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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다다르기 위한 여정: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

마리오 보타 아키텍티 + HnSa 건축사사무소

마리오 보타
사진
김용관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Kim Yongkwan ​

 

 


ⓒKim Yongkwan

 

 


ⓒKim Yongkwan ​ 

 

건축물을 설계하는 일은 주위 환경과 잘 어울리는 형태를 만들고 그것에 꼭 맞는 다양한 활동과 정서적인 경험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은 지어질 공간이 드러낼 인상과 그 안에 내재된 잠재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르 코르뷔지에가 말했듯이 설계는 늘 우리 생활에 공간이 있음을 일깨우고,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깨달음의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불확정적 존재를 걷어내면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든다. 이러한 조건에서 건축가는 침묵과 명상 및 기도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석해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건물은 시각적 인식과 감성적 관계를 형성하는 3차원 모델의 빛과 형태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성스러운 공간에 머물며 명상하고 기도할 수 있기를 원하고,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공간이 그 기대에 부응해왔다. 20세기 아방가르드 운동이 ‘예술의 죽음’, 또 다른 말로 언어적 코드와 양식의 제거를 선언한 이후 극도로 세속화된 현대사회에서 교회를 짓는 것은 분명히 벅찬 일이자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파울 클레의 세밀한 붓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파블로 피카소의 초인적인 몸짓에 담긴 도발을 경험하고 나서 신성한 공간을 설계한다는 일은 천진난만한 생각처럼 보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처럼 불안하고 표현의 빈곤을 겪고 있는 존재가 대응하기에는 힘든 과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근본적인 가치를 계속 믿고자 한다면 교회를 짓는 일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시급하고 심오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상각 신부는 산책길, 휴게 공간, 명상과 기도를 위한 순례 행렬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남양 성모성지를 ‘도심 속 안식처’로 바꾸고 있다. 주변에 울창한 숲과 광활한 언덕이 펼쳐져 있는 남양 성모성지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여진 대성당은 나지막한 산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남북축의 계곡 사이에 있다.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은 종교 공동체,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새로운 구심점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성지 조성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이상각 신부는 윤리적, 시민적, 종교적으로 큰 뜻을 함축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를 ‘평화의 공원’이라고 부른다. 이 사제는 무한한 믿음을 굳건하게 지키려고 하지만 그의 믿음은 모든 것을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현상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그는 이 수행을 통해 사회와 제도가 만들어낸 핍박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순례자들에게 무엇이 멋지고 아름다우며, 공정한 것인지를 전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19세기 중반 조선 왕조 때 저질러진 천주교도 학살사건을 기리는 장소이기도 한 영역을 물리적으로 변형함으로써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으로 행동하는 대신에 구체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각오와 함께한다.

 

처음 대상지에 방문했을 때, 남양 성모성지에서 가장 높은 곳이 새로운 성당을 짓기에 가장 적절한 위치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성지의 전체적인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고, 두 개의 타워를 세웠을 때 성지와 도시의 경계 사이의 공허함을 극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성함을 담은 대성당은 주변 환경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대한 태도, 가치 있는 메시지, 사람들의 염원을 공간 안에 채워야 한다. 동시에 우리가 딛고 있는 땅에 누적된 역사적 사건들도 상기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성당에 필요한 면적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자연 지형을 중요하게 고려하다 보니 커다란 볼륨을 지닌 공간을 대부분 지하에 계획하게 됐다. 대성전에는 약 1,500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집회 공간이 있고, 측면에는 8개의 작은 제실과 단을 높인 사제석이 있다. 사제석 위를 보면 두 개의 반원형 타워가 있는데, 이 부분은 시공 단계에서 추가됐다. 지하 1층에는 평일 미사를 열 수 있는 350석 규모의 소성전이 있고 그 옆으로 성소, 상점,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이 계획되어 있다. 순례길은 남양 성모성지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대성당 정문과 이어진다. 사람들은 이곳을 거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두 개의 측면 계단을 통해 위층에 위치한 대성전으로 올라갈 수 있다. 지하에서 시작된 두 개의 반원형 타워는 사제석 레벨보다 40m 정도 높은 곳까지 솟아오른다. 타워의 상단은 천장으로 풍부한 빛을 내부로 들이는 부차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앱스(apse)는 아주 매력적인 표상인 두 개의 타워를 만들어낸다. 대성당의 앱스는 강력하고도 상징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면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남양 성모성지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녹지 정도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수천 명의 교인들이 종교 공간과 공원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들의 헌신 덕분에 이곳은 지역 내 중요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글 마리오 보타 / 진행 김예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마리오 보타 아키텍티(마리오 보타) + HnSa 건축사사무소(한만원)

설계담당

원제종, 이재원, 황정현, 김대한, 정요한, 이원찬, 김상훈

위치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용도

종교시설

대지면적

90,956㎡(성지 전체 면적)

건축면적

2,624.76㎡

연면적

4,953.32㎡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140대

높이

50m

건폐율

5.85%(성지 내 전체 건물)

용적률

6.36%(성지 내 전체 건물)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치장벽돌, 브이엠징크

내부마감

치장벽돌

구조설계

동양구조

기계,전기설계

한일엠이씨

시공

장학건설(정세학)

설계기간

2011. ~ 2017.

시공기간

2017. 4. ~ 2020. 12.

조경설계

조경설계 서안(주)

조명설계

비츠로(고기영)


마리오 보타
마리오 보타는 1943년 스위스 멘드리지오에서 태어나 10대에 제도사로 건축 실무를 시작했다.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 예술대학교와 베니스의 건축대학교에서 카를로 스카르파와 쥬세페 마자리올에게 수학했으며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과의 만남을 통해 건축가로 성장했다. 20대 후반에 설계사무소를 개소한 그는 주택 설계로 큰 명성을 얻은 후 여러 나라들에서 미술관, 문화센터, 교회 등의 기념비적인 건물을 설계했다. 에브리 대성당, 산토 볼토 대성당, 요한 23세 성당, 베아토 오도리코 성당 등 다양한 종교시설을 디자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