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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을 담는 신기한 보물상자: 송파위례유치원

조항만

조항만
사진
노경
자료제공
조항만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3월호 (통권 664호)  

 

아이들의 꿈을 담는 신기한 보물상자

 

아쉬운 프로젝트의 조건들

송파위례유치원은 신도시 건설과 함께 설계공모(2019)를 통해 지어진 공립 단설 유치원이다. 유치원은 도시계획 시설로서 신도시계획 시부터 입지와 규모가 정해진다. 하지만 공동주거 공급에 초점이 맞추어진 신도시에서 영유아를 위한 조그만 공공교육 시설은 관심 밖이었던 것 같다. 부지는 강북에서 이전하는 덕수고등학교와 대규모 공동주택 부지 사이 자투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애초 바람직한 프로젝트가 성립되기 어려운 몇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신도시 중심 녹지 축이 인근에 있음에도 부지는 물리적, 시각적으로 연결이 전혀 되지 않는 위치였다. 넓은 27m 전면도로에 접한 대지의 폭은 주차 진출과 원생들의 출입을 분리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부지 동측에 수백 대의 차량이 드나드는 공동주택의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인접해 있어 안전의 확보 또한 쉽지 않았다. 주어진 대지면적은 시설 규모에 비해 너무 작았고 고저 차도 심해 BF인증(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비롯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평평한 레벨의 진입광장, 놀이공간, 정원을 포함한 적절한 외부 공간의 구성이 불가능했다. 거기에 부지의 남측과 동측에 30층이 넘는 많은 수의 아파트 주동들이 조밀하게 배치되어 조망 및 채광 또한 매우 불리했다. 송파위례유치원의 설계는 이러한 조건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안전한, 그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

생성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에 의하면 ‘유치원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 정서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고 한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거의 채워야 만족되는 요구 면적은 필연적으로 박스형 건물 매스로 귀결된다. 여기에 지구단위계획에 전면도로로부터 3m의 건축한계선이 정해져 있어 주동의 배치 역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전면도로 쪽으로 원생들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위치할 수밖에 없고 도로 쪽으로 기울어진 대지의 경사까지 있어 유치원을 마치고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자동차가 달리는 차도를 향해 쏟아져 나오는 해맑은 꼬마들이 자꾸 떠올라 물리적 안전의 확보는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이런 웃기면서 슬픈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건물을 최대한 북쪽으로 붙여 전면에 8m 가량의 공지를 확보하고 다양한 모양의 개구부가 있는 가벽으로 둘러싸는 구상을 했는데 어찌 보면 불필요한 이 건축적 제안이 결과적으로 많은 문제를 풀어주고 건물에 여러 중요한 가치도 부여해주었다. 전면 공지를 위요하는 가벽을 건물의 외벽과 일체화시켜 전체 매스를 다공질의 박스같이 만들고 전면도로 변으로 특별한 파사드를 형성했다. 이 둘러싸는 파사드는 겉에서 보기에 흥미롭고, 공간의 깊이와 투과가 있으며 안쪽에서 밖을 내다볼 때도 다양한 시각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무쌍한 그림자와 채도 높은 내부 색상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유치원이 개원한 후 지역 커뮤니티에서 ‘제리의 치즈 빌딩’이라고 불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맛있게 먹던 치즈를 아이들이 유치원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치즈 빌딩이라니 낯설긴 하지만 한편으론 주민들의 인식에 확실하고 친근하게 유치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낯선 것과의 조우

마르틴 하이데거는 일찍이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이 시작된다”고 했다.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분석하고 파악하려는 사고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아직 고착되지 않은 유연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 유형화되지 않은 시설 공간의 제공은 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데 필수적이다. 어떤 아이는 구름을 보며 솜사탕을, 다른 아이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나 토끼를 떠올리는 것처럼 아치형의 오프닝이 엇갈리고 중첩되며 만들어내는 낯설고 다양한 형태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 저마다 독특한 장면이나 사물을 떠올리고 연관 짓게 한다. 이것은 뭘까, 하는 호기심은 곧 그것을 알고자 하는 이성을 작동시킨다. 내부로 들어오면 아까 보았던 형태를 다른 높이와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다양한 모양의 오프닝과 가벽, 보 등이 만드는 프레임은 무미건조한 신도시의 풍경을 조각조각 잘라내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빛, 계절과 함께 흥미로운 장면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더 자세히 관찰하고 상상하게 돕는다. 이것이 일찍이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픽처레스크 창을 만든 이유일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관찰자와 외부의 대상 . 도시와 자연 . 사이에는 어떤 분명한 관계의 설정이 일어난다.

