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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빌딩

하우건축사사무소

안기현(한양대학교 교수)
사진
진효숙
자료제공
하우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내부와 외부의 마주침을 통한 풍경​

 

대상지와 마주하고 있는 6차선 도로는 근처 홍대지역과 다르게, 조용하다 못해 한적한 느낌을 준다. 이 도로에 다닥다닥 줄지어 서 있는 근린생활시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창빌딩은 그리 튀지 않으면서도 충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변에 다른 익명의 (크기가 같은 창문의 반복으로 천편일률적) 건물들과는 비교가 된다. 가로로 길게 뻗은 프레임이 만들어낸 단정한 육면체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보이드와 자작나무가 영창빌딩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여느 다른 건물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계획의 출발점

대다수 근린생활시설의 계획은 도시가 허용하는 범위(용적률과 건폐율), 즉 수치를 통해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 임계점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과 수단이, 지구상에 놓인 각기 다른 형태와 조건의 대지와 만나, 가장 보편적인 문제이자 각양각색의 답이 가능한 질문지가 된다. 더불어 이것은 건축주를 설득해나가는 건축가의 유용한 의사결정 도구이자 디자인의 시작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면 영창빌딩의 경우, 이런 숫자에 의존하지 않는 건축주와 그로 인한 자유는 반대로 쉽지 않은 시작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설계를 시작할 수 있는 도구 혹은 거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고, 건축가의 대답은 외부로부터의 개입(6차선 도로의 소음, 매연, 그리고 시선)에 민감한 건축주의 염려를 해결해주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자연환경(성산, 안산/북한산)에 대한 조망은 전략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함께 작동하여 설득을 끌어내고 의사결정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것은 건축을 설계하는 과정은 물론 시공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벌어지는 협상과 타협에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을 것이다.

 

가로로 길게 뻗은 프레임이 만들어낸 단정한 육면체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보이드와 자작나무가 영창빌딩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여느 다른 건물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내부와 외부를 마주하게 하는 방식

1층의 임대 공간과 분리된 직선의 외부 계단은 가로와 직접 연결되며 2층으로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계단을 올라가면 여유 있는 테라스 공간이 자작나무가 심겨진 화단과 함께 펼쳐진다. 수직 박스(얇은 계단)가 끝나는 지점에 수평(외부) 공간이 놓인다. 이 수평 공간은 구조체에서 연장된 프레임, 그리고 자작나무와 함께 흔한 창문 밖 모습을 정지된 장면으로 치환한다. 임대 면적을 넓히지 않고 확보한 외부 공간은 오르내리는 사람은 물론 2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깊이의 공간과 장면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2층에서 3층으로 이동하는 공간도 비슷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중간 지점부터 세 개 층에 걸친 보이드와 옥상까지 연결된 계단이 수직적으로 펼쳐져 긴장감을 더한다. 3층에 들어서면 개방된 사무 공간이 수평적으로 다시 한 번 펼쳐진다. 이번에도 수직과 수평의 공간이 조우하고, 수평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무 공간, 테라스, 접이식 루버, 그리고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레이어들이 공간 안에 다양한 층위를 형성한다. 직사광, 외부 시선을 걸러냄과 동시에, 깊은 공간감과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가로와 직접 연결되는 직선의 외부 계단은 2층으로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계단을 올라가면 여유 있는 테라스 공간이 자작나무가 심겨진 화단과 함께 펼쳐진다.

 

세 개 층에 걸친 보이드와 옥상까지 연결된 계단이 긴장감을 더한다.

 

3층과 4층이 연결되는 방식은 거꾸로다. 10m​ 높이의 대공간 중심에 놓인 계단, 그리고 계단 중간 큰 창에 쫙 펼쳐진 도시 풍경을 통해 만들어지는 넓은 시선과 개방감은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4층에 올라서면 내부 지향적인 공간구성으로 만들어진 중정(반외부 공간)과 만나게 된다. 외부로 개방되었던 느슨한 시선이 섬세하고 작은 공간으로 모인다. 넓은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으로 깊이와 크기의 차이로 발생하는 긴장감이 조성된다. 중정을 사이에 둔 접대 공간과 개인 사무 공간의 기능적인 긴장감도 한몫 한다. 마지막으로 옥상에는 크기가 다르게 구획된 세 개의 외부 공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깊이를 달리하며 때론 구조체에서 연장된 프레임과 함께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게 각기 다른 크기와 높이값을 가진 반외부 공간은 건물 전체에 배치되어 각 층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마주침을 만들어낸다. 수평과 수직의 공간적 특성을 교차해가며 공간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런 마주침을 극적으로 만든다. 외부로부터의 개입을 조율하고, 외부를 만나는 과정에 다양한 공간감을 생성하고, 결과적으로 실내와 실외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비단 계획 과정에 의해서 만이 아닌 감리 과정 중 상상만 하던 높이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진 실제의 풍경을 확인하고 집요하게 보완하고 변경하며 만들어낸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임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부분마다 언급되는 에피소드들은 그들이 쏟아 부은 많은 고민과 시간, 섬세하고 꼼꼼한 건축가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했다. 다만 1층의 외부 공간도 2, 3, 4층에서 조직한 다양한 외부 공간처럼, 치밀하게 계획되어 가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게 계획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계획된 공간도 주차, 차량 진출입구, 임대 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임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층은 전면도로를 향해 전창을 두어 파노라믹한 경관을 제공하면서도, 접이식 타공 루버와 자작나무가 소음이나 매연, 직사광, 외부 시선 등을 한번 걸러줄 수 있도록 계획했다.

