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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경사: 모두의 마을활력소

지요건축사사무소

김세진
사진
남궁선
자료제공
지요건축사사무소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2월호 (통권 663호) 

 

 

 

빛과 경사

 

열림과 투명함은 공공건축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본디 스테레오 타입은 보편과 합리, 식상과 지루함을 동시에 가진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공공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건축의 기본 성질이 그 대표적 이미지로 열림과 투명함을 선택하게 만든 듯하다. 그러나 과연 모든 공공건축이 열리고 투명해야 하는가 의문이 드는 것은 비판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가능성은 반복적으로 당연시되는 무언가를 의심할 때 생겨난다. 모두의 마을활력소는 개방의 대상과 방식, 반투명함의 의미와 작용에 대해 고민한 결과이다. 그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설의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도시의 맥락을 살피는, 그다지 새롭지 않고 일반적인 일에서 시작된다. 모두의 마을활력소는 거점형 마을공동체 시설이다. 자치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공동체 시설과 협력하며 각 시설에 자문 · 조정 · 교육 업무를 지원한다. 연면적 500m2 남짓한 공공시설이지만 공영주차장과 부설주차장, 모두의 라운지, 마을방송국과 기록관, 다목적홀, 마을경제지원센터, 마을자치팀 사무실 등 다양한 기능이 모여 있다. 간단한 도시계획 시설 변경 작업이 필요했던 공영주차장은 기존과 같은 1층에 두고 모두의 라운지와 마을방송국은 2층에, 다목적홀과 쉼터를 3층에, 그리고 최상층에는 지원시설을 집적한다. 개별실의 면적, 일조사선, 쓰임에 적합한 층고를 고려하여 1층은 필로티, 2층은 지내력 기초와 동측 캔틸레버, 3층은 양방향 캔틸레버, 최상층은 벽식 구조를 제안했다.

 

다르게 열린 

맥락과 조건은 다각적으로 건축에 영향을 주지만 건축적 개념이나 심상을 스스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땅의 경사는 있는 그대로 건축이 될 수 없으며 의도적 조정을 통해 건축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이 프로젝트에서 건물의 각 층 바닥면 높이를 설정하는 과정은 곧 계획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대지는 두 개의 길에 면한다. 동서 방향의 길은 그 일대의 주요한 4차선 도로이다. 공영주차장이 직접 연결될 만큼 평평하고, 주변 건축물은 가로에서 비슷한 길이만큼씩 이격되어 있다. 반면 남북 방향의 길은 중앙선 없이 차 두 대가 교차할 수 있는 정도의 너비로 마을 안쪽과 이어지는 경사가 급한 길이다. 계획의 필수 조건에 따라 기존 대지에 있던 공영주차장의 기능을 유지해야 했다.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은 소규모 건축물이 도시 가로에서 주차 기능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나 이곳 대지의 상황에서는 다르다. 즉 지형의 높이 차이를 이용해 필로티 위로 3.4m 들어 올려진 2층 바닥면이 그대로 땅에 앉힐 수 있도록 레벨을 설정하는 일은 전형적이지 않다. 서로 다른 두 기준 레벨에 의해 기존 공영주차장과 덧대어진 시설이 수직적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열리는 방향은 길의 상황에 대응해 결정한다. 도시계획시설인 공영주차장은 기존의 방법을 따르고 마을활력소는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한다. 각각은 건축 행위를 통해 조정되어 공존한다. 계획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요소는 동서 방향과 남북 방향 도로의 경사, 즉 땅의 기울기다. 평평한 지형과 연결되는 1층은 차량이 출입하도록 내어주었다. 사람에게 열린 건물의 주 출입구는 마을 안쪽 경사로와 연결되어 2층 레벨에 위치한다. 땅의 기울기와 대지의 높이 차이, 그리고 목적을 달리하는 대상과 기능. 이는 모두의 마을활력소가 공공건축이 열리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빗겨 나도록 한 요인이다.

 

 

 

기능을 감각하는 

모두의 마을활력소의 얼굴은 희고 말갛다. 희고 말간 표정은 자문, 조정, 협력이라는 시설의 고유한 기능과 맞닿아 있다. 자문하며 조정하고 협력함은 어떤 것의 사이를 다루어 비슷함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반투명함은 투명과 불투명, 열림과 닫힘의 개념 사이에 존재한다. 일조의 여건과 내부 환경을 고려해 창을 내는 대신 반투명의 농도를 조정한다. 확장된 반투명의 감각은 시설의 기능이 가지는 차분함을 은유한다. 반투명한 물성의 수직면은 폭 265mm 기성재의 연속으로 구성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빛과 은행나무의 그림자를 담는다. 한 슬래브당 한 세트의 알루미늄 프레임이 설치되는 것이 합리적이기에 재료의 성질과 풍압을 고려해 최대 길이 4650mm를 기준으로 각 층의 부재 길이를 결정한다. 반투명의 기성재는 벽체에 고정하지 않고 슬래브에 걸어 부착해 진폭이 작지만 빛의 변화를 내외부에서 충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밤이 되면 밝고 경쾌한 백색 외피가 빛을 담는 오브제로 바뀐다. 극적이기에 매력적인 순간이다. 그러나 반투명한 수직면은 그러한 극적인 찰나만이 아니라 모든 순간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무엇이 바뀌는지 모를 만큼 미묘하고 세세하게 움직이는 일상은 영화와 달리 스펙터클하지 않고 지루한 일의 연속일 테지만, 삶의 크고 작은 변화들이 그러한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렇듯 우리 삶처럼 작동하는 반투명 면의 이면에는 빛이 있다. 빛은 반투명함을 인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모두의 마을활력소에서 빛의 작용이 신선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공공건축은 종종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균질하지 않고 개별적이기에 섬세하고 독자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모두의 마을활력소가 그의 기능과 성격을 뚜렷이 하며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모두의 장소’이기를 바란다. 공공건축은 지어질 때가 아니라 쓰일 때 비로소 시민에게 되돌아가 빛을 발한다. (글 김세진 지요건축사사무소 대표 / 진행 윤예림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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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지요건축사사무소(김세진)

설계담당

송경은

위치

서울시 도봉구 노해로 227

용도

근린생활시설(주민공동이용시설)

대지면적

833.3㎡

건축면적

250.35㎡

연면적

532.6㎡

규모

지상 4층

주차

4대

높이

13.8m

건폐율

30.04%

용적률

63.9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유글라스, 탄성스터코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조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두현

전기설계

엠케이청효주식회사

시공

(주)도화엔지니어링

설계기간

2020. 5. ~ 10.

시공기간

2020. 12. ~ 2022. 1.

건축주

도봉구청


김세진
김세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지요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종이의 면으로 시작한 건축이 존재의 개별성과 감각의 보편성을 가지고 스스로 깊이 있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서울대학교 설계스튜디오에 출강한 바 있으며 2020 젊은건축가상,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 C의 하루>(2020)와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 노실의 천사>(2022)의 전시 디자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