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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장소를 감각하는 카페: EL 16.52

조호건축사사무소

이정훈
사진
노경
자료제공
조호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장소적 콘텍스트와 디자인의 원형

EL 16.52는 대한민국 부산 송도 앞바다에 위치한 카페다. 카페 이름은 건물이 들어선 지하층의 해발고도를 가리킨다. 대지가 속해 있는 국가지질공원의 콘텍스트를 건축적으로 함축하고 지층의 시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대지는 배들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의 ‘묘박지’에 해당하는 송도 앞바다에 면하여 13.5m의 높이 차를 두고 형성되어 있다. EL 16.52의 건축은 지질공원과 바다, 그리고 대지의 단차를 건축적 원형으로 재해석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기반한 디자인으로 상업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레벨을 활용한 주차 동선

대지는 두 도로에 인접한다. 하나는 지하 2층 높이에서 하부 공영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이고, 다른 하나는 송도 도심 쪽으로 이어지는 지상 2층 높이의 도로다. 두 도로가 약 13.5m의 높이 차를 갖는 만큼, 토지 형질변경에 따르는 제약이 상당했다. 대지에서 건축 행위가 허용되는 경사 범위 내의 대지 면적을 1차로 산정하고, 축소된 대지면적에서 건축 가능한 면적을 도출했다. 제한적인 건축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차 영역을 두 구역으로 나눴다. 경사로로 상하부를 연결하는 대신, 상부와 하부의 주차를 구분하고 그 사이 공간에 기계실 및 각종 피트(PIT)를 배치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13.5m 단차를 공간을 구분 짓는 단서로 활용하고, 두 개의 주차 영역을 기능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대지를 이해하고 건축의 기본적인 틀을 잡아가는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사업성을 보장하는 용적률 

최초 토지의 지적면적은 1,274이었으나, 평균 경사도를 고려하여 실제 건축 행위가 가능한 대지면적은 963로 축소됐다. 이런 까닭에 법적으로 정해진 층수 제한(4층 이하)을 지키면서도 경사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사업성과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다음 과제였다. 즉 적절한 규모의 카페 면적과 법적 기준보다 많은 주차대수, 대지와 접한 두 도로를 연계하는 동선 체계를 고려해야 했다. 전체 연면적 2,882.76중 카페 규모는 1,000​ 정도로 설정했고 테라스를 확장해 실제 가용 면적을 극대화했다. 형질변경 가능한 대지면적 내에서 건폐율을 고려했을 때 건축물의 최대 폭은 15m 정도였다. 이는 차량 회전 반경과 주차 구획 사이즈, 주차 통로 사이즈를 고려한 주차 공간의 최소 폭으로,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보장하는 최소 폭의 치수이기도 하다. 대지의 형태를 따라 형성되는 남측의 삼각형 공간에는 코어를 배치하여 각 층에서의 최대 유효 면적을 확보했다. 건물은 전체 6층 규모로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에 이르는 주차장 및 기계실과 지상 3, 4층의 카페 공간으로 구성된다. 바다를 극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창을 내어 외부 풍경을 끌어들였다. 방문객은 도심과 연결되는 주도로에서 지상 2층으로 진입하여 상부 카페로 접근 가능하며, 하부 도로 쪽에는 VIP를 위한 별도 주차장을 마련했다.

 


