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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 SAI. 01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이상대
사진
김재윤
자료제공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도시, 마당, 담장 이야기

 

 

마을 풍경 

우리의 일반적 도시 주거지역은 담장을 경계로 주택이 모여있는 풍경이다. 담장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가르는 가장 단순한 건축 구조물이었고, 담장 안으로 마당을 품고 있는 모습은 익숙한 우리의 주거 공간이었다. 이는 유럽 등 다른 나라 도시에서 공동주택이 도시 가로에 직접 접하면서 내부 중정을 갖는 유형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근대화가 변곡점을 맞이하는 1990년대 이후 주거 유형은 단독주택이 다가구, 다세대 등으로 또는 아파트로 점점 대체됨으로써, 마당과 담장이라는 건축 요소의 오래된 상호관계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린 듯하다.

서울에는 강북의 평창동, 성북동, 한남동 등 고급 주거지역과 강남역 근처 국기원을 중심으로 하는 역삼동 언덕 등이 제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남아있다. 강북의 세 지역은 전통적 주거지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며, 거대한 담장과 그 너머 보이는 나뭇가지들이 단독주택과 어울리는 그 지역만의 마을 풍경을 보존하고 있다. 반면, 강남역 주변 역삼동 일대는 도시 기능이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지역을 받쳐주는 배후지역으로 변모하면서, 단독주택 중심의 경관이 근린생활시설 중심의 경관으로 바뀌어가며, 전형적인 주거지역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도시의 기능과 경관이 급격히 바뀌어가는 상황은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화되어서, 변화를 자각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아있는 따스한 마을에 대한 기억 한 조각을 -변해가는 도시 풍경 속에 남김으로써 과거와 미래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간판으로 뒤덮인 상업건물이 가로에 바싹 얼굴을 들이밀거나, 건축물은 뒤로 후퇴했지만 주차장이 가로변을 점령하는 모습이 아닌, 마당에 있는 나무가 슬쩍 담장을 넘어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사계절을 만들어내던 마을의 기억을 담아내고 싶었다.

 


바깥마당에서 바라본 가로 

 

안마당

 

 

담장 들어 올리기

역삼동 SAI. 01 프로젝트의 대지는 강남역과 국기원 사이 조용한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두 면이 가로에 접한 경사지로, 주된 가로에 해당하는 6m 도로변은 근린생활시설들로 변모해가고 있으며, 4m 도로변은 다가구주택 등에 둘러싸여 있다.

계획 방향은 기존 가로에 면해 있던 닫힌 담장의 형식을 들어 올려진 열린 담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들어 올려진 담장은 내부의 마당이 주변 가로와 연계되는 모습을 극대화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고 개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되었다.

담장은 SAI. 01 프로젝트의 자연스런 정면이 되고, 담장은 마당, 내부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도시 가로의 경관을 만들어낸다. 또한 내부에서 바라본 담장은 외부와의 물리적 경계로의 역할을 넘어서, 빛의 궤적을 드러내는 건축 요소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광 담아 마당과 함께 내부 공간의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담장은 마당과 연계되는 방식에 따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재구성하면서, 내부 공간에서의 시선 흐름을 도시로 확장해주는 역할과, 내부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건축 공간의 경계를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중간마당과 실내

 

 

바깥마당, 안마당, 중간마당

1종 전용주거지역은 50%의 내부 공간을 만드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50%의 외부 공간을 만드는 이야기로 전환될 수도 있다. 역삼동 SAI.01에서 외부 공간은 세 가지 유형의 마당으로 구성된다. 

‘바깥마당’은 6m 가로에 접하여, 북측 담장과 함께 도시 가로에 열린 경관을 만들어낸다. 건축을 배경으로 서있는 자작나무와 화살나무는 열린 마당의 이미지를 배가하며  한가로운 풍경을 만든다. 또한 이 마당은 계단, 복도, 실내 공간에서 북측 담장과 함께 다양한 각도와 높이에서 경험되는 이 프로젝트의 중심 공간 역할을 한다.

‘안마당’은 4m 가로변에서 들어 올려진 마당으로, 주거지역 이웃과의 상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남측 담장에 둘러싸여, 단독주택에서 보이던 사용자들을 위한 내부 마당의 역할을 한다. 외향적 바깥마당과 내향적 안마당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공간 특징을 만들어낸다.

‘중간마당’은 1층의 바깥마당과 수직적으로 연결되면서, 내부 깊은 곳까지 자연광을 유입해주는 중심 공간이 되며, 4m 가로변으로 시선을 확장해 양측 가로를 입체적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지상 2층 유리 루버와 외부공간 

 

 

마치며

담장과 마당은 한국적 주거 공간의 상징적 요소로서, 마을의 풍경을 만들어왔다. 현시점의 서울은 근대기에 형성된 도시구조까지도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말자는 이야기는 너무 진부해질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의 경관을 만들었던 요소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역삼동 SAI. 01 프로젝트가 기존 주거지의 기억을 흔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주변 지역과 경관적 연속성을 만들어내고, 지역의 고유한 도시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설계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이상대)

설계담당

연웅희, 김승현, 차준연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20-6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553.2㎡

건축면적

275.16㎡

연면적

797.19㎡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6대

높이

9.17m

건폐율

49.74%

용적률

96.2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알미늄복합패널, 칼라에칭유리

내부마감

인조대리석, 스테인리스스틸

구조설계

하모니구조

기계설계

성신설비

전기설계

천일이앤씨

시공

㈜재윤디앤씨

설계기간

2018. 4. ~ 2019. 6.

시공기간

2019. 7. ~ 2020. 6.

공사비

21억 원

건축주

양수영, 양혜진, 양서희


이상대
이상대는 연세대학교와 프랑스 파리 벨빌 건축대학교에서 건축설계 및 이론을 공부를 했다.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및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며,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대표로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주변과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건축을 하고 있으며, 빛과 재료로 표현되는 건축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리모델링 협회상, 농촌건축대전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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