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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플랜트

애이아이 아키텍츠

조성익(홍익대학교 교수)​
사진
윤준환
자료제공
애이아이 아키텍츠
background

도시의 광장,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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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은 어디일까? 카페다. 대도시의 중심에서부터 작은 마을의 뒷골목까지 구석구석 들어선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금 가장 역동적인 디자인 실험이 벌어지는 공간은 어디일까? 아마도 카페일 것 같다. 대기업 가맹점부터 동네 카페까지, 새로운 공간, 재료, 디테일, 가구를 실험하는 디자인 격전장이 되고 있다.

어느새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카페는 도시의 기반시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도서관, 학교, 병원, 체육관, 관공서의 한구석에는 어김없이​ 카페가 있고 사람들은 커피잔 앞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혼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24시간 불이 켜진 편의점이 어두운 뒷골목의 가로등 역할을 하듯,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모으는 카페는 도시의 광장 역할을 한다. 이제 카페는 우리 시대의 아고라가 되었다.

사업자들은 일찌감치 카페의 도시 속 역할을 간파한 듯하다. 스타벅스를 설립한 하워드 슐츠는 카페 사업의 본질이 커피를 파는 것이라기보다는 집과 직장과는 다른 ‘제3의 장소(third place)’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을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힘이 커피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과장이든 아니든 카페가 도시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공공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페 사업자들은 현대판 광장을 새롭게 계획하고 꾸미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장소가 곧 상품이고 투자 가치가 있다는 사업자의 인식은 건축가, 혹은 공간 디자이너에게 큰 기회다. 자본과 재능이 모여들면서, 카페는 공간 디자인 분야의 다채로운 실험 무대가 되었다.

 

주도로에 면한 건물의 입면에는 유리로 된 접이문, 패턴이 있는 고정창, 그늘을 제공하기 위한 접히는 금속 타공 패널을 나란히 구성하여 언제나 변화하는 모습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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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진은 식품 회사 맥심을 위한 도시 광장을 차분하고 보수적인 색깔로 설계했다. 인스턴트 커피 제조사 동서식품의 첫 번째 카페 겸 플래그십 스토어인 맥심플랜트는 진한 갈색 패널로 마감한 상자 모양의 건물이다. 반듯한 직사각형의 정면 벽은 유리창과 패널을 가로세로로 짜 맞추듯 디자인했다. 측면 벽은 창문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넓고 평평한 벽을 만들었다. 작은 간판을 설치하고, 주 출입구의 폭을 좁혔다. 외관의 이미지는 차분해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점잖은 신사같이 보인다. 5층과 6층에 걸쳐 외벽에 설치된 물방울무늬의 스크린 창문이 없었다면 이 건물에서 상업 건물의 주장을 읽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담담함은 내부에도 이어진다. 3층에 위치한 카페 공간의 바닥은 엷은 갈색 타일로 마감했고, 원형과 직선을 조합한 스테인리스스틸 커피 바를 두었다. 따뜻한 갈색과 무채색 톤의 조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구와 조명으로 공간을 채웠다. 중앙 공간을 상부로 높게 열고 구리 재질의 금속 커튼을 두른 것이 공간에서 기억될 만한 요소다.

“플랜트(plant)가 공장과 식물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맥심의 브랜드가 어떻게 공간에 반영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건축가의 대답이다. 박진은 지하 공간(1~2층)에 두 층 높이의 공간을 만들고​ 대형 커피 로스팅 기계를 두어 ‘공장’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방문객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원두가 로스팅되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다. 실은 식품 회사인 맥심의 경우 인스턴트 커피 제품을 만드는 굴뚝형 공장이 이들의 본래 ‘플랜트’일 테지만, 대중에게 친근한 로스팅 기계의 모습을 통해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커피 제조 과정을 그린 대형 금속 벽화에서도 공장의 상징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식물이라는 의미의 플랜트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햇빛이 드는 남쪽 창의 내부에는 덩굴식물인 스킨답서스를 커튼처럼 늘어뜨리고 외부에는 자작나무를 심어 동음이의어의 아이디어를 공간으로 완성했다. 인공과 자연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단어를 내세워 대립적인 공간을 동시에 갈망하는 우리의 욕구를 포용하고 있다.

 

메인 커피 바는 수평과 수직으로 시각적 연결을 허용하는 열린 공간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 남쪽 창가의 실내 조경은 자연스러운 자연 채광을 제공한다.

 

로스팅 플랜트는 투명한 유리 면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레벨에서 볼 수 있으며, 신선한 커피 원두를 로스팅부터 포장 작업까지 하는 공간이다. 로스팅 플랜트 주위로 교육실, 카페, 아카이브 공간이 배치된다.

 

3

브랜드는 인간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다가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순간 잊힌다. 1960년대에 설립된 동서식품은 즉석커피 맥심을 제조하면서 브랜드의 황금기를 보냈다. 빠르고 저렴하게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커피문화는 소비자 기호의 변화로 위기를 맞는다. 앞서 말했듯, 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제품 소비에서 공간 소비로 이동했고, 즉석커피로 입지를 굳힌 제조사는 시대를 따라잡기 위해 변신이 필요했다. 맥심이 젊은 소비자들로 붐비는 이태원에 카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다. 다만 욕망과 과시로 가득한 상업지역의 최전선에서 맥심플랜트는 의아할 정도로 담담한 공간을 만들고 일반적인 원두커피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 한다면) 브랜드의 50년 역사가 훼손될 수 있죠. 브랜드가 쌓아온 신뢰를 소비자에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공간의 톤 앤 매너에 대해 묻자, 건축 과정에 참여한 김지현(동서식품 과장)이 말했다. 새로운 세대의 카페들이 공간과 디테일의 곡예를 부리는 동안, 맥심플랜트는 오히려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다.

