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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짓는 아름다움에 관하여: 차리카페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이세웅, 최연웅, 오현주, 이범수
사진
진효숙
자료제공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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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2023년 2월호 (통권 663호) 

 

 

농업과 축산업을 겸해온 울산 두서면에서는 곡물 저장 창고나 축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축사의 비중이 높은데, 축사는 위생을 고려해 채광과 환기에 유리한 긴 장방형의 덩어리로 계획된다. 또한 값싼 재료로 신속하게 짓기 위해 같은 모듈이 반복되는 산업시설물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는다. 축사의 철골 기둥과 보, 경사지붕의 구성을 보면 유럽에서 계몽주의가 한창이던 시대의 원시 오두막을 떠올리게 한다. 원시 오두막을 건축 기원의 표상이라 주장한 마크 앙투안 로지에는 장식적인 바로크 양식에 대항해 자연주의에 기반한 절제되고 합리적인 건축을 제안했다. 무수한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그에 최적화된 포토제닉한 건물들이 유행하는 요즘의 한국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태백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두서면, 농업과 축산업 등 1차 산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 그리고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차리카페 역시 검소하고 합리적으로 계획하고자 했다. 

 

대지는 원래 계단 형태의 경작지였다. 우리는 이 계단밭을 산자락으로 다시 되돌렸다. 지형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의미 이외에 부지의 위와 아래가 단차나 난간의 방해 없이 흐르듯 연결되어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용자들이 시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통해 방문자들은 정원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도로 건너편의 들판과 농가, 그리고 배후의 산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불가피하게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첫째, 건물이 경사면에 위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목옹벽을 이용해 건물터를 평지로 조성할 수도 있지만, 건물과 정원이 한눈에 드러나는 공간의 특성과 긴 건물의 형태를 고려해 토목옹벽의 사용을 지양했다. 대신 순응하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담양의 명옥헌 같은 훌륭한 사례를 발견했다. 이를 참조해 각형강관을 이용한 라멘조의 틀을 만들어 바닥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두 번째 난관은 사면식재였다. 경사면은 토양의 보습성이 좋지 않아 식물이 활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뭄의 피해도 즉각적이다. 불행하게도 계획설계와 중간설계 단계까지 그 어려움을 가볍게 생각해 적절한 관개시설의 확충에 힘을 쏟지 못했다. 결국 경사지 정원이 식물의 자생력과 관리자의 수고로움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점은 짙은 후회로 남는다. 

 

몇 해 전 베니스를 방문했을 때 봤던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산티시모 레덴토레 교회 입면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대형 건물의 파사드를 이상적 비례로 분할해 웅장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착시 현상을 일으켜 파사드를 마치 네 개의 서로 다른 건물이 겹쳐 보이도록 구성했다는 사실이다. 좋은 비례를 위해서 면을 분할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훼손될 수 있는 건물의 웅장함을 잃지 않기 위해 교회가 하나의 건물이 아닌, 건물군으로 보이도록 한 것은 아닐까 유추해본다. 레덴토레 교회의 정면은 네 개의 다른 파사드를 눌러 압축한 것처럼 보인다. 낮고 작은 시골집과 전원주택에 인접한 차리카페의 파사드는 주변 건물과 조화로울 수 있도록 작은 스케일로 분절하면서도 건물의 규모가 잘 드러나도록 세 층위로 구성됐다. 첫 번째 층은 처마홈통과 선홈통이 만드는 6×6.4m 크기의 격자 입면인데 개방적인 정원에 대응하는 가장 큰 격자다. 다음 층은 각형강관으로 분절된 20개의 2×4m 크기 격자고, CRC보드의 이음매로 구성된 격자가 마지막 층을 구성한다. 건물에 다가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격자 입면을 발견할 수 있다. 

