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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을 품은 나무집: 청수 목월재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강정윤, 이창규
사진
박영채
자료제공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지아 기자

「SPACE(공간)」 2023년 12월호 (통권 673호)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이 엉클어진 숲이라는 뜻으로 제주에서는 오랫동안 농사도 짓지 못하는, 땔감을 얻는 정도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제주의 자연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도 바다와 그 주변 풍광을 중시했던 건축에서 점점 중산간의 곶자왈과 과수원 풍경이 어우러진 환경친화적인 건축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청수 목월재(이하 목월재)는 청수 곶자왈과 산양 곶자왈, 두 숲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주변으로는 과수원과 밭들이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집들이 서 있어 전형적인 제주 중산간 풍경이다.

숲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목월재는 나무집이다. 우리가 사용할 사무실로 설계한 이 집은 제주의 집과 한옥을 모티브로 하되, 비바람이 잦은 제주지역에서는 짓기 꺼려하는 목구조를 적용해 목조와 한국적인 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해보고자 했다. 목재를 택한 것은 곶자왈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재료라는 판단에서였고, 기후 특성상 육지의 건축과는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하는 제주에서의 건축을 직접 실험해보고자 함이었다. 

빛을 흡수해 그 조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먹색의 집은, 삼각형 모양의 땅에 무덤덤하게 서 있다. 우리는 건물의 형태나 조형을 드러내기보다 자연과 공간이 만나는 방식, 즉 여러 공간의 켜가 시각적으로 연결되고 숲으로 이어지는 것에 집중했다. 인접한 비닐하우스도 이제는 제주의 흔한 풍경이기에 그것을 가리기보다 조화롭게 만들 방법을 고민했다.

 

 

 

무덤덤한 조형과 느슨한 공유

검은 목재로 외장을 두른 집은 조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덩어리가 숲속에 서 있는 형상이다. 곶자왈을 지나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길과 과수원 사이에 난 숲 올래를 만나게 된다. 자연스레 만든 둔덕 위로 산딸나무, 덜꿩나무, 삼색버드나무 등을 심은 숲 올래를 지나 서서히 건물에 진입하도록 했다. 올래는 돌담길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동시에 인접한 비닐하우스의 풍경과 조화를 이뤄 전혀 다른 두 건물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전이 공간의 역할을 겸한다.

길 끝에서 건물의 틈으로 방향을 틀면 작은 곶자왈 중정을 마주한다. 건물로 둘러싸인 이곳은 제주돌과 청단풍, 산수국, 고사리 등을 심은 작은 곶자왈로, 제주의 식생을 근경에서 즐길 수 있다. 집 문을 열면 높은 도토리나무 사이로 사철 푸른 곶자왈이 반긴다. 길에서도 보이는 동쪽 마당에는 계절감이 느껴지는 목련과 수사해당화, 철마다 피고 지는 화초들이 있어 어디서든 자연과 만날 수 있다.

 

 

 

익숙한 풍경의 가운데 마당집

풍경이 펼쳐진 높은 축대 위의 집을 계획하며 처음 생각한 것은 한옥의 배치와 평면이다. 사방으로 자연과 접하지만 내밀한 마당이 있는 ㅁ자로 건물을 배치한 후 높이 차가 있는 남쪽으로 누각과 같은 대청을 두는 것이 설계의 시작이었다.

숲 올래 끝, 건물의 틈 사이로 만나게 되는 가운데 마당은 실내를 거쳐 마주하는 닫힌 형식의 중정이 아니라, 들고 날 때마다 지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당집’이다. 마당 중앙에는 작은 정원을 만들고, 기단은 변화하는 목재 외장재와 대비되는 밝고 단단한 화강석을 사용해 마감했다.

남측 공간은 그간의 한옥 작업을 통해 익힌 비례감으로 2.4m를 한 칸으로 하는 공간구성과 기둥과 보가 그대로 드러나는 방식으로 계획했으나, 창 너머의 푸른 숲을 고요하게 바라보기 위해 구조의 소란스러움을 가리고 공간만 남도록 단순화했다. 대신 한옥의 들창을 변형한 삼베 목창호를 설치해 따스한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게 했다.

