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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프로젝트의 제한과 제안사이: 집집마당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임미정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자료제공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제한과 제안사이 

 

 

겸재로 공동체 주택 마을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겸재교의 개통과 이에 따른 도로확장으로 겸재로를 따라 공동체 주택 마을이 조성되었다. 입주자들이 공동체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공동의 관심사와 생활의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가는 생활방식을 활성화하는 주택들의 마을이다. 도로 확장으로 남겨진 자투리 땅을 이용하여 면목동 공동체 주택 마을, ‘도서당’ 이 조성되었고 책을 주제로 7개 테마의 공동체 주택이 생겼다. 이 도로변 마을의 가운데 공동체 주택 지원 허브인 집집마당이 자리잡고 있다. 집집마당은 공동체 주택에 대한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공동체 주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 및 상담을 통해서 공동주택의 활성화를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1층의 열린 공간

겸재교로 향하는 고가에 설치된 방음벽이 주는 이질감과 단절감을 상쇄시켜주는 여린 조경이 도로의 확장으로 인한 자투리 땅에 조성되어 있다. 확장된 도로와 이전에는 ‘얼굴’의 개념을 갖지 않았을 건물들 사이에 만들어진 녹지 휴게 공간을 포함한 대지 위에 집집마당이 위치한다. 건축가는 이형적인 대지를 알뜰하게 활용하여 건축물이 공공재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대응한다. 좁고 길게 남겨져 공간구성이 쉽지 않은 대지의 형태에 2층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을 건물 주요 매스에서 연장하여 계획한다. ‘여유로’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입체 가로는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골목길을 드러내어 기존 골목의 정취를 보존한다. 작지만 열린 라운지 공간과 서가가 구성되어 있는 1층 내부는2층의 ‘여유로’ 아래로 만들어지는 얇은 공간으로 확장되고 조경 공간, 휴게 공간인 평상과 더불어 1층 내 외부공간의 사용에 대한 건축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보여준다. 아직 공동체 주택의 입주가 완결되지 않았지만 주변 공동체 주택의 다목적 공용공간들과 함께 사용되는 겸재로의 생기 있는 거리보행이 그려진다. 집집마당 옆 버스정류장과 어우러지는 1층의 내 외부 공간은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하는, 마을의 주민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정겨운 시골의 여느 버스 정류소를 닮아 있다.

 

 

 

 

구성

2층을 연결하는 입체 가로와 노출된 계단실은 입면의 대부분을 정의하며 건물의 공공성을 말해준다. 2층은 지원시설로서의 교육실, 3층은 업무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평면의 계획은 반듯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작은 대지 안에서 활용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다. 2층의 교육실은 도로를 바라보는 외부 발코니를 통해 확장되는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교육실’이라는 경직된 프로그램으로 제한되기에는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교육실에서 연장된 발코니와 여유로는 그것의 전면과 후면의 대비되는 도시적 풍경 속에서 무대가 되기도 하고 관람석이 되기도 한다. 부족한 업무 공간의 보조공간으로 상담 공간 및 휴게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3층의 온실은 대중적 사용성에서 배제된 것이 아쉬울 만큼 건물의 열린 파사드와 대구를 이루며 존재한다. 

노출된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건물로의 진입은 자유로우며 격이 없다. 계단으로 연결되는 옥상의 지붕마당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텃밭 공간과 작은 개수대는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가 끝나면 언제든 주민들의 교류와 여가를 위한 옥상 공간으로 사용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 높지 않은 3층 건물의 옥상이지만 시원하게 뚫린 6차선 도로와 연결된 겸재교, 그 아래 흐르는 중랑천은 도시 조직 속 다양한 요소들과 함께 시각적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 

 

 

