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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라는 타자: 성문안 CC 클럽하우스

레스건축

김영민
사진
레스건축(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레스건축
진행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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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2023년 1월호 (통권 662호) 

 

 


자연이라는 타자 


인간은 여느 생물과 같이 먹고, 자고, 죽는 이상 자연의 일부다. 그러나 자연을 사유하는 인간의 정신은 더 이상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사유는 사유하는 주체와 사유되는 대상을 구분해야 성립하는데, 이때 주체는 대상 안에 있지 않고 그 밖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연은 정신의 부정이며 외부가 된다. 반대로 정신은 자연의 타자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건물은 돌과 철로 이뤄진 이상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나 건축은 돌무더기나 철 덩어리와 같지 않다. 건축은 정신이 스스로를 자연과 분리하여 구현한 이념의 형식이다. 그래서 건축은 자연 밖에 존재할 때만 성립한다. 자연은 건축의 타자이며, 건축 역시 자연의 타자일 수밖에 없다. ‘자연적 건축’, ‘자연과 일치하는 건축’이라는 말 자체도 건축과 자연이 다름을 전제로 한다. 서로에 대해 타자인 건축과 자연이 마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관계는 타자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다. 실상 건축과 자연의 관계란 단 하나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대립이다. 모든 건축과 자연의 관계는 오직 대립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성문안 CC 클럽하우스는 애써 자연을 모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형태는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사각형이다. 수직 높이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수평 길이로 인해 건물은 매스보다 판에 가깝다. 기하학적 판은 울퉁불퉁한 지형과 그 위를 덮은 숲과 대조된다. 건축과 자연의 관계 맺기는 수직적 자리 잡기에서 시작된다. 판이 수직적 영점인 지면과 높이가 같다면 공간이 사라지고 시간만을 지배하는 평면이 된다. 판이 지면보다 높게 자리를 잡는다면 자연을 압도하려는 남근적 신전이 된다. 반대로 판이 지면보다 낮다면 자연에 함몰되는 죽음 충동이 지배하는 성소가 된다. 이 클럽하우스의 건축적 판은 땅 전체를 들어 올린 듯 자리한다. 지면보다 높되, 마주한 언덕보다는 낮아 자연을 압도하지도 그렇다고 지배당하지도 않는 안정된 긴장감을 준다.

건축과 자연이 관계를 맺는 다음 방식은 수평적 자리 잡기이다. 건물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서 산으로 둘러싸인 사실은 특별하지 않다. 눈을 감고 이 동네 어디에 대충 던져 놓아도 건물은 산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건축의 특별함은 야트막한 돌산에 건물이 바짝 붙어 있다는 점에 있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건축과 자연은 서로 강렬히 맞선다. 건축과 맞닿은 돌산은 부서져 있다. 일격을 당하여 숲과 흙의 피부가 찢긴 자연은 백색 암반의 근육과 뼈를 그대로 드러낸다. 만일 자연이 상처 입지 않았다면, 그리고 건축이 관계하지 않았다면 이 언덕도 그냥 수많은 작은 지형 중 하나였을 것이다. 자기보다 거대한 언덕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려 온 힘을 다하는 건축과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고도 굳건히 맞선 자연의 극적인 대립을 통해 건축과 자연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다.

 

 

 

 

 

자리 잡기만으로 건축을 규정할 수는 없다. 건축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외부와의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모든 정신적 주체는 외부에서 내면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통해 성립한다. 사르트르는 이 헤겔적 귀환이 작동하는 원리가 시선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시선을 통해 주체는 타자를 대상화한다. 하지만 오로지 주체 바깥만을 향할 수 있는 시선은 주체 자신에게는 결코 닿을 수가 없다.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주체는 타자를 향한 시선을 통해서 자신을 규정할 수밖에 없다. 성문안 CC 클럽하우스의 시선은 고전적이다. 사각 형태, 자연과 건축의 일대일 대응, 중심에서 밖으로, 밖에서 중심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의 팔라디오 빌라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팔라디오적 시선의 유사성은 다시 시선을 통해 해체된다. 사각의 네 면을 따라 네 개의 시선이 형성된다. 자연 그대로의 원경, 목가적 인공으로 만들어낸 중경, 그리고 건축의 연장에 가까운 근경으로 구성되는 동과 서의 시선은 고전 공식을 따른다. 새로운 건축적 주체는 남과 북의 시선을 통해 탄생한다. 닫힌 북으로의 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으로의 시선은 자연과 거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만큼 가깝다. 주체와 타자 사이에는 분리가 불가능할 정도인 강한 시선의 압력이 가해진다. 남측 시선은 자연이라는 대상의 초현실적이며 에로틱한 아름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화강석 암반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실핏줄까지 보일 정도로 가깝다. 꽃과 풀이라는 육체적 솜털 하나하나가 느껴지며 미세한 호흡마저 공유해야 하는 거리이다. 이 거리는 폭력적이다. 밀접한 거리로 인해 시선의 폭력은 나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래서 유혹적이다. 

