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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경계 없는 일상 속 공간: 광탄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이집건축사사무소

이현우
사진
진효숙
자료제공
이집건축사사무소
진행
유진 기자
background

 

지역

햇살 따사로운 봄날 오후 방문한 광탄면 읍내의 첫인상은 적막함이었다. 1, 2층 높이의 낙후된 건물 사이로 하교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지만, 읍내 거리에는 뭔지 모를 무료감이 감돌고 있었다. 곳곳에 공장과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고, 이곳에 근무하는 이주외국인, 군인 등 다양하게 구성된 주민들은 삼삼오오 서로 괴리된 발걸음으로 오갔다.

 

배경

광탄도서관 복합문화공간은 문화공간과 시설이 거의 전무한 광탄면의 생활문화공간으로 추진되었다. 정식 건물명도 광탄도서관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서 위주의 전통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침체된 지역에 활기를 주고 주민들에게 유용한 생활밀착형 복합문화공간이 요구되었다. ‘책 읽는 도시 파주’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파주시는 광탄도서관의 건립으로 모든 읍면동에 공공도서관이 있는 최초의 자치단체가 된다는 의미가 있었기에 도서관 건립에 대한 발주청과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컸다. 생활형 SOC사업으로 교육청이 신산초등학교 부지의 일부를 내주었고, 파주시가 ‘공공건축 고도화 사업’의 과정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였다.

 

 

 

 

방향

광탄도서관 복합문화공간은 친근한 이웃집처럼 가지런한 마당을 품고 있는 일상적 삶의 공간이다. 마당은 마치 한옥의 안마당처럼 삶의 다양한 활동 배경이 되어주고, 건물과 마을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 놓는다. 마을로 열려있으면서도 아늑하게 조성된 내, 외부 공간에서 마을 주민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사색에 잠기거나 담소를 나눈다. 목적에 얽매이지 않고 기분 좋고 편하게 머물고 싶은 장소를 만드는 것을 본 계획의 주요한 과제로 보았고, 그래서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질 수 있는 빈 공간인 마당을 먼저 배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시작했다.

 

마당

주변 지역으로부터 받았던 첫인상처럼 도서관과의 만남도 조급하거나 급격하지 않고 점진적이다. 방문객은 나무 그림자가 아롱지는 마당으로 먼저 들어서게 된다. 마당에는 자그마한 나무가 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마을의 정자목으로 자라나길 기대하며 고른 회화나무다. 바닥의 붉은 바닥점토벽돌은 반듯한 마당에 적당한 활기를 불어넣고, 데크 필로티로 구획된 안쪽 마당은 초화류로 조성되어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마당과 면한 내부실은 지역 주민과 인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나 전시, 소공연 등이 열리는 마주침공간과 다목적실로, 폴딩도어를 통해 마당과 연계되고 확장된다. 

마당은 접지면뿐만 아니라, 2, 3층에도 다양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고, 모든 마당은 내부와 연결되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도서관 바로 앞 좁은 도로에는 화물 차량의 통행이 꽤 잦은 편인데, 총총히 배치된 마당들은 도로와의 완충 공간인 동시에, 지역 주민이나 이용객의 구체적인 행위와 교류가 발현되고 공유되는 곳이고, 건물과 마을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헤치는 방안이다.

 

 

 

 

 

동선

건물 출입구와 도로, 마당은 일직선으로 배치하지 않고, 데크 필로티 하부에서 살짝 꺾어서 진입도록 계획하였다. 내부로 진입하기 전에 마당에서 한 호흡 쉬면서 바쁜 일상을 조금 덜어내고 여유롭게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마당에서 출입구로 발걸음을 돌리면 자연스레 안쪽 마당의 앙증맞은 초화류들이 눈길을 맞이한다. 방문객은 또 다른 선택지로 외부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1층 마당에서 시작되는 외부 계단은 2층 마당을 거쳐 3층 차양 있는 마당까지 방문객을 이끌게 된다. 동선의 다변화는 방문객은 자유로워 좋지만, 운영자로서는 책 분실 문제로 영 탐탁지 않은 동선이다. 주무 부서에서 2층 마당 초입 부분에 자동차단기와 분실방지기를 같이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결과적으로 내, 외부 개방과 연계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했다.

 

공간

작지도, 크지도 않은 다소 애매한 규모의 광탄도서관이 척박한 문화환경에 사는 지역주민들에게 주어진 규모 내에서 가능한 한 넓고 여유롭게 펼쳐진 공간으로 제공되면 좋을 것 같았다. 2층 종합열람실은 햇살 좋은 남향을 향해 부지 폭만큼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다. 내부의 시선은 넓은 창을 통하여 마당과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수목들로 확장되어, 실제 규모보다 더 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공간은 전면도로로부터 벽체, 마당, 열람실, 아트리움, 코아의 순으로 솔리드와 보이드가 켜켜이 교차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는 실폭이 깊은 내부 안쪽까지 자연광을 들이고, 방문객에게 내, 외부 또는 수평, 수직 공간을 관통하는 공간적 체험을 준다. 3층 메이커 스페이스겸 다목적공간은 주민을 위한 다양한 생활강좌나 바로 옆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놀이터가 된다.

 

 

 

 

의의

공공 건축물 중 요즘의 도서관만큼 우리에게 잘 이바지하는 공공공간이 또 있을까. 크든 작든, 새것이든 남루하든, 읽을거리와 볼거리, 각종 강좌나 체험 거리가 있고, 폭염과 혹한을 피해서 공부방도 되는, 개개인이 오롯이 본인만의 공간을 점유하고 누릴 수 있는 곳. 민간영역에서 비슷한 성격으로 북카페 등이 있지만, 도서관이 제공하는 종합선물 세트 같은 문화 콘텐츠의 풍성함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모든 것이 공짜다. 도서관마다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공공의 자원으로부터 대접받고 존중받는 가성비와 효율성 측면에서 도서관은 거의 독보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광탄도서관 복합문화공간에 구축된 공간도 프로그램과 잘 매치되고 작동하여, 마을과 경계 없는 편안한 일상 속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많은 방문객이 그 혜택을 누리길 기대해 본다.​​ (글 이현우 / 진행 유진 기자)

 

 

 

 

평면도(지상 1층, 2층, 3층)

 

종단면도(좌), 횡단면도(우)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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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이집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이현우

위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신산리 199번지

용도

교육연구시설(도서관)

대지면적

1,630㎡

건축면적

931.30㎡

연면적

1,859.94㎡

규모

지상 3층

주차

9대

높이

13.3m

건폐율

12.52%

용적률

27.2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점토벽돌치장쌓기,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합판위 오일스텐

구조설계

이건구조

기계,전기설계

수양엔지니어링

시공

시네마건설

설계기간

2020. 03. ~ 2021. 03.

시공기간

2021. 04. ~ 2022. 06.

공사비

57.9억

건축주

파주시


이현우
이집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후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주로 공공건축물을 통하여 새로운 공간구조유형을 구현하는데 관심이 있으며, 서울시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녹색건축대전 건축상,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등을 받았다. 주요 작업으로 공항고 이전·신축, 양천주민편익시설, 개포디지털혁신파크, 신길중학교, 광탄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연천초 개축공사 등이 있으며, 신길중학교로 2022년 서울시건축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