모티프와 유닛 체계 

‘원형’이란 본능적으로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보편적인 상징이다. 가령 바다의 원형을 상상한다면 뾰족한 삼각형보다는 수평선처럼 좌우로 길게 뻗은 선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처럼 원형은 형태가 지닌 심미적 감성에 건축이 다가설 수 있는 길이 된다. 바다는 고요하지 않다. 한없이 고요한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해도 그 아래에 감춰진 거대한 에너지가 있다. 생계를 위해 매일 어둠을 뚫고 나서야 했던 어부들의 눈에도 바다는 경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묘박지라 불리우는 이곳의 풍광은 바다의 잔잔함보다는 삶의 역동적인 장으로 읽혀 마땅하다. 해운대와 송도해수욕장이 지닌 서정적인 감성과는 다른 삶의 에너지를 응축하고 발산하는 역동적인 파동에 가깝다. 파도를 닮은 아치의 형태는 잔잔한 수평선이 아닌 역동적 파도를 상징하는 모티프이자 구축을 위한 유닛 체계로 존재한다. 이러한 유닛의 건축화 방식은 바다와 맞닿은 암남공원의 붉은 지층으로부터 파생됐다. 세월을 겪으며 층층이 적층된 지층과 같이 바다의 원형이라 해석한 아치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EL 16.52를 건축화했다. 주차장 층에서는 입면적으로 유닛 체계인 아치를 반복하며, 카페 층의 테라스 또한 평면적으로 반복된 아치를 사용하여 일관된 디자인을 이루었다. 물결 형태의 입면은 3~4층의 높이 10m 기둥과 엮이며 형성된다. 하층부 주차장 입면에 드러난 수직 물결의 정점에서 솟은 기둥이 상층부 평면에서의 수평 물결의 정점과 만난다. 이처럼 외부의 구조적 형상을 실내의 공간 패턴과 연결해 형태적으로 일원화된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조망 축의 형성과 다양한 공간 형성

카페의 특성상 조망은 가장 중요한 사업적 요건 중 하나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건물의 상부 층에 카페를 배치했다. 카페 공간 내에서도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하고 시간대별로 공간 쓰임새를 유도하기 위해 층별 콘셉트를 달리했다. 3층에는 카운터, 소파형 좌석 및 단체 룸 등이 위치한다. 3층이 이 카페를 방문한 사람 모두를 위한 보편적 공간이라면, 4층의 카페 공간은 좀 더 프라이빗한 공간들로 채워진다. 4층의 카페 공간 내에서 서측 도로면으로는 VIP 라운지, 아카이브 라운지 등을 배치하여 소규모 미팅과 모임 등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VIP 라운지는 프라이빗한 룸으로 구획했고, 아카이브 라운지는 일반적인 미팅 룸에 EL 16.52의 설계와 건축 과정을 전시해 아카이브의 기능 또한 수행하게 했다. 3, 4층 카페의 외부에는 각기 다른 폭을 가진 테라스를 계획해 바다의 풍광과 함께 구조적인 입체감을 의도했다. 루프탑 공간은 본 건물의 가장 높은 지점이자 바다와 암남공원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경관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도록 전망이 확보되는, 모든 방향으로 오픈된 공간이다. 3층과 4층이 실내 및 테라스에서 바깥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라면 루프탑은 본 대지가 도시에 어떻게 놓였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루프탑 공간에서는 내가 자연 속에 있다는 경험을 수평적, 수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글 이정훈 / 진행 김정은 편집장)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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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주)조호건축사사무소(이정훈)

설계담당

지승현, 박채령, 박형욱, 강진우

위치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공원로 177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963㎡

건축면적

561.66㎡

연면적

2,882.76㎡

규모

지상 4층, 지하 2층

주차

20대

높이

17.42m

건폐율

58.31%

용적률

116.4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콘크리트

내부마감

콘크리트

구조설계

(주)허브구조엔지니어링

기계,전기설계

(주)에이스엔지니어링

시공

중아건설

설계기간

2020. 5. ~ 2021. 1.

시공기간

2021. 2. ~ 2022. 1.

건축주

(주)EL 16.52

조명설계

이온에스엘디

가구

프리츠한센 코리아, 콜로스

공간 및 브랜드 기획

사이트앤페이지

브랜드디자인

둘셋


이정훈
이정훈은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건축대학교,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교에서 건축재료학 석사 학위 및 프랑스건축사를 취득했다. 이후 시게루 반, 자하 하디드 사무소에서 근무했고,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젊은건축가상, 디자인 뱅가드, 독일 프리츠 회거 건축상, 미국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ICONC 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김종성 건축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충청남도 수석 공공건축가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