재료 및 구조의 사용

겸재로를 따라 익숙하게 반복 되는 회색 빛 벽돌, 석재로 마감된 무거운 느낌의 건물들 사이에서 집집마당은 밝고 경쾌하다. 열린공간을 만들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는 연면적290m2,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건물에 철골 구조를 사용하여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들 보다 많은 것을 드러낸다. 이 지역에 주류를 이루는 콘크리트 벽의 사각형 창들 사이에서 (그것이 주거용도이던 근린 생활시설이던) 또렷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계단 난간을 채우고 있는 수직 부재와 수직 무늬의 알루미늄 패널이 주는 스케일의 변주는 시각적 촉감으로 리듬을 만들고 그 열림과 막힘이 건물의 매스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적은 예산과 최저가 낙찰제의 공공프로젝트에서 건축가의 계획 혹은 의도와는 다르게 시공단계에서 마감의 완성도가 아쉬운 경우는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집마당은 그 마감의 완성도가 높다. 프로젝트 실행의 현실성과 완성도 사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속 균형을 잡기, 감리를 하는 동안 들인 시간과 의지, 시공사와의 세밀한 협업 등 집집마당의 완성도는 이 모든 것의 집약체로 예상된다.

 

 

 

공공건축

노출된 계단과 다른 층으로 직접 접근 할 수 있는 서브 계단은 최근의 공공건축계획에서 많이 보여지는 유형이 되고 있다. 다른 층으로 직접 진입하는 외부 계단이 없으면 당선이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공공건축 계획에서 쉬운 접근성과 함께 공공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면서 형태적 접근 방식이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원 허브의 주요 프로그램은 3층의 업무공간과 2층의 교육실로 이루어져 있다. 3층의 업무공간은 사적 영역에 가까우며 2층의 교육실은 다수가 사용하는 공간이기는 하나 사용 시기나 인원의 규모 등을 고려해보면 공공의 유연함이 1층의 라운지와 같은 맥락은 아니다. 1층을 제외한 프로그램의 사용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소소한 일상적 커뮤니티 생성의 장소로서 ‘공공’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적다. 건축가의 제안은 이 건축물이 지원 허브로써의 실질적 사용성보다 더 많은 공공을 염두 해 둔 듯 하다. 지원 허브 사용자의 실질적 활용과 건축가의 이상적이 제안 사이의 괴리가 ‘유연한 공간’ 이라는 소제목으로 귀결 되어 버린 것을 아닐까. 주어진 조건과 제한보다 더 유연한 공간으로의 제안은 건축가의 선택이고, 지원 허브가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의 유형으로서의 고민과 해답을 찾는 과정이 이처럼 작은 대지 안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연함이 모든 공공건축물의 정답이기에는 ‘공공’의 이름으로 계획해야 할 건축물의 스펙트럼이 넓다.

 

공공프로젝트의 유형과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기능의 괴리감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의 공공성을 잘 보여주는 공간은 그라운드 레벨에서 만나게 되는, 감춰져 있던 도시 조직과 새로운 도로를 연결하고 숨겨져 있던 골목과 그 정취를 꺼내어 선형의 프레임을 통해 보여주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평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능의 합리성과 경제성에 근거한 사적 영역의 자본주의적 결과물이었다면 아마도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대지와 그 주변 도시 맥락에 대한 고찰과 섬세한 계획이 만들어낸 이 장면 이야 말로 우리가 공공건축에서 기대하는 공간과 장면이지 않을까. ​(글 임미정 / 진행 박세미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신성진, 손경민)

설계담당

박성기

위치

서울특별시 중랑구 겸재로 75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24.80㎡

건축면적

111.09㎡

연면적

290.95㎡

규모

지상 3층

주차

2대

높이

10.4m

건폐율

49.42%

용적률

129.43%

구조

철골조

외부마감

메가판넬, 징크판넬, 로이복층유리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주)은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주)진원엔지니어링

시공

미래골드건설주식회사

설계기간

2019. 6. ~ 11.

시공기간

2020. 1. ~ 10.

건축주

서울특별시


신성진, 손경민
신성진과 손경민은 볼드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를 공동운영하고 있는 건축가이다.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후 건축사사무소 O.C.A 에서 함께 실무를 쌓았다. 서래마을 네남매의 집, 집집마당으로 서울시건축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진주 문산읍 주민자치센터로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을 수상하였으며, 영주거점주차장, 꿈담놀이터, 진주 명석면 복합문화센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임미정
임미정은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실내건축학전공 조교수이며 에스피티엠제이 건축사사무소의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주거환경학을 전공하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건축학사와 하버드 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건축사 이며2012년 뉴욕 건축가 연맹에서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 , 2016년 뉴욕건축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신진건축가상, 2016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