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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달오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조성익
사진
고영성
자료제공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주거와 삶의 안내자, 스테이

 

미슐랭 가이드는 별 셋을 부여한 식당을 이렇게 정의한다.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 최고의 식당이란 다시 말해, ‘여행 간 김에 들러볼까’ 하는 수준을 넘어 식당 방문이 여행의 목적이 될 정도라는 얘기다. 최고의 건축도 그럴까? 건축은 원래 그렇다. 오래된 수도원의 실내를 비추는 감동적인 빛을 보러 프랑스의 시골마을을 찾아가고, 건축가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호숫가 작은 집을 구경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특별한 집에 살아보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달빛이 들어오는 침실에서 잠자고, 마당에 심은 귤나무를 한나절 바라볼 수 있는 집을 찾아 떠난다. 이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단순히 집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서 하루이틀 꼬박 그 집의 공간 속에 살아보는 경험을 의미한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집을 ‘스테이(stay)’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머물다’라는 동사를 명사로 굳힌 명칭인데, 숙박이 주목적인 호텔과는 달리 머무는 경험을 중시하는 스테이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스테이가 지역 곳곳에 생기고 있다.

 

스테이는 어떤 건축일까? 그 설계 방법이 궁금하다면, 건축가 고영성, 이성범의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이하 포머티브)에게 물어보라. 이들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다수의 스테이를 설계한 전문가들이다. 이번에 고영성의 안내로 찾아간 제주 삼달오름 또한 제주도의 작은 마을에 지어진 스테이 건축이다. 불과 2~3년의 짧은 기간 동안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게 된 비결부터 고영성에게 물어봤다. “조형이 중요합니다.” 대답이 금방 돌아왔다. “예를 들어 삼달오름은 제주의 독특한 지형인 오름에서 형태의 모티프를 가져왔어요.” 고영성은 둥글고 완만하게 솟아오른 지붕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연의 형태를 건물로 구현하기 위해 그는 제주 오름의 항공사진을 형태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가 중요시하는 조형이란 누구나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상징적 건축 형태를 의미하는 듯했고 그 상징성은 건물이 놓인 지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도넛처럼 가운데가 뚫린 둥근 공간이 나왔다. 공간을 둘러싼 곡선 유리창 너머로 곡선형 풀이 보였고 풀장을 마주한 데크에는 라탄 라운지체어와 오리 모양 튜브가 놓여 있었다. 공간을 바라보고 있자니, 풀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는 즐거운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부모들이 데크에 앉아 느긋하게 먼 밭의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도 그려졌다. 고영성은 내부 설계의 특징으로 지붕을 받히는 목구조 부재가 내부에서 보이도록 드러난 것을 꼽았다. 역동적인 오름의 형태를 내부 구조에도 표현하기 위해 쉽지 않은 과정이 동원되었다. 콘크리트 벽체 위에 목재를 얹고 중심을 받치는 마룻대는 파이프 금속 구조를 덧대었다. 구조적 어려움까지 감수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항공사진으로 찾았던 오름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그대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포머티브가 설계한 스테이에는 건축가와 스테이 사업자가 눈여겨봐야 하는 건축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크게 열린 창문, 잔물결이 이는 풀, 구조를 드러낸 천장, 정원이 보이는 욕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고영성이 강조한 대로 여행객이 ‘내가 제주에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적 특성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조형도 중요한 설계 포인트다.

스테이 설계의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포머티브는 특이한 조형과 목구조가 드러난 실내의 분위기를 위해 구조적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목구조는 반듯한 수직 수평의 집을 구현하기 좋은 재료다. 삼달오름처럼 둥근 평면 공간과 곡선 지붕을 구현하려면 목재의 직선 형태를 보완하는 해법이 필요했고, 포머티브는 곡선을 구현하기에 용이한 콘크리트 벽과 철골 부재를 목구조와 결합했다. 이 과정에서 양보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추가된 나무 기둥이 공간의 흐름을 방해하고 전면 창문의 전망을 가리게 되었고, 목구조의 따뜻함과 어울리지 않는 회색 금속 파이프도 추가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머티브가 제시하는 스테이의 요소들은 우리가 일반적인 도시 주거에서 쉽게 가지기 힘들었던 비일상적 경험을 준다. 멋진 집의 외모는 소비자들이 스테이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며, SNS를 통해 시각적으로 퍼져가기에도 좋다. 물론 이런 독특함과 함께, 짧은 기간이지만 내 집처럼 머문다는 스테이의 특징을 살리려면 내 집 같은 일상의 편안함을 갖춰야 한다. 가족과 함께 쉬는 내 집 같지 않은 내 집. 주거의 일상적, 비일상적 요소의 황금비. 이것이 스테이 건축의 레시피다.