 

 

 

 

 

시선은 주체를 만들고, 주체는 중심을 설정한다. 시선이 시작되는 그 지점이 주체의 자리이며 중심이다. 모든 고전 정신과 건축은 중심성을 갖는다. 클럽하우스에도 중심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곳의 중심은 계속 미끄러진다. 계속 어긋난다. 건축 배치의 중심은 가운데 원, 라운드어바웃(회전교차로)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 도착하자마자 중심은 내부로 옮겨간다. 내부의 중심은 안과 밖을 연결하는 중정과 계단이다. 그러나 그 중심은 관조와 이동의 자리이지 점유의 자리가 아니다. 중심을 타자화함으로써 주체의 자리는 또다시 미끄러진다.실제로 주체의 중심은 각 면의 경계에 마주한 로비, 레스토랑, 스타트하우스, 사우나 욕조에 자리 잡는다. 계속 미끄러져 가는 중심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마주하는 것은 해체된 주체이다. 이 지점에서 성문안 CC 클럽하우스는 고전성을 파괴하고 새로운 분열된 주체를 상정한다. 

 

분열된 주체는 내부에서 벗어나 지붕으로 이끈다. 지붕은 외부이면서 동시에 내부인데, 여기에서는 주체와 타자가 동일한 자리에 공존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판으로 이루어진 지붕에서 분열된 건축적 주체는 하나로 통합되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중정이라는 구멍이 나 있다. 주체가 중심을 상실하는 순간 통합적 평면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밖을 향한 세 면의 전망대는 주체의 자리를 중심에서 경계로 이동시킨다. 전망대에서는 시선의 역전이 발생한다. 건축 내부에서는 철저히 자연을 대상화하는 인간 주체가 중심에 있었다면, 옥상에서는 오히려 자연의 시선이 인간을 향한다. 인간이 자연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전망대에 올라서서 동일한 돌산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은 자연을 대상화하는 에로티시즘이 아니라 자연에 압도되는 경외감이다. 이렇게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시선의 이행과 역전이 일어남으로써 자연과 건축의 새로운 관계가 설정된다. 

 

건축과 자연의 유일한 관계인 대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전은 폭풍을 견뎌내며 서 있고, 그렇게 폭풍 자체를 내보인다. 석조의 광채와 빛남은 태양의 은총에 의해서만 빛나기는 하나, 그는 대낮의 빛과 하늘의 아득함, 밤의 어둠을 나타나게 한다. 신전의 위용은 허공의 보이지 않던 공간을 보이게 해준다.”

대립은 존재했으나 드러나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존재하게 한다. 자연은 건축을 존재하게 하고, 건축은 자연을 존재하게 한다. 그것이 건축과 자연의 유일한 관계다.​ (글 김영민 / 진행 한가람 기자)

 

Image courtesy of HDC Resort

 

Image courtesy of HDC Resort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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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레스건축(우준승)

설계담당

송시열, 김호겸, 김진관, 이선화, 김동욱, 표성미, 김준형

위치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석화로 431

용도

운동시설, 골프장 부대시설

대지면적

1,373,897㎡

건축면적

7,205.1㎡

연면적

9,963.02㎡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250대

높이

12.35m

건폐율

0.52%

용적률

0.3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화이트컬러 노출콘크리트, 송판 노출콘크리트, 자연석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자연석

구조설계

하모니구조엔지니어링

기계설계

대평엔지니어링

전기설계

영광기술단

시공

(주)이턴산업개발

설계기간

2020.1. ~ 2021.7.

시공기간

2021.7. ~ 2022.6.

건축주

HDC 리조트

조경설계

(주)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인테리어설계

디자인스튜디오

아트 컨설팅

숨 아트 큐레이션 & 컨설팅

골프코스설계

(주)로가이엔지


우준승
우준승은 유엔스튜디오(암스테르담), M.푹사스(로마), 텐 아르키텍토스(뉴욕) 등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레스건축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인문 · 사회 · 과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바탕으로, 공간의 지오메트리와 재료를 개발, 적용하는 것을 통해 건축과 삶에 변화를 추구한다. 대표작으로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서울자유발도르프학교, SM 셀러브리티 센터, 코코네사옥, M 스트리트 한남 등이 있다.
김영민
김영민은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설계를 하는 조경가, 글을 쓰는 사람이다. 건축과 조경을 함께 공부했다. 미국에서 도시설계와 조경설계 실무를 했고, 여러 나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론적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설계를 하기를 원하며, 설계를 끊임없이 각성시킬 수 있는 이론과 비평 작업을 해나가고자 한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세종시 도시상징광장, 광화문광장,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등이 있다. 『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 등 십여 권의 책을 썼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라는 책을 번역했다. 현재 바이런(Viron)의 디자인 디렉터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