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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존중하는 리모델링: 해아전

에스엔건축사사무소

김은진, 김상언
사진
이택수(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에스엔건축사사무소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해아전(孩兒殿)은 혜화동 로터리에서 혜화로 방향으로 가는 번화가 초입에 위치한 작은 건물이다. 처음 접한 건물의 모습은 곧 철거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허름했다. 번화가에 있는 구청 소유의 건물임에도 낡은 외관 때문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지 못하고 환경미화원 휴게소, 혜화동 예비군 동대본부, 창고 등으로 사용되었다. 현황조사를 해보니 1964년에 최초 사용승인을 받은 뒤 기존 모습을 잘 유지해오다가, 2013년경에 1층을 둘로 나눠 벽으로 막아 각각 별도의 출입구를 냈고, 독립된 정문을 통해 바로 2층을 올라가게 하여 세 개 단체가 작은 건물을 나누어 쓰고 있었다. 벽에 구멍을 내고, 임시로 꿰매고 막아 함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생을 다하고 곧 헐리기를 기다리는 건물처럼 애처롭게 느껴졌다.

 

 


누구나 새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 특히나 건축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는 옛것보다는 새것에 대한 열망이 더 우세하다. 이곳을 아이들센터(해아전)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종로구청의 주무관 역시 처음에는 ‘신축과 같은 리모델링’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된 타일 외관에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타일은 다소 오염된 곳이 있지만 정갈한 비례와 질서를 갖고 있었다. 창과 주 출입구의 비례를 분석할 때, 현관의 위치가 지어질 당시와 동일하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타일을 어긋나게 부착한 점과 창의 양 끝을 수직 방향으로 돌출시켜 수직성과 규칙성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띄었다. 관공서의 부속 용도로 사용된 덕에, 정면에 개구부를 하나 추가한 것 외에는 외형이 잘 유지된 상태였다. 혜화동 로터리에 들어섰던 고가도로(1971~2008)가 철거되는 등 지역의 변화 과정을 함께한 건물이라 생각하니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타일 외관이 귀하고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사로잡았던 타일의 이끌림은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옛 재료의 힘’이 아니었을까.  ​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56년된 파사드 살리기’로 정했다. 긴 설득 끝에 구청과 협의해 56년의 흔적인 파사드를 보존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기존 파사드를 존중하는 건축 어휘와 현대적 재생 방식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모든 디자인과 디테일은 파사드를 더 돋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혜화동 로터리 방향 입면 측면에 두께감을 주고, 기존 벽체와 분리하고자 했다. 상부의 증축부는 파사드와 대립하지 않도록 각도를 틀고 후퇴시켰다. 건물 정면에 나중에 생긴 개구부는 기존 타일과 비슷한 톤의 새 타일로 막고 ‘회복의 벽’이라 이름 붙였다. 타일 톤이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크기와 색상이 유사한 외부 마감용 타일을 찾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며칠을 인터넷과 자재상을 헤매다가 비슷한 폭에 길이는 조금 긴 타일을 찾았고, 기존 타일 규격에 맞춰 절단해 사용했다. 이 타일로 측면 외벽을 마감하여 건물이 매스처럼 느껴지게 했다. 건물이 꺾이는 부분에서 옛 타일과 새 타일이 만나는데, 멀리서 보면 구분이 쉽지 않을 만큼 정성을 들였다. 공사 중에 마감재를 떼어내면서 숨어 있던 옛 타일이 나오면, 작은 조각까지 모두 떼어내 고이 모셔두었다가, 회복의 벽과 측면 마감에 사용했다. 내단열을 보강하느라 두터워진 벽 안쪽으로 창을 설치해 입면에 깊이감을 더했다. 

증축부 재료를 선택할 때도 조심스러웠는데, 기존과 대비되는 새로운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옛것을 부각하는 한편, 새것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들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라 색상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구청 관계자들이 창틀에 ‘빨주노초’의 원색을 넣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우리 생각은 그것과는 정반대였다. 대신 유리를 통해 빛에 색(다이크로익 필름)을 입혀,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입면을 만들었다.

