나는 건축을 의식하고 작업하는 국내 건축가들의 건축이 크게 두 경향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한쪽은 세련된 형태와 디테일로 진지하고 순수한건축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다른 한쪽은 형태에 대한 관심 자체를 부정(장식뿐만 아니라 형태를 의식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하고 있는 그대로프로그램과 문맥의 구현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이런 구분에서 보면 이타 라운지는 이 둘 사이에 자리하는 새로운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다. 건축가의 조형 의지는 강렬하지만 노골적이지 않으며, 문맥을 존중하지만 문맥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건축에서 프로토타입의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다음 세대를 위한 건축 예시이며, 다른 하나는 반복 사용을 통해 우리의 길, 마을, 도시의 모습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이타 라운지는 후자에 해당하면서도, 두 건축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속성은 이전부터 우리에게 존재하는 감성을 재해석해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최근 SPACE(공간)에서 연재 중인 동남아시아 건축가와의 대화’(본지 116~125쪽 참고) 기사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동남아시아의 젊은 건축가들이 자기만의 언어로 건축을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런 시도가 지금 이소우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글의 논지가 독자들에게 과한 해석으로 읽히지 않으려면, 이소우만의 보다 명확한 체계와 기술(技術)이 필요할 것이다. 내게 이타 라운지는 이소우 작업의 변화를 알리는 시작점으로 다가왔다. 이 시도가 프로젝트를 둘러싼 여건, 현장, 상황에서 비롯된 하나의 스핀오프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Sou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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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정보

조명▶​ ERCO STELLA 74W, 남광조명 NKD-63540(실내 스팟​), 동명전기 DD-11010 BLACK(외부스팟)​

창호▶​ 필로브 시스템 창호 FLE 123

외부바닥▶​ 거창석 잔다듬마감

외부벽체▶​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천장▶​ 바이록 보드 https://vmspace.com/material/material_view.html?base_seq=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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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이소우건축사사무소(김현수, 안영주)

설계담당

강상철, 김혜진, 이주은, 오재혁

위치

경상남도 통영시 서문1길 3

용도

숙박시설,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75㎥

건축면적

240.81㎥

연면적

467.45㎥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4

높이

6.46m

건폐율

50.7%

용적률

76.2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지정벽돌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나왕합판, 구로철판

구조설계

건구조엔지니어링

기계설계

세현이엔씨

전기설계

창원전기설계

시공

진송건설(주)

설계기간

2016. 11. ~ 2018. 2.

시공기간

2018. 5. ~ 2019. 10.

건축주

김영광


이소우건축사사무소
이소우건축사사무소는 2011년에 설립되었다. 김현수는 창원대학교를 졸업하고, hANd 건축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2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하여, ‘비하인드 엠티’란 주제로 전시했다. 안영주는 창원대학교를 졸업하고 2012년부터 합류해 함께 작업하고 있다.대표작인 이타 라운지는 2020년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남수현
남수현은 명지대학교 교수이며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로재, 뉴욕 그루즌 삼튼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고, HAUS2와, 솔리드로직 대표를 역임했다. 대표작으로 A-하우스, Y-하우스, 푸르니빌딩이 있다. 저서로 『HOUSE CONTENTS OF YOUNG ARCHITECTS』, 『Mediumness 중형성』(이상 공저)이 있고, 역서로 『르 코르뷔지에 200분의 1』, 『건축, 경계를 넘나들다』(이상 공역), 『우리가 알아야 할 도시디자인 101』 , 『단면의 정석』 등이 있다. 현재 건축 유형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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