 

 

 

땅의 형상을 따른 높이 계획

대지는 남쪽 도로보다 2m 정도 높은 곳에 자리한다. 이 높이 차는 동쪽 길을 따라 올라오며 서서히 극복된다. 대지 내 동서 방향의 레벨 차는 외부 기단과 내부 단 차로 조절하고, 공간마다 바닥과 지붕의 높이에 변화를 주어 풍요로운 공간감을 갖도록 했다.

습기 관리가 중요한 목구조 집에서 일정 높이의 기단을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목월재가 자리한 땅은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점차 낮아져 기단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다 보면 동쪽이 현저히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진입부의 올래를 지나 계단을 통해 건물로 들어선 후 회의실을 거쳐 다시 한 단 아래의 정원과 가까워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었다. 땅과 가까운 제주집을 의도한 것이다. 그렇게 삼각형 대지의 끝을 향해 놓인 서재 일부와 휴게 공간은 각각 300mm, 450mm로 낮춰 땅과 만나는 깊은 공간으로 계획했다.

 

 

 

가벼운 구조, 묵직한 분위기

사면이 열린 집이지만, 목구조의 특성과 제주의 풍압 등 기후환경을 고려해 일정 크기의 벽을 두고 사이사이에 창을 냈다. 외부를 향해 시원하게 열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나 철골구조와는 다른 접근으로, 그로 인해 생긴 아늑함 속 개방감은 창 너머의 풍경을 고즈넉이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목월재에는 두 곳의 높고 넓은 공간이 있다. 목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일부를 철골구조 또는 중목구조로 만들거나 와이어나 철물로 잡아주어야 했는데, 중목구조에 익숙지 않은 제주에서 중목구조로 시공하기에는 비용이 부담됐고, 와이어나 철물은 세련돼 보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한옥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에 구조 소장과의 협의를 통해 현장에서 구조목을 겹쳐 하중을 분산하고 풍압을 견디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현장에서 집성된 구조 기둥과 보를 햄록 판재로 감싸고, 사무실의 보 위로는 동자주를 세워 한옥 구조를 경량목구조로 치환했다.

 

Diagram of reinforcement parts of timber structure

 

풍토를 고려한 재료와 마감

습도 조절에 유리한 목재는 습기가 많은 제주, 특히 곶자왈 주변과 잘 어울리는 재료다. 내부 곳곳에도 자연 소재를 사용해 양명한 빛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쾌적함을 유지하도록 했다. 목월재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자연과 소통하는 창이 있다. 회의실 복도와 화장실, 다락 등에는 천창을 설치했는데, 그중 회의실에는 굴뚝과 같은 깊은 천창을 만들고 측면에 조명을 달아 궂은 날씨나 밤에도 자연광이 들어오듯 계획했다.

외장은 습기에 강한 삼나무로, 단단함을 요하는 바닥과 계단은 오크로 마감했다. 천장과 벽은 결이 고운 편백 무절 루버와 햄록 판재를 사용했으며, 스테인을 칠하지 않아 자연스레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다락은 한지로 마감해 아늑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월간 「SPACE(공간)」 673호(2023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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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강정윤, 이창규)

위치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청수서5길 1-64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704m²

건축면적

149.25m²

연면적

149.25m²

규모

지상 1층

주차

1대

높이

5.38m

건폐율

21.2%

용적률

21.2%

구조

경량목구조

외부마감

삼나무

내부마감

콘크리트 폴리싱, 원목마루, 포세린 타일, 친환경 수성페인트, 한지, 햄록 판재, 편백

구조설계

(주)두항구조안전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한성이엔지

설계기간

2016. 6. ~ 2017. 5.

시공기간

2017. 11. ~ 2022. 6.


이창규, 강정윤
이창규, 강정윤은 각각 제주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구가도시건축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5년 이들이 설립한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는 음악에서 기본이 되는 근본음 ‘a root’처럼 건축의 근본을 탐구하며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고유한 공간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오래된 시간과 장소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제주 어머니집(2015), 슬로보트(2018), 고산집(2017), 과수원집 소원재(2019), 청수 목월재(2022) 등이 있으며 건축 조사와 연구, 공공건축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0년에는 고산집으로 제주 건축문화대상 특선을, 2023년에는 청수 목월재로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