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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원 행복주택

KKKL

박인수(㈜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최진보
자료제공
KKKL
진행
이성제 기자
background

쉽고 명료한 생각과 어렵고 수고로운 해결

 

모든 건축이 그렇겠지만, 설계는 종이 위에 지어보고 현장에서 직접 짓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어지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건축의 의미는 한정적이게 된다. 다시 말해, 건축물은 결국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다.

영화업계를 보면, 감독은 시나리오 작성뿐만 아니라 제작과 상영까지의 전 과정을 총괄하며 영화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해낸다. 물론 시나리오가 영화보다 좋을 수 있고,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좋을 수도 있다. 전자는 기획이 잘 되었으나 영화를 잘 만들지 못한 사례가 될 것이고, 후자에서는 기획은 그저 그렇지만 영화화 작업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시공사에서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으로 발주한 이 프로젝트에는 ‘공업화주택(모듈러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전제조건과 임대주택에 관련된 발주처의 기준들을 준수하거나 기준 대비 특화하는 요청도 있었다. 또한 임대주택으로서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장비와 기능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 프로젝트에는 시작부터 어느 정도 그 구성과 진행에 제한이 있었던 것인데, 건축가는 이러한 조건들을 잘 정리하였다. 다행인 점은 대지 주변에서 별다른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 혼선을 겪지 않고 시공 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창업한 건축가 부부의 첫 번째 실현작이다. 그간 미국과 일본에서 실무를 하던 그들은 2년 전 귀국해 사무실을 개소했다. 그간 그들이 ‘종이 위에 지은 건물’들을 상상해볼 수 있었고, 이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얼마나 절실했을지 짐작되었다. 그들의 절박함은 건물 곳곳에서 묻어났다. “현장에 매일 출근했다”는 그들의 말은 건축가들의 초창기 열정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프로젝트의 대지는 동서 방향으로 길고 서측이 도로에 면해 있다. 이곳에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 대수 산정 기준에 따라 다섯 대의 주차공간을 두고, 자전거 주차 공간도 마련하였다. 총 열네 세대의 원룸형 주택이 남향으로 배치된 전형적인 편복도형 건물이다. 모듈러 구조를 채택하여 더욱 단순한 이 건물은 건축가의 솜씨로 특별함을 갖추게 되었다.

우선 건물의 진입부에는 세 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배치되어 있다. 건축가는 계단 남측을 벽에서 이격하여 계단실을 넉넉하게 만들고 채광과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였다. 또한 오픈형 핸드레일을 사용하지 않아서 계단 형태가 강조되고 상하 간 연결 공간이 명확히 규정되는 효과를 냈다. 1층 계단실 옆에는 세탁기, 건조기가 배치된 커뮤니티 공간이 있는데, 입주자들의 주거 생활을 지원하고 여럿이 모이거나 손님을 맞을 수 있는 배려가 담겨있었다. 2층은 일곱 개의 유닛이 줄지어 배치되어 있고, 3층은 다섯 개의 유닛과 BIPV 패널로 차양을 만든 외부 공간이 있어, 1층의 커뮤니티 공간과 함께 작은 임대주택의 숨통을 틔게 하고 있었다.

건축가는 북측 편복도의 창문 하단 벽 높이를 디자인의 기준선으로 삼았다. 남측 창문도 이 높이를 기준으로 삼아 배치했다. 그 결과 남북 방향의 입면이 층으로 구분되지 않고 건축가가 선택한 높이를 기준으로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측과 북측의 각 외부 기준선은 도로변 서측 면에서 입체적 체스(chess) 패턴으로 결합되는데, 이는 도로 쪽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주요한 시각적 인상을 남기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남측에서 한 층을 상하 단으로 분리하는 창호와 이에 부착된 루버는 건물 외관을 고유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었다. 또한 이 루버는 벽돌 쌓기 모습으로 수평성과 수직성을 함께 갖는데, 건축가는 루버에 깊이를 줘서 에어컨 실외기실을 배치하고 루버에 입체감도 갖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건축가의 디자인은 아쉽게도 도로 쪽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작은 유닛(전용면적 17.92㎡)의 구성을 위한 세심한 설계도 눈에 띈다. 전면의 창을 상하 단으로 구분하고, 상단을 고정창으로, 하단을 슬라이딩 창으로 하였다. 이는 작은 유닛에서의 생활이 주로 방바닥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하여 결정한 것이다. 또한 각 유닛별 보일러를 강제배기식으로 하여, 배기는 옥상으로 하고 급기는 복도의 실내기를 유입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는 유닛별 보일러를 복도 쪽에 배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샤프트의 점검용 문을 펀칭하여 복도 실내기가 샤프트실 내부로 유입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작은 유닛 내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건축가의 아이디어이다.

