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10년, 공공건축 30선] 산마루 놀이터

「SPACE(공간)」 2023년 11월호 (통권 672호)

설계공모 제도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정으로 변곡점을 맞았다면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그사이 제도는 고치고, 더하기를 계속하며 내달렸고 설계공모가 낳은 수많은 당선작이 우리 주변을 채웠다. 좋은 공공건축을 표방하며 각자의 시간과 장소에서 고군분투한 이들을 한자리에 펼쳐놓는다면 무엇이 보일까? 편집부는 지난 10년 동안 설계공모를 통해 지어진 공공건축물 중 건축계에서 우수함을 인정받은 30 작업을 선정했다. 당선안과 준공 사진을 나란히 살피고 당선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30 작업의 선정에는 수상 이력을 우선적으로 참조했으며 다양한 사례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공모의 종류와 연도, 발주처, 용도 등을 고려해 가능한 한 고르게 안배했다. 다만 공공주택의 경우 규모나 프로그램 성격 면에서 다른 용도와 구별되는 점이 많아 이번 특집에서는 제외했다. 설계공모의 기획부터 심사, 당선과 그 이후까지, 좋은 공공건축으로 향해가는 과정에서 디딤돌은 무엇이고 걸림돌은 무엇이었는지. 설계공모 제도의 한가운데에서 그 면면을 목도했을 이들의 증언이 이다음의 10년을 위한 방향키를 쥐어주기를 기대한다.

©Jo Jinman Architects

©Yu Cheung-oh

Q1: 공모부터 준공까지, 프로젝트의 주요한 과제는 무엇이었나? 프로젝트가 선취한 지점과 이를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인가?

A1: 우리나라 봉제 산업의 역사가 서려 있는 창신·숭인 지역 특색에 부합되도록 낙후된 놀이터 및 주차장 부지에 작은 도서관이 포함된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공모 단계에서는 땅이 가진 특성을 공간화하고 장소에 깃든 역사를 형태적 서사로 풀이한 것이 당선으로 이어졌다. 초기 설계 및 계획 단계에서 예술(임옥상 미술연구소) 및 조경(조경작업소 울) 파트와 팀을 구성해 건축-놀이시설-조경이 한데 어우러진 통합설계 방식을 취했다. 서울의 옥상이라 불리는 창신동 언덕에서 도시를 조망하며 자유롭게 ‘놀이’를 만들어 나가도록 유형화된 인공 놀이기구를 배제하고 흙, 모래, 물, 나무와 친해질 수 있는 자연형 놀이터를 계획했다. 완공 이후에는 지역 도시재생센터, 어린이집, 숲 해설가 등의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사용자의 의견 반영과 운영에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마을의 대표 공공마당이 되도록 주민들과 여러 차례 소통하면서 초기의 비전이 운영까지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발주처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이 이제까지 해온 공공 프로젝트와 달랐다.

Q2: 현재 우리나라의 설계공모 제도에 제언을 하자면?

A2: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공정성을 표방하며 공모를 통해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치러지는 공모의 수에 비해 건축적, 기술적 성취가 눈부신 ‘시대의 건축’이 나오지 않는 것은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공모전 사이트에 입선작과 심사평들이 데이터베이스화 되면서 은연중 참가자, 심사자가 그것을 참고하고 답습하는 일종의 정답 찾기,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글 조진만 / 진행 윤예림 기자)

2016 지명설계공모

설계

조진만건축사사무소(조진만)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23-350 등 4필지

용도

노유자시설(어린이도서관 및 놀이터)

연면적

205m²

설계비

예산 – 86.6백만 원 / 실제 – 86.6백만 원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