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4월호 (통권 677호)

공원 진입부의 새로운 도시 풍경
미사누리공원은 하남 미사강변도시를 관통하는 공원으로, 미사호수공원을 한강과 연결하는 척추와 같은 도심 속 녹지다. 대지는 공원 끝자락으로 진입하는 코너에 위치한다. 두 세대가 함께 사는 주택이자 음향 감독인 주인 세대의 사옥으로 사용될 이 건물은 길모퉁이에서 어떤 자세로 공원 입구의 인상이 되는 풍경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먼저 공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경관을 고려해 건물을 공원 진입로인 대지 남측 면에서 건축선보다 한 걸음 더 물러서도록 계획했다. 1층은 주차장 및 지하 1층과 연계된 선큰가든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비워내고, 공원과 맞닿아 있는 서측은 기존 공원을 연장한 조경 공간으로 조성했다. 들어 올려진 지상의 볼륨은 공원 진입부에서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다. 비워낸 공간을 통해 길에서 공원까지 열린 시야를 확보하고, 건물 뒤 공원을 시각적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또한 1층 필로티의 천장 면에는 금속 루버 사이로 조명을 설치해 공원을 이용하는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꾀했다. 1층 필로티 공간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노는 아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자, 오고 가는 이웃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사용된다.
공원을 드나드는 많은 주민들은 공사 기간과 완공 이후 수차례 건물의 용도를 물어왔다. 공원 입구에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외관에, 아이들은 얼굴 모양이라며 즐거워했고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위에서 내려다보니 꽃 같아 보이기도 하더라며 관심을 표했다. 산책하던 한 어르신은 건물이 갤러리인지 묻고는 지나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
새롭게 시작하는 한 가족(Beginners)의 일터이자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에서 가족의 꿈을 담아낼 수 있는 크고 작은 건축적 공간[Big(Inner)s]으로 진화했다. 건물은 총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됐는데, 6m 이상의 높은 층고를 가진 지하층은 건축주의 음향 스튜디오로 계획됐다. 차음에 민감한 작업실을 제외한 공간들은 선큰가든과 면해 지하임에도 종일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지상층은 ㄷ자형으로 공원과 최대한 마주하도록 거실과 방을 배치했다. 도로와 면한 계단실에는 지하 1층부터 하늘까지 열린 완충 공간을 함께 계획해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2층은 주인 세대 부모님의 거주 공간으로, 거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나의 바닥 레벨로 구성했다. 1.5개 층 높이의 층고를 가진 거실에서는 공원으로 열린 커다란 창을 통해 바깥의 숲을 조망할 수 있다.
스스로를 시작하는 사람이라 칭하는 젊은 주인 부부 세대와 어린 남매가 거주하는 3층은 거실, 안방, 아이들 방, 다락, 옥상까지 네 개 레벨로 구성됐다. 이를 연결하는 동선은 아이들이 직접 이름 붙인 ‘계단 놀이터’로, 다양한 놀이 활동이 일어난다. 이 동선에는 삼각형의 천창, 높은 측창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이 들며 생동감을 더한다. 특히 최상층과 옥상 계단으로 이루어진 구간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연극을 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고, 가족들의 야외 영화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옥상 테라스는 높은 아파트들 사이에서 하늘로 열린 아늑한 외부 공간이자, 도심 한복판에서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주택 생활이 처음인 가족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준선에 따른 규칙과 변주
복잡한 내부 공간 구조를 담고 있는 건물이지만, 입면에 나타난 800mm 높이의 수평 기준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바닥과 창의 높이를 개별 공간의 필요에 맞게 세밀하게 조직해 간결한 도시 풍경이 되도록 했다. 밝은 무채색 벽돌은 공원과 도시의 배경이 되고, 벽돌 사이 갈색의 금속 띠는 창, 문, 난간 등과 같은 건축 요소로 활용해 익숙한 재료로 낯선 풍경을 만들고자 시도했다.
공원과 길에 맞닿은 표면들은 자르거나 안쪽으로 둥글게 밀어 넣어 크고 작은 테라스를 만들고, 측창을 내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프라이버시를 유지했다. 동시에 빛과 풍광이 충분히 들도록 계획했다. 외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실들은 창의 크기와 너비를 기준선에 맞춰 조정했다. 3층에서 다락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곳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긴 창을 내고, 다이닝 공간에는 식탁에 앉았을 때의 눈높이를 고려해 수평적으로 긴 창을 냈다. 2층 거실에는 나무 한 그루를 오롯이 담을 수 있을 만큼의 큰 창을 내어 공원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하며 그 풍경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도록 했다.


소통하는 구멍들
이 프로젝트에서는 크고 작은 숨구멍을 건축적 장치로 사용했다. 지하의 남측 선큰은 빛을 들임과 동시에 음향 스튜디오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고, 건물 중심에 위치한 중정은 계단과 함께 지하부터 하늘까지 열려 지하의 작업실에서 3층 안방까지 시각적 연계를 만든다. 이는 지하와 3층이라는 수직적 분리 영역을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계단실과 옥상 외벽에 빛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공극의 밀도를 달리해 벽돌을 쌓아 올렸다. 이렇듯 영롱쌓기로 이루어진 벽면은 반투명한 커튼처럼 내외부 간의 시선과 공간을 조절한다. 낮 시간에는 내부로 은은한 빛을 드리우면서 외부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고, 해가 진 후에는 내부 조명과 움직임의 실루엣이 표면에 드러난다. 특히 밤 시간 작은 숨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은 공원 진입로에서 하늘의 별빛처럼 시민들을 반기며 공원의 새로운 풍경이 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동일(경희대학교)+아이에프건축연구소(이서주)
김효정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북로85번길 25
단독주택
325m²
161.29m²
483.76m²
지상 3층, 지하 1층
6대
13.6m
49.63%
88.16%
철근콘크리트조
벽돌, 로이삼중유리, 알루미늄시트, 석재타일
친환경 페인트, 포세린타일, 원목마루
서울구조
두현 M&C
대경전기
성지우 건설
2020. 4. ~ 2021. 1.
2021. 3. ~ 2023. 8.
김동한,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