 

4층에 올라서면 내부 지향적인 공간구성으로 만들어진 반외부 공간인 중정과 만나게 된다.

 

전략과 콘셉트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의 작업에 교수 혹은 선배 건축가가 매번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콘셉트가 무엇인지’다. 건축이 생성되는 과정은 건축주부터 벽돌공까지 수십 명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하며 수많은 조율이 일어난다. 그 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 있어야 계획부터 실행이 연속적일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묻는 질문이다. 그다음에 전략이 나온다. 중심이 되는 콘셉트를 잘 실행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돌아가서 영창빌딩 계획의 시작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영창빌딩의 콘셉트와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건축주가 던져준 문제에 대한 전략, 해법은 있었는데, 건축가가 주장하고 집요하게 찾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최대 면적의 임대 공간을 원하지 않는 조건에서 외부 공간을 도입하여 입체적인 파사드를 만드는 방법이었고, 이 콘셉트가 건축주의 염려를 해결해주는​ 전략(접이식 루버, 식재 등)으로 풀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건축가로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같은 시대에 함께 작업해가며 서로 배울 수 있는 동료로서, 내가 가져보지 못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방향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이 질문은 비단 하우건축에게만 묻는 질문이 아닌, 상업건물을 설계하고 있는 모든 건축가들에게 묻는 질문일 수 있다. 답이 없을 수도 있고, 하나일 리도 없다. 건축의 ‘가치’를 묻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연주 방법, 철학, 스타일을 가지고 연주하기에 우리에 의해 피아니스트로 불리듯이 말이다.

다시 돌아와 건축가가 계획한 섬세하게 조율한 평면, 구조를 연장해 완성한 단정한 형태, 3층 높이의 자작나무가 수평의 띠들과 어우러지며 전망을 사진처럼 남게 하는 것 등으로 충실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들의 섬세함과 집요함, 열정과 노력으로 쌓여갈 하우건축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진행 김정은 편집장>

 

옥상에는 크기가 다르게 구획된 세 개의 외부 공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깊이를 달리하며 때론 구조체에서 연장된 프레임과 함께 장면을 연출한다.

 

설계

하우건축사사무소(오세범, 이정민, 홍순목)

설계담당

황남인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08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317.7m2

건축면적

158.76m2

연면적

528.53m2

규모

지상 4층

주차

4대

높이

19.7m

건폐율

49.97%

용적률

156.0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마천석 혼드,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출콘크리트, 페인트, 멀바우 집성목 판재, 포셀린타일, 원목마루

구조설계

윤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출콘크리트, 페인트, 멀바우 집성목 판재, 포셀린타일, 원목마루

전기설계

(주)동명기술단

시공

(주)마노종합건설

설계기간

2016. 5.~ 12.

시공기간

2016. 11. ~ 2017. 7.

건축주

노혜경


오세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간삼건축에서 근무했으며, 2015년 하우건축사사무소 설립 이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상업시설, 어린이 놀이 공간 등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정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및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지산건축공모전에서 이토 토요 특별상(Special Prize by Toyo Ito)을 수상한 바 있다. 삼우설계와 디자인그룹 오즈에서 실무를 경험했으며, 현재 하우건축사사무소에서 근린생활시설, 공유주택 등을 설계하고 있다.
홍순목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다울건축, 희림건축에서 실무를 수행하면서 여러 설계공모에 참여하여 입상했고, 친환경 디자인 개발 연구에도 다수 참여했다. 2014년 건축에이전시S를 설립했고, 현재 하우건축사사무소에서 상업시설, 공공시설, 리모델링 등을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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