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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지안이네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김창균
사진
남궁선
자료제공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짙은 미세먼지가 사라진 어느 봄날, 시골 마을의 주택 ‘강릉 지안이네’를 방문했다. 사실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이하 포머티브)의 작업은 제주도를 다니며 오래전부터 마주쳤던 기억이 있다. 이들은 비교적 초기부터 대표작으로 꼽힐 만한 프로젝트를 많이 만들었다. 제주도 곳곳에 들어선 이들의 건축물은 신선하고 감성적이며 실험적이었다. 빠듯한 예산 내에서도 완성도가 높았고 다른 건축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디테일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온 이들의 작업들은 펜션, 게스트하우스, 스테이 같이 상업 용도가 대부분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찾는 이 건축물에서는 방문객이 짧은 기간 머무른다는 특성 때문에 공간의 내면보다 눈에 보이는 표면을 강조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가족이 실제로 정주하는 주택인 강릉 지안이네가 궁금했다.

걱정 어린 심정은 대문을 지나자마자 어느새 사라졌다. 우선 포머티브는 외부 경계를 두르는 담장 대신 작업실과 주차장을 이용해 대문채 역할을 하는 별채를 두었다. 별채와 안채의 배치는 스케일과 공간의 형태 면에서 적절했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앞서 건축주 부모님의 주택을 설계했었다(부모님 댁은 바로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단차를 두고 부모님 댁 쪽으로 마당이 열리도록 배치해 중정의 아늑함을 주면서 외부 공간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가족들을 위한 안정감도 제공하고 있었다.

건축가는 주택 내부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이 식당 주변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집의 백미는 현관에서 내부로 들어서는, 십자축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미디어에 소개되는 주택들은 형태와 재료 사용 면에서 건축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할지라도 막상 현관에 들어서면 식당이나 거실, 복도 또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 이와 달리 강릉 지안이네에서는, 신발을 벗고 집 안에 들어서서 마주하는 첫 장면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앞쪽 마당의 툇마루와 뒤쪽 마당, 그리고 단풍나무가 보이는 작은 중정의 풍경이다. 건물 안에 들어와서도 다시 외부를 보여줌으로써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한다. 현관은 신발을 벗고 얼른 진입해야 하는 냄새 나는 공간이 아니라, 내외부를 잇는 전이 공간으로서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이 공간은 게스트를 위한 영역과 가족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역할을 하며, 앞으로 펼쳐질 공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유도한다.

그다음으로 언급할 부분은 집의 중심 공간인 주방이다. 복도에서부터 건축주 침실까지상하부로 스킵플로어가 형성되면서 오픈스페이스와 함께 입체적으로 형성돼 있다. 건축가는 대지 모양에 따라 곡선으로 이 공간을 처리했다. 곡선 상부의 지붕을 지지하기 위해 특별히 중목구조를 적용했다. 주방은 물리적으로 크지 않지만 뒷마당에서부터 주방, 중정, 별채, 전면도로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다섯 켜의 하나를 맡고 있다. 또한 복도보다 반 층 낮은 주방 위로는 공간이 열리면서 확보된 거실까지 위치해 주택 내부 구성을 풍성하게 한다. 주방에 서면 마당을 오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풍경은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포머티브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강릉 지안이네가 일상 속에서 건축의 본질을 더한 주택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건축가의 선택과 노력은 이외에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부모님 댁과 같은 단층으로 주택을 계획하면서 대문 입구에서부터 바닥 레벨에 변화를 주어 공간에 변화와 재미를 주었다. 툇마루와 스탠드형 계단, 평상 등 곳곳에서 내외부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여러 가지 신체 활동을 염두에 두었다. 또한 목구조를 노출해 나무가 주는 따뜻함을 강조하고 돌출된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까지도 주택의 요소로 끌어들인다. 사실 이러한 공간들은 과거 우리의 주택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면적과 부동산 가격이 중요한 아파트, 밖에서 보여지는 껍데기의 디자인만 추구하는 건축물에 떠밀려 보기 힘든 귀한 건축이 되어버렸다. 집이라는 장소는 벽과 바닥이 만드는 물리적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땅, 근경과 원경, 사람과 눈맞춤을 하며 존재를 느끼는 곳으로, 이러한 점이 중요한데도 말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본채와 별채가 연결되는 회랑 부분은 기둥 배열의 정리가 덜 돼 조금 복잡해 보인다. 처마를 내밀어 안정감을 주고 하부 툇마루 공간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현관을 좀 더 넓히는 과정에서 벽과 처마가 만나는 부분이 맞닿으면서 디테일이 혼재돼버렸다. 이 때문에 벽체 하부는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로 오염과 변형 될 위험에 노출됐다. 그리고 빠듯한 예산, 우리나라 목재산업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노출된 경량과 중목 구조체의 디테일에서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는 이 주택이 겸손한 시골집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계획 초기부터 강약을 조절했고, 무엇보다 사람이 사는 공간, 손에 닿는 집을 강조하며 만들었다. 집을 둘러보는 동안 마치 소극장에서 한편의 멋진 연극을 본 느낌이었다. 앞으로 지안이네 가족들이 공간들을 가꾸고 채워나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포머티브의 건축가들 역시 그들이 추구하는 건축의 가치를 일상의 여러 곳에 성공적으로 녹이며 오래 기억되는 건축가로 남기를 희망해본다. <진행 이성제 기자>

 


 

  

 


 


 

 

 


 

 

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고영성, 이성범)

설계담당

이미현

위치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방동길 159-40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10m2

건축면적

155.25m2

연면적

161.71m2

규모

지상 2층

주차

1대

높이

4.59m

건폐율

21.87%

용적률

22.78%

구조

목구조

외부마감

벽돌타일, 적삼목, 구로철판, 투명 로이삼중유리, 외단열시스템, 알루미늄 징크(지붕)

내부마감

원목마루, 지정타일, 친환경페인트, 합판 위 바니쉬 도장

구조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시공

(주)위집

설계기간

2017. 6. ~ 10.

시공기간

2017. 11. ~ 2018. 6.


고영성
고영성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를 거쳐 2011년 디자인연구소이엑스에이를 개소했다. 이후 2013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로 사무소명을 변경해 현재까지 다수의 감성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의 표면보다 그 본질의 진정성에 주목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이성범
이성범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공공성을 바탕으로 일상 속 건축의 가치를 탐구하고 건축의 본질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 이미지와 피상 위주의 건축에서 벗어난 건축적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건축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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