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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유입으로 만들어가는 공간: 파노라믹 레지던스

폴리오

이영수, 허보석
사진
김재경
자료제공
폴리오
진행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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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2년 6월호 (통권 655호)

파릇파릇한 나뭇잎, 여기저기 피어 있는 들꽃들, 무심하게 놓여 있는 바위, 가까이서 들리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 멀리 보이는 산과 하늘, 그리고 잘 정돈된 골프장 잔디의 싱그러운 냄새. 이것이 우리가 2020년 봄에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장소에 대한 기억이다. 처음 마주하는 장소에 대한 감각은 항상 강렬하다. 파노라믹 레지던스는 임직원들의 휴식을 위한 작은 숙소로 충주의 한 골프 클럽 내에 위치한다. 부지는 멀리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에는 골프장, 서쪽으로는 계곡, 그리고 북쪽의 언덕까지 다양한 풍경을 접하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풍경을 건물 중심으로 끌어와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로 활용하여, 주변 경치와 구축된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영역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풍경을 하나의 물성으로 인식하고, 이를 내부로 유입하여 공간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

 

공간의 분절 그리고 풍경의 유입  

이곳은 서쪽의 원형 보전 녹지, 동쪽의 기존 지하 배수지, 남쪽의 가파른 경사지, 그리고 암반으로 이루어진 북쪽의 언덕과 맞닿아 있어, 대지 면적이 제한적이고 형태가 비정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에 자연을 담는 동시에 숙소의 기능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우선, 대지 경계선을 따라 1층에 다이닝과 거실 공간을 각각 분리하여 배치했다. 분절된 공간으로 인해 남쪽과 북쪽에는 중정이 형성됐다. 열린 중정은 풍경을 건물 내부 깊숙이 끌어들인다. 중정에는 연못을 조성하고 나지막한 나무들도 심었는데, 자연과 건물 사이에 또 하나의 정원 레이어를 중첩하여 공간에 풍요로움을 더한 셈이다. 중정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하고자 곡면유리를 사용했다. 이는 분절된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 경치를 연속적으로 바라보도록 해준다. 2층 공간 역시 곡면유리가 라운지에서 방까지 연속된 입면을 만들어, 근거리의 조경부터 원거리의 계곡, 탁 트인 골프장까지 한 장면에 담아낸다. 곡면유리를 통해 공간을 나누고 연결한 두 개의 중정은 숙소의 중심에서 만나며, 안쪽 깊숙한 곳까지 빛이 흘러오도록 하고, 내부 공간에 각기 다른 조경과 경치를 제공한다.

 

주변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입면

건물 외관은 기능에 따라서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북쪽과 남쪽의 입면은 기둥을 창호 안으로 위치시켜 연속된 풍경의 띠를 만들었다. 숲과 계곡에 접해 있는 서측면은 콘크리트 벽을 1.4m 정도 들어 올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틈 사이로 담는다. 이는 눈높이가 낮을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다. 동쪽은 주 출입구가 위치하는 동시에, 배수지와 공공 및 차량의 접근에 노출된 곳이다. 동쪽 입면은 공공의 시야를 차단하는 동시에 사적인 경험을 보호하고자 했다. 동쪽 2층 바닥과 지붕의 슬래브를 드러내고, 수평 띠 사이를 벽돌로 채웠다. 그중 기능적으로 열려야 하는 공간은 수직적으로 분절하여 외관에 리듬감을 주려 했다. 2층 볼륨은 앞쪽으로 나와 있어 처마가 되기도 한다. 노출된 두 수평 슬래브 띠는 숙소의 모든 입면을 수평적으로 나누고, 재료의 물성이 바뀌는 경계 역할을 한다. 동쪽 입구에 노출된 두 수평선은 북쪽으로 자연스럽게 계속된다. 한편 서쪽의 거실 외부 입면에서는 바닥에서 들린 묵직한 노출콘크리트 면으로 변화하고, 땅과 벽 사이 틈을 통해 자연이 선물하는 다양한 분위기를 투영하고자 한다. 콘크리트 면은 다시 남쪽 입면의 파노라마 창과 함께 유동적으로 흘러, 동쪽의 수평 띠와 만나게 된다.

 


 


 

 

 

 

공간의 대비로 만드는 흐름 

건물은 언덕과 나무들로 가려져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자연에 숨겨져 있다. 도로를 따라 숙소에 다가서면 사적 영역을 숨기고 있는 닫힌 입면을 마주한다. 출입문도 구로 철판으로 된 무거운 문이다. 하지만 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건물 중심으로 침투한 두 중정을 통해 북쪽의 언덕과 남쪽의 열린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중정의 연속된 면을 따라 동쪽으로 접근하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위치하고, 서쪽으로는 양옆으로 분리된 계단을 통해 두 단을 내려오면 3.6m 층고의 거실과 펼쳐진 풍경이 있다. 뒤를 돌아 북쪽 계단으로 가는 길엔 또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후정이 기다리고 있다. 유리 파티션으로 지지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1층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을 목격한다. 1층에서 자연을 중정의 조경과 중첩하여 바라보았다면, 2층에서는 주변을 가리는 것 없이 조망할 수 있다. 라운지에서 방으로 계속되는 곡면유리는 온전히 경관에 집중하도록 한다. 2층 남측에 위치한 방은 가파른 경사지 위에 떠 있어 부유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느리게 머무는 공간 

건축주는 안온한 쉼의 공간을 짓고 싶어 했고, 우리는 자연 속에 있는 숙소가 가져야 할 공간의 의미를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간대와 계절, 날씨에 맞춰 대상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앞서 언급한 방식뿐만 아니라, 실내의 사소한 요소들도 창밖 풍경을 즐기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장치했다. 간결한 재료의 구성, 벽과 일체화된 문, 천장과 벽 사이에 숨은 공조설비 등은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다. 또한 프레임리스 조명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천장 속에 매립해 최소 개수만을 사용했고, 동선 부분에는 라인 간접조명을 사용했다. 이 조명들은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공간별로 조도를 조절할 수 있다.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를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건축주와 여러 전문가들(시공, 조경, 구조, 설비, 가구, 조명)의 지원 덕분이다. 파노라믹 레지던스가 잠시 머무는 공간이지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사색하는 느린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이영수, 허보석 / 진행 한가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폴리오(이영수, 허보석)

설계담당

이석, 박원철, 김지훈, 센토사 한센

위치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기업도시3로 2

용도

운동시설(골프장) 내 숙소

대지면적

870,252.5㎡

건축면적

265.74㎡

연면적

399.79㎡

규모

지상 2층

주차

1대

높이

7.9m

건폐율

0.49%

용적률

0.53%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벽돌, 콘크리트 미장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노출콘크리트 위 무광투명코팅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아이에코 ENG

시공

(주)창크

설계기간

2020. 4. ~ 11.

시공기간

2020. 12. ~ 2021. 10.

건축주

킹스데일 GC

조경설계

조경 디자인 이레


이영수, 허보석
이영수와 허보석은 폴리오의 공동대표다. 그들은 장소성을 반영한 공간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안하며, 존재하는 장소와 만들어지는 공간에 대한 경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공간에 반영한 건축을 제안하고 있다. 이영수는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SOM 뉴욕, 소우 후지모토 아키텍츠, 사토시 오카다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허보석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졸업 설계상을 받고 졸업하여, 한국의 공간건축, 스탠리 사이토비츠 | 나토마 아키텍츠에서 다년간 실무를 익혔다. 현재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