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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광운 인테리어 | 하이퍼스팬드럴

하이퍼스팬드럴

글
전재우
사진
김범중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5년 2월호 (통권 687호) 

 

 

광운 인테리어(2024), 송정동에 위치한 4.5평 공간. 일종의 가성비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다. 뚜렷한 목적이나 용도가 없는 공간으로 표면처리(소위 말하는 인테리어)에 대한 건축적 실험이다. 임시로 설치됐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1929)이 계획된 수명을 넘기며 더 이상 파빌리온이 아닌 ‘건축물’(1986)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고 일단 우겨본다). 광운 인테리어는 한국 건축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핵심 요소인 ‘가성비’와 ‘급조’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보여준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건축적 표면처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파빌리온의 외장재(벽)는 구조적 기능에서 해방돼 독립된 오브제 그 자체로 존재한다. 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는 벽은 다양한 대리석들을 북매칭해 가공했는데, 이는 단순한 피막이 아닌 재료의 과잉을 과시하면서 정교하게 조율된 전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이것은 건축물인가, 하나의 거대한 추상화인가?’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임시 구조물에 지나지 않던 파빌리온은 부활해 영구적 산물이 됐다. 표면 자체의 숭고한 힘을 기념하는 모뉴먼트가 된 것이다. 

 

송정동 한복판으로 급히 소환해낸 파빌리온의 탄생 과정은 이러하다. 공간 내부를 대리석으로 칠갑하기엔 힘(돈)이 부쳤기에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원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상징과도 같은 대리석의 물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렌지가 3%만 들어가도 오렌지 주스이지 않은가? 우선, 세월의 흔적만큼 쌓인 벽지로 뒤덮인 기존 콘크리트 벽을 수작업으로 긁어냈다. 그러자 얼추 대리석과 흡사한 무늬가 생겨났다. 물론 수억만 년 지각변동이 만들어낸 무늬와 같을 수 없겠지만, 인위적인 무늬라 할지라도 수십 년 동안 덧방 시공된 여러 겹의 벽지가 적층된 세월의 풍파를 들춰낸 작업이니 이 또한 역사가 깊다. 우연과 필연을 적절히 섞어 만들어낸 무늬는 최고급 채석장에서 나온 무늬와 동일하게 복제 불가한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세월에 잠식됐던 벽의 표면을 들춰낸 후 여러 약물처리를 거쳤다. 락스, 중성세제, 에폭시, 미백제 등 우중충한 피부톤에 메이크업을 발라주듯 표면을 가공한다. 광운 인테리어 표면의 건축적 텍토닉은 화장법과 흡사하다. 

 

천장은 또 어떠한가? 후술하겠지만 이는 ‘K-카우보이’와의 콜라보가 빚어낸 의도된 하자이자 걸작이다. 처음엔 커다란 반사판으로 천장을 덮어 4.5평을 9평으로 보이게 하는 묘안을 세웠다. 더불어 인위적이지만 ‘자연 대리석만큼이나 훌륭한’ 광운 인테리어의 벽면이 매끈한 반사판을 통해 북매칭되는 착시 효과도 노렸다. 그러나 설치 노하우의 부재로 울퉁불퉁해진 천장은 뜻밖의 영감을 선사하게 된다. 미묘하게 일그러진 천장을 원작의 수공간(호수)이라고 상상해 보니 물결치듯 넘실대는 역동적인 표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천장에는 게오르그 콜베의 조각상 ‘새벽’을 오마주한 ‘광운요정’ 피규어도 매달려 있다. 흡착판으로 아슬하게 매달린 여인은 원작의 도플갱어로 동이 트는 새벽녘이 아닌,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방문객들을 향해 피곤한 듯 눈을 가리고 있다. 

 

가성비와 급조의 하모니로 탄생한 광운 인테리어의 숨은 주역은 단연 K-카우보이다. 광야의 벌판을 달리는 서부 총잡이처럼 타카를 쏘고 분진을 뒤집어쓰면서도, 빡! 쏵! 찍! 망설임 없이 작업을 이어간다. 제일 싸고 제일 편함을 추구하며 4.5평 작은 공간을 압도하는 그들의 방식은 건축에서 지향하는 정교함에 혼돈의 카오스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공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자칫 난장판미완성이라 여길 법한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이 ‘오류’들 또한 철저히 의도된 노림수다. 벽에 남은 유성펜 자국, 방치된 엄나무 막대기, 미흡한 설치로 일렁이는 천장 반사판까지 이 모든 요소들은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이른바 K-시공 방식을 세계관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을 택한 결과다. 이것은 마치 잭슨 폴록이 우연히 흘린 물감을 예술로 승화시켰듯, 급조와 무작위성으로 공간의 새로운 미를 정의하는 시도다. 