이 건물은 발주 단계부터 공업화 주택의 기치를 내세웠지만, 그 결과가 그리 좋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선 이 건물의 공기는 9개월이고 공사비는 추산 700만 원/3.3㎡ 선이라는 전언인데, 이는 국내에서 어떠한 주택 건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상관없는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공방식이 각 유닛의 구조 프레임을 선 조립하여 크레인으로 적층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각 유닛 간 구조가 겹쳐 중복 사용되었고,▼1 이는 조인트 개수와 마감 면의 증대를 야기했을 것으로 보였다. 이런 방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서구에서 1960~70년대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아, 새로운 방향의 공업화 주택이 연구되어야 할 형편이다. 물론, 이러한 건식공법은 건물의 마감을 정확하게 만들어 실내외의 형태를 명쾌하게 하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엄청난 수고와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간결한 아이디어의 본 프로젝트를 완수해내기 위해 수많은 설계변경을 감내하였고, 현장에서는 그간 사용하지 않은 시스템, 재료, 공법에 대해 발주처, 감리, 시공사를 설득하고 협조하고 조력하였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설계자들의 이러한 노력들은 ①예산 부족, ②기술 부족, ③하자 위험, ④경험 부재를 이유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프로젝트의 건축가는 노력의 기준을 뛰어넘어 ‘정성(精誠)의 감동’으로 현장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정성 어린 작업이 보상 없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혹시 좋은 건축가 한 명이 자신의 정성에 불타버리고 말지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성남 하대원 행복주택은 공공에서 진행한 임대주택으로는 거의 처음으로 공업화 건축의 기치를 내건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또한 건축가의 노력과 정성이 매우 눈에 띄는 건물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반대로 국내 공업화주택의 현주소를 적시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 같다. 공업화주택이라는 ‘아이콘’만 가지고, 실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관련하여 보다 많은 연구자들의 노고와 수고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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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개의 유닛이 수평적, 수직적으로 겹치기 때문에 각 유닛의 구조는 언제나 두 개의 부재가 서로 양립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는 박스형 모듈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박스를 ‘L’형 등으로 바꿔서 하거나, 패널 조립형으로 하였다면 훨씬 편리했을 수 도 있다.

 

 

 


 


 


 

 

 

공사현장 ⓒKKKL

설계

KKKL(김기원, 노서청)

설계담당

김기원, 노서청, 임홍량, 이수형, 정서은

위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217번길

용도

공동주택

대지면적

379.9m2

건축면적

227.38m2

연면적

453.88m2

규모

지상 3층

주차

5대

높이

9.75m

건폐율

59.85%

용적률

119.47%

구조

철골조(모듈러)

외부마감

세라믹 패널, 분체도장 강판, PC 패널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벽지

구조설계

케이피 엔지니어링

기계설계

기성이앤씨

전기설계

일신이앤드씨

시공

유창

설계기간

2018. 1. ~ 2019. 2.

시공기간

2019. 1. ~ 7.

건축주

경기도시공사


김기원, 노서청
김기원은 디자인 스튜디오 KKKL의 공동대표이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한국 건축사이자 미국 건축사이다. 보스턴의 리어스 와인저펠 어소시에츠와 도쿄의 마키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를 거쳤다. 연세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건축학 학위를 받았다.

노서청은 디자인 스튜디오 KKKL의 공동대표이다. 현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이며 뉴욕의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와 도쿄의 마키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실무를 거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각각 기계공학과 건축학 학위를 받은 미국 건축사이자 LEED AP BC+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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