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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양조장

스튜디오 히치

김대균
사진
권도연
자료제공
스튜디오 히치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건축가에게 리노베이션은 무엇일까? 

 

리노베이션은 다시(re)와 혁신(innovation)이 결합된 단어다. 즉 과거의 것을 전혀 다른 혁신적 무언가로 만드는 일을 뜻한다. 최근 이러한 리노베이션을 거친 공간이 많아지고 있다. 건물의 수명은 남아 있지만 용도의 재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신축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고자 하는 감성적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양 양조장은 1944년 지어진 목조 양조장 건물을 문경시가 매입하여 복합문화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관공서가 발주한 근대 건물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는 태생적 어려움이 있다. 첫 번째 어려움은 중목구조를 다루는 구조설계사무소가 거의 없다는 데서 발생한다. 기존 건물의 단열, 내진, 소방 등의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교체할지를 고민하다 해결책을 찾지 못해 깨끗하게 철거하여 복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스튜디오 히치는 남길 수 있는 기둥은 그대로 남기고, 썩은 기둥은 하부를 잘라낸 뒤 T자 금속 디테일로 신재를 연결했다. 이 디테일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일본식 목구조 기둥과 조적벽 사이에 얹힌 지붕 트러스를 다루는 방식 또한 합리적이고 명료하다. 트러스는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 채 인천의 글루램 공장으로 옮겨져 보수된 뒤 재결합됐다. 일반적 경우라면 철거 후 새로 제작하거나 현장에서 보수했을 것이다. 건축가의 선택은, 부재가 담고 있는 시간을 보존하여 건물의 본질이 유지되도록 하고, 신재로 사용한 도리 부재와 대비되며 전체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두 번째 어려움은 최저가 입찰로 선정되는 시공사와 관련 있다. 일반적으로 시공사는 프로젝트에 관한 배경과 구체적 정보 없이 선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면은 건축가와 시공사 간의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다. 문제는 도면대로 하더라도 리노베이션의 특성상 도면과 다른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것의 해결은 시공사의 판단에 따라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스튜디오 히치의 도면은 명확하고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는 도면은 시공 방식으로 직결된다. 단면투시도 또한 산양 양조장의 구조적 특성과 공간감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도면을 작성하려면 기존 건물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재해석되는 부분의 결합과 시공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것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도면의 완성도를 통해 보는 건축가의 기본기는, 실측에서 완공까지 팽팽하게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근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세 번째 어려움은 기능공들의 작업 퀄리티를 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근대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한 후 이전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영화 세트장 같아져 실망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숙련된 기능공을 찾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재료와 도구가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을 머금은 재료와 새로 만들어진 재료는 형태적으로는 유사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르다. 모사는 모사일 뿐이다. 재료와 구법을 동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시공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론 그에 따른 비용과 노력을 감당해야 하는 건 건축가의 몫이다. 박희찬은 설계 6개월과 시공 4개월 기간 동안 총 40여 회를 방문했다고 한다. 북측 조적벽은 미장에 좁쌀 만한 자갈을 촘촘히 박아서 아름답게 마감했다. 이런 방식은 관급공사 대가 기준으로는 시공할 수 없다. 건축가에 따르면, 감리 동안 미장공에게 본인의 의도를 전달하고 미장공이 나름의 방식을 제안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축은 사람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능공을 존중하는 건축가의 태도와 둘 사이의 소통이 축적되어 산양 양조장은 만들어졌다. 

산양 양조장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문경시, 건축가, 주민들, 청년 운영주체가 함께 논의하고 있다. 공간과 콘텐츠의 관계 설정은 건축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산양 양조장은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근대건축물을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고 또 미래 지점까지 고민하고 있다. 

 

 

 


 


 


 

 

 


 

설계

스튜디오 히치(박희찬)

설계담당

박희찬, 박찬필, 신주현, 류진영, 김영순, 안종환

위치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불암2길 14-5

용도

청년창업지원센터

대지면적

1,276㎡

건축면적

329.56㎡

연면적

329.56㎡

규모

지상 1층

높이

5m

건폐율

33.82%

용적률

33.82%

구조

목구조, 시멘트 블록조

외부마감

흙/시멘트 미장, 골강판

내부마감

일반합판, 목조심벽

구조설계

(주)하모니구조엔지니어링

기계,전기설계

유성기술단

시공

한맥종합건설

설계기간

2018. 10. ~ 2019. 4.

시공기간

2019. 6. ~ 2020. 2.

공사비

6억 6천만 원

건축주

문경시


박희찬
박희찬은 동국대학교와 영국 바틀렛 건축학교에서 수학하고 서울의 M.A.R.U.와 런던의 홉킨스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쌓았다. 헨리 허버트 바틀렛 여행장학금을 수상했고, 런던 로열 아카데미에서 전시를 했다. 영국건축사로 2017년 서울에서 스튜디오 히치를 설립해 건축, 산업디자인, 패브리케이션, 디지털 인터랙션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여행의 기록, 알바 알토』(201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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