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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생활문화의 접점, 서울여성역사문화공간 '여담재'

천장환 + 아이건축

천장환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천장환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역사와 생활문화의 접점

 

서울 창신동에 위치한 대상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로 둘러싸여 있으며, 낙산에서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해 단차가 약 10m에 이르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1983년에 지어졌다가 2003년부터 버려진 구 원각사 부지는 사찰의 특성상 주변과 단절되어 있고, 지어질 당시엔 남쪽에서 접근이 가능했으리라 추정되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엔 커다란 옹벽이 생겨 북쪽의 낙산로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 2012년 서울시에서 약 40억 원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였으나 그 후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년간 버려졌던 이 공간에선 비행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였고,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긴 원각사가 지하의 일부분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는 『지봉유설』(1614)을 쓴 이수광 선생의 생가 비우당과 단종의 비였던 정순왕후의 설화가 얽힌 거북바위, 자주동샘 등 역사·문화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땅이다.

 

 


 

원래는 종로구 구립 어린이 도서관으로 계획되었으나 협의 과정에서 계획이 틀어져 완공된 이후 약 1년 간 다시 한 번 버려지게 되었다. 건축가가 위원장이 되어 서울시 공무원, 전문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다양한 운영 방법을 모색하였으나 뚜렷한 해법이 없어 난항을 겪던 와중에 우연히 서울시에서 여성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하려는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차례의 협의 끝에 여성정책과에서 이곳을 운영하기로 결정되었다. 다행히 여성사 도서관이라는 공간조성 기획이 조선시대 여성의 역사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 특성과도 맞아떨어졌다. 프로그램도 여성사 연구, 교육, 행사를 위한 공간 및 여성사 책방과 어린이 도서관이 들어가는 등 원래의 공간구성을 거의 변화없이 그대로 수용할 수 있었다. 2020년 12월에 임시로 개관하였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여파로 현재는 문을 닫은 상황이고, 2021년 5월 초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대지를 처음 봤을 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의해 망가진 산세와 무신경한 근린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구 원각사 부지는 폐쇄적인 공간구조로 인해 주변과의 연계가 매우 부족했다. 이처럼 주변의 개발에 의해 변화된 대상지의 옛 길과 지형을 최대한 회복하고 대지가 가진 역사적 장소성과 주민들의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장소성이 갖는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

 

 

 


 

공원과의 사이에 놓인 거대한 옹벽을 철거하고 자연스럽게 원래의 지형을 회복하여 주위에 위압적이지 않고 경사지에 어울리도록 안착시키되 분절된 매스 사이의 틈을 통해 근린공원, 비우당, 대상지가 단절되지 않은 하나로 인식되도록 하였다. 도로변에서 사람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낙산로와 같은 레벨로 데크를 만들고 단층의 카페 겸 전시 공간을 통해 하부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연결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만나는 각기 다른 특성의 내외부 공간에서 주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기를 바랐다. 카페 겸 전시 공간은 가운데 폴딩도어를 설치하여 필요에 따라 전시, 세미나, 교육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종교색이 짙은 기존 건물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하여 전체를 철거하고 새로 건축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었으나 기존 건물의 구조가 담고 있는 고유함과 새로운 구조가 대비를 이루면서 전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다고 판단되어 기존 건물의 건축 요소 중 지붕과 목재기둥, 하부구조의 골조를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 대웅전과 산신각 중 산신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엘리베이터 및 계단실을 설치하여 도로에서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하였으며, 철거한 산신각의 기와는 내외부의 마감재로 재활용하였다. 대웅전의 벽체를 털어낸 후 금속 디테일로 목재기둥을 보강하였고 하부의 요사채를 철거하며 거칠게 남겨진 모습은 있는 그대로 두었다. 기존 건물의 남겨진 구조 사이로 유리박스를 끼워넣어 2층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1층은 여성사 책방으로 만들었다. 어린이 도서관의 슬래브 일부를 철거하고 상부의 유리박스와 하부의 남겨진 요사채 부분을 계단식 공간으로 연결하여 각종 강연 및 세미나, 구연동화, 공연 등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상부에서 이 계단을 감싸는 책장은 정순왕후의 설화에 나오는 ‘거북바위’를 모티브로 디자인하여 아이들이 책장 주변에 편하게 둘러앉아서 책을 읽고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세 개의 덩어리로 된 독특한 공간구성은 서로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유기적으로 관계하면서 하나의 커다란 전체를 이루게 된다. 나무와 콘크리트, 유리가 어우러지는 덩어리는 도시의 단편을 만들며 마치 자연발생된 도시의 조직인 듯 느껴지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근린공원의 숲이 보이며 건물 전체가 주변에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든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설계부터 4년여에 걸친 여정 끝에 서울여성역사문화공간 여담재가 간신히 첫발을 떼게 되었다. 앞으로 공간의 운영뿐만이 아니라 여담재에서 관리를 하게 되는 비우당 및 자주동샘의 활용, 예산부족과 원각사와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외부 공간, 근린공원과의 관계 설정 등 운영 주체, 지역 주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작이지만 이 공간이 여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글 천장환 경희대학교 교수 / 진행 김정은 편집장)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천장환(경희대학교) + 아이건축(이태영)

설계담당

최하영, 신동경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낙산길 202-15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968.9㎡

건축면적

391.54㎡

연면적

763㎡

규모

지상 1층, 지하 1층(A동) / 지상 2층, 지하 3층(B동)

주차

5대

높이

9.34m(A동) / 8.52m(B동)

건폐율

40.41%

용적률

33.8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시멘트벽돌, 목재패널, 샌드블라스트유리, 로이복층유리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시멘트벽돌, 열연강판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동방엠이씨

전기설계

(주)조은기술단

시공

(주)정로건설

설계기간

2016. 11. ~ 2017. 6.

시공기간

2017. 9. ~ 2019. 12.

공사비

15억 원

건축주

서울시


천장환
천장환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등록 건축사이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5년간 뉴욕과 보스톤에서 다양한 실무를 익힌 후 2009년부터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에서 3년간 조교수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2년부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에 재직 중이고 서울시 공공건축가 및 청주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이머시스건축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건축 리서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구로구 항동 어린이집으로 2015년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고덕119 안전센터로 2016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2013), 『건축을 위한 그래스하퍼』(공저, 20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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