오래된 건물을 고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구조 내진보강이 필수다. 연와조였던 기존 건물을 철골 기둥과 보로 보강을 해 철골구조로 변환했고, 세 곳에 제진댐퍼를 설치했다. 층고가 2.7~2.8m밖에 되지 않아 0.3m 높이의 철골보를 설치하고 나니 2.3m 천장고 확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철골 기둥과 보를 노출하기로 했고, 기둥의 방향을 조절하여 간접조명의 틀로 활용했다. 계단을 만들기 위해 2개층의 슬래브를 절단했는데, 이 절단면이 아주 소중한 흔적이라고 생각해 보존하고자 했다. 내부마감은 온통 새것인데, 이 흔적만이 오래된 건물을 고쳐 쓴 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1~2층의 마감재는 흰색과 회색, 자작나무 가구로만 구성했다. 다이크로익 필름을 통해 빛의 각도와 세기에 따라 변화하는 색 그림자가 흰 벽에 드리우길 기대했다. 증축부인 3층은 경량 구조물이어야 했고 철골보다는 목구조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3층의 구조물은 금속재로 외부를 마감해 아래층과 차이를 두었고 내부도 목재만을 사용해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이곳에 아이들이 아지트로 쓸 수 있는 다락을 만들었고, 그물망 위에 누워서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기존 건물의 입면 / 자료제공 에스엔건축사사무소​

 

 

 

종로구청은 공약사업으로 혜화로를 (혜화동 로터리부터 아이들극장으로 만드는) ‘아이들 특화거리’로 조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작점에 위치한 해아전은 당초 이 특화거리를 위한 안내소와 각종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센터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공사 중에 발생한 팬데믹의 여파로 준공하고도 개관이 미뤄지며 전체 운영 계획에 문제가 발생했다. 구청에서는 이곳을 초등학생 돌봄 공간인 ‘키움센터’로 용도를 바꿔 사용하고 있는데, 이 모든 일이 준공 이후에 일어났다. 담당부서와 담당자가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배제되었다. 계획 의도와 다르게 내부 공간이 변경되었고, 작은 건물도 헌신적으로 대했던 우리는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려워, 한동안 혜화동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SNS를 통해 접하게 됐는데, 그때 느낀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사용자에 의해 건물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숙명이 아닐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쓰임을 다한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고, 아이들의 공간으로 재탄생했으니, 앞으로 50년은 더 쓰이기를 기대한다. ​​​(글 김은진, 김상언 / 진행 방유경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에스엔건축사사무소(김은진, 김상언)

설계담당

김진영

위치

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3

용도

노유자시설(아동복지시설)

대지면적

91.6㎡

건축면적

67.93㎡

연면적

변경 전 ‐ 135.86㎡ / 변경 후 ‐ 167.81㎡

규모

변경 전 ‐ 지상 2층 / 변경 후 ‐ 지상 3층

높이

10.65m

건폐율

74.16%

용적률

변경 전 ‐ 148.31% / 변경 후 ‐ 183.2%

구조

변경 전 ‐ 연와조 / 변경 후 ‐ 철골조, 목구조

외부마감

타일, VM징크, 다이크로익 필름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 비닐페인트 도장, 자작나무 합판

구조설계

동양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서원이엔씨

전기설계

(주)동도이엔씨

시공

길광종합건설(주) / 목구조 시공 - (주)수피아건축

설계기간

2019. 6. ~ 10.

시공기간

2019. 12. ~ 2020. 7.

공사비

8억 원

건축주

종로구청

조경설계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


김은진, 김상언
김은진, 김상언은 에스엔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이다.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생활SOC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으며, 어린이가 쓰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일곱 번째 어린이집을 설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국공립 부암어린이집, 해아전, 인왕3분초 쉼터, 카페포옥 등이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 부문 우수상(2019),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대상(2021),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2021), 한국건축가협회상(2021)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