 

 

 

 

 


관계와 연결, 순환과 통합

유치원은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가정 밖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교육 공간이자 사회적 공간 . 또 다른 세상 . 이다. 이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가족 밖의 어른들 . 선생님들 . 과의 관계를 처음으로 맺게 된다. 우리는 평면과 단면의 계획에서 관계 설정을 위한 몇 가지 방법을 도입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육시설은 교실(교육 공간)과 복도(이동 공간)로 명확하게 구분되는데 우리는 이 구분을 가능한 희미하게 만들고 싶었다. 공모지침서의 면적으로는 주차장과 기계전기실을 제외하면 25% 정도의 면적만 공용 면적으로 할애할 수 있었는데 이 수치는 아파트의 코어처럼 공용 공간이 기능적 역할 외에 다른 기능은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넓고 빛이 충만한 홀을 복도 대신 세 개의 교실이 모여 있는 개방형 계단 앞에 두어 다용도의 층별 테마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교실은 넓은 미닫이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공용 홀로 확장된다. 이 공간에서 연령별로 각 교실로 나뉜 원생들은 놀이와 활동을 통해 친한 언니동생의 관계를 맺게 된다. 또한 건물에 비해 커다란 개방형의 계단을 적극적으로 디자인하여 콤팩트한 평면의 네 개 층을 수직으로 연결시켰다. 아트리움을 대신하는 개방된 계단의 최상부는 천창을 두어 평면 깊숙한 곳의 빛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하늘과 내부 공간을 연결했다. 천창을 통해 옥상 텃밭의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4층의 강당, 식당 등 서비스 영역과 옥상과의 연계 활동도 염두에 두었다. 이 계단은 유치원의 수직이동 통로이자 각 층을 시각적, 청각적, 공간적으로 연결하는 장치다. 면적의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이동뿐만이 아니라 활동도 가능한 다양한 레벨의 공용 공간으로 계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개방형 계단이 시작되는 1층에 제안됐던 미끄럼틀과 식물 화분을 진열하는 영역이 개원 즈음 안전을 위해 없어진 것은 조금 아쉽다. 각 층의 평면은 막다른 곳 없이 원형으로 순환할 수 있게 조직했다. 각 교실은 미닫이문들을 통해 다른 교실로 또 공용 홀로 연결되어 여러 방향의 동선을 제공한다. 각 교실에는 테마 색을 두어 영역성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놀이 활동이나 비상시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인접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이런 평면구조와 동선체계는 한 층 전체, 그리고 네 개 층을 통합하고 연결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관계 맺기를 유도한다.

 

상상이 현실로 태어나기까지

건축은 가상공간에서 잉태되어 여러 주체의 열정과 노력에 의지해 현실 세계에 그 존재를 드러낸다. 도시를 만들고 건축을 기획하던 시기에는 우선순위가 밀리던 작은 시설이지만 유치원은 공공교육 시설 중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이것을 귀엽고 맑은 우리 ‘아이들의 꿈을 담는 신기한 보물상자’로 만들려고 했던 건축가의 상상과 노력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 조그만 교육시설의 진정한 완성의 순간은 언제일까 상상해본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물리적, 심리적으로 안전한 상태에서 여러 다양한 관계를 맺고 도시와 자연을 새롭게 느끼며 다채로운 자신만의 꿈을 만들어 다음 단계를 향해 이곳을 떠날 때, 바로 그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글 조항만 / 진행 김정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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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조항만(서울대학교)

설계담당

서지영, 임종훈, 김가림((주)탈건축사사무소), 박민희, 이승민, 이상원(서울대학교 TAA

위치

서울시 송파구 위례송파로 121

용도

교육연구시설(유치원)

대지면적

804㎡

건축면적

401.95㎡

연면적

1,964.84㎡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주차

8대

높이

13.9m

건폐율

49.99%

용적률

183.6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개방형 계단)

외부마감

외단열 미장공법(준불연 단열재 적용), 콘크리트 면정리, 컬러강판, 삼중유리, 로이복층유리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에폭시 코팅, 천연바닥재 기능성시트, 강마루, 타일

구조설계

SM구조컨설턴트(이성모)

기계설계

우리이엔씨(정상용)

전기설계

(주)삼우전기컨설턴트(이철규)

시공

(주)혁성공영(이기열)

설계기간

2019. 9. ~ 2021. 1.

시공기간

2021. 5. ~ 2022. 6.

공사비

4,447,404,000원

건축주

서울특별시교육청 강동송파교육지원청

사인ㆍ그래픽

하형원


조항만
조항만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뉴욕의 그린버그패로우 아키텍처에서 실무를 거친 후, 뉴욕 H 아키텍처의 설립에 참여해 디자인을 총괄했다.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지영과 함께 탈건축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 정부세종청사 1-1, 2-2, 2012 여수엑스포 국제관,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그리고 2010 WAN 올해의 건물상, AIANY 디자인 어워드(2009, 2010),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2016),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 본상(2018), 우수상(2021)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