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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시설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가능성: 남양 성모성지 초봉헌소 + 변전소

HnSa 건축사사무소

한만원
사진
김용순
자료제공
HnSa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다양한 풍경이 중첩되는 초봉헌소 

2012년 남양 성모성지에 처음 발을 디디면서 수행했던 프로젝트가 초봉헌소였다. 성지의 야외 공간 자체가 여러 기도길을 포함한 하나의 커다란 성당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크게 사회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초봉헌소는 바로 그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초봉헌소의 내부 공간은 전면 유리를 통해 성지로 진입하는 길과 시각적으로 직접 소통한다. 초를 봉헌하는 선반 뒷편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밖에 세워진 성모상을 마주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길에서 깊은 처마와 유리벽을 통해 선반 위에 놓여진 초들이 보이고, 그 너머의 창을 통해 바깥 풍경과 성모상이 중첩되어 보인다. 또 유리가 지니는 물성으로 그 위에 반대쪽 풍경이 반사되며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보는 각도와 태양의 위치, 봉헌된 초의 양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항상 변화하며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모습이 아름다운지 진입로를 따라 올라오던 사람들이 초봉헌소 앞에 멈춰서 카메라를 꺼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어떤 방문자는 남양 성모성지를 산책 삼아 찾을 때마다 초를 봉헌해왔고, 오랫동안 그 일을 지속해오다 보니 어느덧 가톨릭에 귀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노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초봉헌소를 설계할 때 수많은 초들이 타면서 만들어지는 그을음과 환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초봉헌소 내부의 천장은 그동안 축적된 그을음에 의해서 까맣게 변해버렸고 그 검은색은 매우 순수하고 고우면서도 아름답다. 초들이 놓인 곳의 상부에는 일종의 굴뚝 같은 자연 배기장치가 있어, 바람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개구부보다 중간이 좁은 연통이 베르누이의 원리에 따라 공기를 빨아올리고 또 밖으로 배출하며 공기질을 유지한다. 전면 유리 사이의 가느다란 홈들은 공기의 인입을 손쉽게 하여 효율적인 내부 환기를 이루어낸다. 초기에 계산했던 개구부의 크기는 환기량이 지나치게 풍부하여 초가 너무 잘 타고 와류로 인해 촛불이 흔들리며 꺼지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테이프를 이용하여 환기량을 조정해보았고, 결국 적정치를 발견하여 그에 맞는 크기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고정적으로 설치했다. 가느다란 띠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무채색의 차분한 공간에 외부의 빛과 어우러지며 빛나는 생기를 제공한다. 햇빛의 위치와 양에 따라 찬란하게 빛나기도 하고 건물 내부에 빛을 뿌리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건물은 고정되어 있지만 시간과 계절에 따라 항상 변화하는 태양에 맞게 무수히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태양이 지면 봉헌된 초가 주변을 밝힌다. 성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간 밤의 적막 속에서도 초는 일정한 시간 동안 스스로를 불태우고 나서야 꺼지는데, 늦게까지 성지를 밝히는 그 모습이 또 다른 아련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전망대가 되는 변전소

남양 성모성지 내에 여러 건물이 세워지며 전기 용량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었다. 기존 변전기에는 모든 건물의 배선이 집중되어 있어서 동일한 위치에 새로운 변전소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원래 있던 변전기를 평소처럼 사용해야 하는 조건도 있어, 대성당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과 최소의 시간차를 두고 변전소 공사와 전기 인입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변전기가 설치될 공간은 추후 증설될 용량까지 계산하여 한 층에 넓게 확보했다. 기계가 작동하며 발생하는 열을 처리하기 위해 건물 바닥에 급기 공간을 설치했고, 항상 개방할 수 있는 창을 계획하여 자연 환기를 통해 열을 배출하도록 만들었다. 건물 전면에는 검은색 철판으로 된 문을 설치하여 나중에 장비를 쉽게 반입·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길과 연결되는 변전소의 위치는 7부 능선 정도의 높이에서 파묻히며 성지 전체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적 가능성이 보였다. 건축은 단순히 그것이 만들어지는 기능을 넘어서서 그 구조물과 장소적 특성이 어우러지면서 전혀 새로운 공간적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변전기를 한 층으로 집합시키고 캔틸레버로 변전기가 있던 건물을 공중에 띄우면서 옛 장비를 철거하고 전기 인입공사를 마무리하는 안을 구상했다. 그 상부에는 기도길에서 접근 가능한 테라스를 만들어 남양 성모성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성지 여기저기 놓아두던 돌 의자를 그곳에 뿌리듯 늘어놓아 6~7명이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듯한 장소를 만들려고 한다. 기도길의 끝자락을 걷던 사람들은 허공으로 뻗어나간 테라스를 만나고, 그곳에서 성지 전체를 바라보며 마치 성지의 중심에 떠 있는 듯하면서도 성지의 능선들 속에 파묻힌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차분하고 따뜻한 공간적 체험과 함께 남양 성모성지를 찾은 의미를 다시 묵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한만원 / 진행 김예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HnSa 건축사사무소(한만원)

설계담당

이재원, 정요한 / 정요한, 김상훈

위치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용도

종교시설, 변전시설

대지면적

90,956㎡(성지 전체 면적)

건축면적

47.98㎡ / 116.48㎡

연면적

47.98㎡ / 172.8㎡

규모

지상 1층 / 지상 1층, 지하 1층

높이

3.83m / 8.9m

건폐율

5.85%(성지 내 전체 건물)

용적률

6.36%(성지 내 전체 건물)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정현구 / 이든구조

기계,전기설계

한일엠이씨

시공

직영공사 / 장학건설

설계기간

2012. 2. ~ 7. / 2018. 8. ~ 2019. 7.

시공기간

2012. 7. ~ 10. / 2019. 6. ~ 2020. 12.

스테인드글라스

손승희


한만원
한만원은 홍익대학교와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페르난도 몬테스 사무실과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아키텍티에서 근무하였다. 1996년 이후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며 서울건축학교, 경기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었다. 젊은건축가상, 서울건축문화제,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등의 운영위원장과 파리 한국건축전(2014), 런던 한국건축전(2015) 커미셔너를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HnSa 건축사사무소 대표이며 여러 해외 건축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들도 수행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가나아트샵, 안중성당, 이촌동 동부 센트레빌, 유연제, M 하우스, 왈종 미술관, 한운사 기념관, 디어스 사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