 

K-수지타산에 맞춰 척박한 서울 땅에 소환해낸 바르셀로나의 정취, 광운 인테리어는 단순한 모방을 초월해 기존 건축물의 권위를 뒤집는 작당모의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하자와 급조, K-카우보이의 거친 숨결이 만나 탄생한 이 4.5평의 엉뚱한 실험실은 오히려 모방한 원작의 본질적 속성을 정제시켜 ‘엑기스’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공간이다. ​ 

 

 

 

초읽기작 건축가 연보

 

전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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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11. 한국 출생

1999. 9. 캐나다로 이민

2008. 3. 고등학교 때 짝사랑이 신청하는 과를 따라 건축학과에 지원(짝사랑은 합격 못함)

2009. 10. 도서관에서 우연히 「엘크로키」 OMA 를 발견: 렘 쿨하스와 사랑에 빠짐

2014. 3. 피터 쿡이 크리틱 도중 “얘는 절대 건축가는 못 될 것 같다”고 말함: 오기 발동

2016. 8. 학업을 마친 후 캐나다 설계사무소에서 실무 병행. 회사 내 점심 회동 중 멍 때리고 있다

갑자기 하이퍼스팬드럴이라는 이름을 떠올림

2020. 1. 「피진 매거진(Pidgin Magazine)」에 하이퍼스팬드럴 정신의 근간이 되는 에세이 ‘더블 스킨’ 게재

2020. 2. 대학원 동기의 (금융적) 설득으로 상하이 사무소로 이직 후 실무 시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국

2020. 9. 2020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R 레지던시 연구자로 선정, 한국 장기체류 결정

2020. 12. 하이퍼스팬드럴 사업자 등록: 당시 생소한 이름 때문에 공무원이 상호명을 세 번이나 틀렸다는 것이 정설

2021. 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필라델피아를 위한 외투’라는 작업으로 참여: 

페이퍼 아키텍처와 생업 유지에 관한 고민이 생김. 건축적사무소 허성범 소장과 첫 만남

2022. 2. MBTI 를 고안해 만든 평면 에코백 출시: 기념품에 대한 최초 시도

2022. 4. 이래 봬도 미국건축사 취득

2022. 5. 2022 서울머니쇼에서 배우 지진희에게 하이퍼스팬드럴을 응원하는 사인 받음

2022. 9. 개인전 <기념비 없는 기념품> 개최: 기념품에 내포된 실용성에 집착하지 않는 무목적성에 대한 탐구

2023. 3. 얼떨결에 벚꽃 먹구름 플래시몹 시작: 잠시 직책이 교주로 변모

2023. 7. 서울마루 공공개입 공모에 참가: 결선작으로 선정되면서 하이퍼스팬드럴 특유의 방법론이 건축적 매체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오래가지 않음)

2023. 9. TALK! 시리즈 기획: 눕방 강연으로 전형적인 건축 담론 형식의 탈피 시도.

미드데이 정해욱 오연주 소장과 첫 만남

2024. 1. 유튜브 시작: 건축의 예능적 설파와 그 가능성에 대한 실험, 본격적으로 고삐 풀림

2024. 4. <도시 시도> 전시 참여: 참여한 건축가들과 연대감 조성, 함께하는 크루 결성 

월간 「SPACE(공간)」 687호(2025년 0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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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하이퍼스팬드럴(전재우)

위치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11길 34-1

용도

다목적 공간

연면적

15㎡

규모

지상 1층

높이

2.6m

구조

콘크리트조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덧방 벽지, 아크릴 반사판

설계기간

2023. 12. ~ 2024. 3.

시공기간

2024. 4.

건축주

전재우

설계범위

인테리어를 빙자한 임시 설치물


하이퍼스팬드럴
하이퍼스팬드럴은 건축계에 새로이 제시하는 필수 개념이자 일종의 무브먼트다. 이 혁신적인 개념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산물과 (쓸모 없어 보이는) 주변적 행위 그 자체를 하나의 서브컬처로 재해석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건축계의 모든 성공과 실패, 엉터리와 낭비를 예술로 (둔갑 혹은) 승화시키며, 건축계의 숨겨진 면모를 색다른 시선으로 소비하고자 시도한다. 물론 이 시도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