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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자생적 공간으로서의 카페: 카페 연일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고영성, 이성범
사진
고영성
자료제공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카페가 없을 법한

대지는 포항공과대학교가 위치한 산등성이의 반대편 비탈에 자리한다. 포항은 여타 도시처럼 미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사업이 전방위로 추진되고 있다. 이곳도 그 흐름의 여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형적인 택지개발로 소나무 숲을 깡그리 밀어젖혀 조성된 상가 주택용 필지다. 3m를 훌쩍 넘는 보강토 옹벽이 연달아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돼 삭막함을 넘어 ‘과연 이곳에 카페가 가당키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현재는 1차 부지만 조성됐고 2, 3차 부지 조성이 추가로 계획되어 있어 아마도 이 대지 주변은 나무  대부분이 거의 다  밀려버린 민둥산이 되리라 예상된다. 보통 카페는 도심지를 제외하고는 경관이 뛰어난 곳에 위치하거나 집객 요소가 많은 곳에 자리 잡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이곳은 사람들이 도보로 찾아오기 힘들거니와 송전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석양 원경이 전부다. 추후 대지 주변에 들어설 주택과 근린생활시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설계에 소음과 시선을 조율하는 해법이 반드시 필요했다. 따라서 카페 연일은 외부 공간과의 관계성에 기대기보다 외부로의 시선에 최소한의 자유도를 주며 주어진 범주 안에서 다양하고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가는 ‘자생적 공간’을 의도했다.

 

유연한 ‘켜’

전통적으로 ‘담’이라는 건축 요소는 안과 밖을 구분 짓는 영역 설정이 목적이다. 하지만 담의 높이나 형태 그리고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면 공간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현재 내가 머무르는 곳을 유지하면서도 다음 공간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담의 ‘켜’를 만들면 기능적 역할을 넘어 장소를 규정하는 유동적이고도 가변적인 경계로서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카페 연일에서 완충적 공간을 형성하는 켜는 대지의 한계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도로에 면해 곧바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만들기보다 만곡된 담이 관입되는 특징적 입면을 구성해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인지성을 갖도록 했다. 태양의 궤적에 따라 그 이미지를 달리하는 그림자를 농밀하게 입면에 담아내니 무뚝뚝한 콘크리트의 얼굴에서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카페 공간의 필수 요소인 일종의 포토 스폿을 만든 것이다.

 


수렴의 공간

만곡되어 관입된 담을 따라 아치 형태의 출입문에 다다르면 밖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하늘로 개방된 전정을 맞이한다. 전정 공간은 담에 의해 직조된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시각적 개방감과 아늑함을 동시에 갖는다. 외부에서 실내로 이르기 위한 여정의 공간이면서도 부족한 영업 공간을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이 전정에는 아름다운 수형의 매화나무들과 나지막한 조경 요소들이 함께 느슨하게 놓여 있다. 하늘에서부터 바닥까지 깊게 드리우는 햇살과 어우러져 따스함이 충만하다. 카페 연일에서는 전정-실내-후정-원경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연계가 가능해 분명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지 않다. 특히 천장 마감 선이 1층 천장에서부터 처마까지 연속된 역아치 형태를 그리며 외부로 확장된다. 이는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상쇄하고 정면 그리고 하늘로의 개방감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공간의 시각적 교차를 통해 안과 밖의 여유로운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후정을 감싸 안는 담은 원경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산세와 석양빛을 카페 내부 공간으로 최대한 끌어들인다. 뿐만 아니라 높이 값을 달리해 카페 분위기를 해치는 외부 요소들의 시각적 간섭을 차단하기도 한다. 에워싼 담을 따라 하늘을 수놓는 다양한 형태의 구름들이 이 공간을 그득 채워간다.

 

16.5m의 무주 공간

카페 내부는 철저히 투명성의 공간이길  바랐다. 16.5m에 이르는 실내 공간이 오롯이 외부 공간과 맞닿길 원했기에 그 확장을 방해하는 기둥 같은 건축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넓은 경간을 구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철근콘크리트조와 철골조가 결합된 구조를 선택했고 철골보 형상과 위치에 맞춰 천장의 독특한 역아치 형태를 구현해갔다. 1층 천장은 2층으로 연장돼 상층부에 철골보를 활용한 테이블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2층 테라스에 플랜트 박스(plant box)를 두어 일체화된 형상을 완성했다. 

 

조율하는 자연

각기 다른 형태의 마당을 소박하게 채운 조경은 방문자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바위와 이끼 그리고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식재 선택은 조경에 조예가 깊은 클라이언트의 작업물이다. 담은 정원을 곡면으로 포근히 감싸 안고, 나지막이 안착된 조경 요소들과 함께 편안함을 더욱 증대시킨다. 특히 인공적 구조물 안에 담기는 조경 요소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경 시에 인위적 배열이나  배치를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담아내려 했다. 주 출입구에서 경험한 곡면 느낌은 2층 화장실로도 연장된다. 조경과 어우러져 부드러운 형상을 취하는 콘크리트 벽체는 닫힌 듯 열린 공간의 변주를 만들어내고 오며 가며 얼핏 보이는 하늘과 어우러져 공간의 깊이를 더해간다.​ (글 고영성, 이성범 / 진행 한가람 기자)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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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고영성, 이성범)

설계담당

변주현

위치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연일읍 연지로 90-4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995㎡

건축면적

167.99㎡

연면적

275.49㎡

규모

지상 2층

주차

16대

높이

6.3m

건폐율

16.88%

용적률

27.6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고압수 콘크리트 치핑

내부마감

인테리어용 스터코

구조설계

드림구조(김민관)

기계,전기설계

지엠이엠씨(강원구)

시공

하우스A(송병석)

설계기간

2021. 2. ~ 8.

시공기간

2021. 10. ~ 2022. 7.

건축주

차지욱, 안정희

조경설계

연일숲(안정희)


고영성, 이성범
고영성, 이성범이 이끄는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는 조형적 결과물로서의 건축이 아닌 사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건축적 가치와 본질의 진정성에 주목해 다수의 감성적이고 실험적인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건축상을 비롯해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