 

소비자 입장에서 스테이는 큰 장점이 있다. 단독주택을 당장 소유하기 어려운,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 남의 이야기인 것 같은 사람들도 잘 설계된 주택이 가진 덕목을 하루이틀 맛볼 수 있다. 이곳저곳 스테이를 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주거의 이상향을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맥주 샘플러를 맛보면서 내 취향을 찾아내는 것처럼, 스테이는 자신에게 맞는 주거를 찾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안내서가 된다. 객관적인 숫자와 기능으로 가득 차 있는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설명서와는 달리, 스테이는 집을 스스로의 관점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영국판 스테이, ‘리빙 아키텍처’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다음과 같이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건축가가 설계한 집에서 주거 공간에 대해 사색할 수 있기를, 그리고 정신적으로 몰입하는 휴식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스테이의 등장은 그의 말대로, 좋은 건축가가 사려 깊게 설계한 집에 살아보면서 그 경험을 통해 삶의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다. 가족의 식사가 가진 의미를 재발견하고, 침대에 누워 잠들 때까지 바라보면 좋을 풍경을 제안한다.

머물러보는 것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만한 집이 있다면, 그 집이 우리에게 줘야 할 삶의 영감은 무얼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형태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네모난 성냥갑 아파트에 사니까. 잔물결 일렁이는 풀일까? 그것도 맞다. 우리 집에서는 몸을 겨우 담글 수 있는 작은 욕조가 전부니까. 그러나 스테이가 주거와 삶의 안내자로 활약하려면 조형과 아이템의 설계를 넘어 더 나아가야 할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잠시라도 체험하고 싶은 주거의 덕목은 이런 것이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햇빛의 움직임, 벽을 걸러 들어오는 바람의 감촉, 천장에 반사되어 들리는 가족들의 말소리, 좋은 나무로 만든 마루가 발에 닿는 촉감. 오감을 자극하는 이런 요소들은 좋은 집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던 덕목이었지만, 우리의 경제적 주거가 얼마간 잊고 있었던 것들이다. 삼달오름을 보고 돌아와서 마음에 남겨진 공간의 기억도 이런 따뜻한 삶의 풍경이었다. 파이프 위에 놓인 목재 지붕 틀은 다락 침실의 아늑함을 더해주는 장치였고, 테라스에서 낮아지는 처마는 채마밭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집에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스테이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살아보기 위해 일부러 떠나는 집이 삶의 안내자가 된다면 별 셋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사용자재 보러가기 ▶ 벽돌, 타일 

 

 

 

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고영성, 이성범)

설계담당

변주현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931㎡

건축면적

203.33㎡

연면적

169.99㎡

규모

지상 2층

주차

1대

높이

5.71m

건폐율

21.84%

용적률

18.26%

구조

중목구조, 철골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신청고벽돌타일, 적삼목, 구로철판, THK24 투명 로이복층유리, 알루미늄 징크

내부마감

테라조타일, 강마루, 수성페인트, 합판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전기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시공

전성호

설계기간

2018. 6. ~ 11.

시공기간

2018.12. ~ 2019. 9.


고영성, 이성범
고영성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솔토건축사사무소를 거쳐 2011년 디자인연구소 이엑스에이를 개소했다. 이후 2013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로 이름을 변경해 현재까지 다수의 감성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의 표면보다 그 본질의 진정성에 주목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이성범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력을 쌓았다. 공공성을 바탕으로 일상 속 건축의 가치를 탐구하고 건축의 본질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 이미지와 피상 위주의 건축에서 벗어난 다양한 건축적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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