 

커피콩 모양의 금속 타공 패널은 늦은 오후와 밤에 그늘과 프라이버시를 위해 개폐할 수 있다. 야간에는 거리의 랜턴으로 변신한다.

 

좁은 옥외 테라스에 연결된 실내 공간은 접이문이 열려 있을 때 외부로 확장된다. 테라스의 조경은 직사광선으로부터 자연스러운 그늘을 제공한다.

 

4

맥심플랜트의 미덕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도시의 광장과 공원이 하던 역할을 하겠다고 합의한 데 있다. 서측면 지상층(3층)에는 전면에 접이문을 설치했는데, 모두 열면 카페 내부 공간이 이태원로 방향으로 열린 포켓 광장으로 변한다. 포켓 광장의 안쪽에는 개러지 도어(garage door)를 설치해서 여름과 겨울철에 내부 공간의 기온이 유지되도록 했다.

내부에서도 이런 공공 공간의 풍경이 이어진다. 각 층의 바닥 일부를 열어서 서로 다른 층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마주치도록 했으며, 좌석 수를 줄여서 개방감을 유지했다. 4층과 5층에도 완전히 열리는 접이문을 설치해서 외부 테라스와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카페 내부 공간은 보광동과 한남동 언덕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데크로 변한다.

전면 가로와 주변의 전망에 맞추어 창을 열고 닫음에 따라 내부 공간의 분위기가 바뀐다. 무뚝뚝한 상자 건물의 창문을 모두 열면 카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초대의 손짓을 보내는 것처럼 표정이 달라진다. 건축가는 ‘트랜스포머 건물’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는데, 사적인 공간이 공적인 특징을 가진 공간으로 바뀌는 트랜스포머라는 점이 이 건물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기계식 주차 출입구를 둔 뒤쪽 도로변에는 가로를 향한 공공의 제스처가 없는 것이 아쉽다. 후면 골목길인 이태원로 42길은 전면의 4차선 도로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동네형 카페와 소규모 숍들과 연결되고, 이태원의 오래된 개성이 드러나는 장소다. 만약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을 하는 후면 골목의 보행자들을 위해 전면부처럼 공공 공간으로 ‘트랜스포밍’하는 너그러움을 보였다면, 이 건물의 미덕이 더욱 돋보였을 것이다.

 

4층에서 3층 커피 바와 라운지 공간을 조망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셔터로 공간을 구획할 수 있으며, 접이문으로 테라스 쪽을 열고 닫을 수 있다.

 

5

카페가 공공 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6세기 아랍의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노천카페에 앉아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고 생각을 교환했다. 느티나무 아래의 평상, 언덕 위의 정자, 위대한 공원과 광장이 가진 진정한 공공의 풍경이 그립기는 하지만, 그나마 커피가 있어 이 삭막한 도시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구실을 찾을 수 있다.

카페가 이 시대의 아고라로 지위가 격상되었으므로, 이에 걸맞게 공공을 위한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할 시점이다. 보행자와 마주하는 가로변, 도시의 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라스, 폭넓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이러한 건축의 어휘를 개발하는 것은 재료와 디테일의 실험만큼이나 관심을 가질 만한 카페 건축의 관전 포인트다. 맥심플랜트는 도시 건축의 오래된 열망과 사업자의 관심이 행복하게 일치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진행 김정은 편집장>

 

진입 레벨의 공간에는 접이문과 전동으로 움직이는 오버헤드 유리 도어가 있어서, 필요에 따라 전면 공간을 열려 있는 팝업스토어로 변경할 수 있다. 

 

설계

애이아이 아키텍츠(박진)

설계담당

손선기, 박상군, 임재철, 최홍주, 이병화, 송현주, 한수정, 황현혜, 김필중, 백민지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50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54.4m2

건축면적

271.37m2

연면적

1,895.09m2

규모

지상 6층, 지하 3층

주차

18대

높이

19.85m

건폐율

59.72%

용적률

252.89%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타일, 알루미늄시트, 디자인블록

내부마감

타일, 우드플로링, 스틸, 디자인블록, 스테인리스스틸

구조설계

(주)센구조연구소(이봉근 + 차우근)

기계설계

타일, 우드플로링, 스틸, 디자인블록, 스테인리스스틸

전기설계

(주)정명기술단(황윤진)

시공

장학건설(주)

설계기간

2015. 11.~ 2017. 6.

시공기간

2016. 10. ~ 2018. 4.

건축주

(주)동서식품

조경설계

KnL 환경디자인스튜디오(김용택)

인테리어설계

아이지엠

조명설계

(주)비츠로앤파트너스(고기영 + 반경환)

사인/그래픽디자인

앤드(김중근 + 노다예)

건축음향/AV설계

환경음향연구소(김성용)

브랜딩/BI디자인

(주)라니앤컴퍼니(박정애)


박진
박진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으며, 미국과 중국,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 서울에서 건축, 인테리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1987년 MIT건축대학을 졸업하고, 우규승 아키텍츠(KSWA)와 더 아키텍츠 콜라보레이티브(TAC), 데이비스 브로디 본드(Davis Brody Bond)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6년 서울에 애이아이 아키텍츠를 설립하고 골프 클럽하우스, 리조트, 교육 연구시설, 문화시설, 업무 및 상업 시설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화, 삼성, 두산, GS, CJ의 교육 연구시설이 있고 파인비치엔리조트, 제주 나인브릿지, 샌드파인, 춘천 베이크리크, 오펠CC, 메이플비치엔리조트, 한화거제리조트, 롯데L7호텔, N-Seoul Tower, 두산아트센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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