 

 

 

짙은 녹색의 창밖 풍경을 어지럽히지 않으면서,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강렬한 색상의 내부 공간을 상상했기 때문에 녹색과 보색 대비 관계인 붉은색을 선택했다. 고운 목재 입자에 혼합된 붉은 안료는 거리를 두고 보면 석고보드나 금속 위의 페인트 도장처럼 매끈한 평면을 만들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미세하게 거친 표면을 드러낸다. 거리에 따라 바탕면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래서 컬러MDF 보드는 이리 보면 인공적이고 저리 보면 반대로 자연스럽기도 하다. 과거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에서 관람했던 제임스 터렐의 붉은빛으로 가득 찬 공간은 매우 신비로웠다. 카페 안에서 석양에 물든 하늘을 보는 순간을 상상하며 내부 마감을 선택했다. 반면 가구의 색상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검정 테이블과 의자는 공간의 붉은색과 또 다른 강력한 관계를 맺어, 창밖 풍경과의 대비를 강조하려던 애초의 배색 원리를 흩트리고 말았다. 녹색과 붉은색의 보색대비가 돋보이도록 베이지색이나 회색처럼 중성적인 색상의 가구를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차리카페를 패시브하우스 수준에 미치지는 않더라도, 저에너지 하우스를 지향하며 계획했다. 접지 부분이 필로티 형태여서 단열층을 구조체 외부에 둘 경우, 열교를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구조체의 안쪽으로 단열선을 형성하기로 했다. 단층인 데다가 내부 칸막이벽이 없어 내단열 방식을 택해도 열교가 발생하지 않았다. 외벽과 지붕의 구성은 목재 스터드를 이용한 북미식 경량목구조와 그 원리가 동일하다. 다만 철재와 목재는 선팽창계수가 약 세 배까지 차이가 나 목재 스터드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대신 티푸스코리아에서 개발한 선형열교를 점형열교로 전환해 열전도율을 낮춰주는 ‘단열프레임’을 적용했다. 실내측부터 설비층, 가변형 방습지, 단열프레임 및 글라스울, 투습방수지, 통기층, 하지틀, CRC보드 순이다. 이 제품은 원래 지붕에서 외단열 방식에 맞춰 투습방수지를 단열프레임 위에 얹어 시공하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차리카페의 경우 내단열 방식을 택해 반대로 투습방수지를 구조체에 매달아 시공해야 해서 시공팀의 노고가 컸다. 

 

차리카페의 외부 공간은 건축계획에 의해 크게 카페 후면부, 카페 전면부, 퍼걸러 구간으로 나뉜다. 이 세 개의 영역은 수직적인 벽이나 담장 등이 아닌 높이 차이로 구분된다. 그로 인해 경사면이 발생하고, 평지는 이용 구간이 되고 사면은 식재 구간이 됐다. 건축의 방향과 평행으로 놓여 있는 세 영역의 포장면은 쉼터와 길의 역할을 병행한다. 각 영역은 철제 계단과 자연석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영역 간 이동은 수직적이고 영역 내 이동은 수평적이다. 포장재로는 현장타설 콘크리트, 화강석 판석, 제작한 사구석을 활용했다. 중간의 사면은 경사가 급하여 이를 완화하기 위해 석축을 쌓아 경사도를 낮췄다. 석축의 축조를 위해 현장 앞 하천 정비사업 시 폐기된 지역 돌을 사용했다. 그 위에 얹힌 콘크리트 수로로 선홈통에서 떨어진 빗물은 아래의 웅덩이로 흐른다. 웅덩이는 대상지의 거대한 집수정이다. 일반적으로 대상지에 내린 빗물은 집수정과 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바로 흘러 들어가는데 차리카페에서는 비가 오면 빗물이 웅덩이에 채워졌다 서서히 지중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거나 증발해 대기로 돌아간다. 연못에 담긴 물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글 이세웅, 최연웅, 오현주, 이범수 / 진행 박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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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이세웅, 최연웅)

설계담당

김소연, 김수환

위치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구량차리로 374(인포멀가든)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768㎡

건축면적

349㎡

연면적

297㎡

규모

지상 1층

주차

3대

높이

7.18m

건폐율

19.76%

용적률

16.82%

구조

각형강관 라멘조

외부마감

CRC보드, 파형컬러강판

내부마감

컬러MDF, 비닐타일

구조설계

이든구조컨설턴트

기계,전기설계

(주)정연엔지니어링

시공

(주)프레임워크

설계기간

2020. 10. ~ 2021. 9.

시공기간

2021. 11. ~ 2022. 8.

조경설계

안마당더랩


이세웅
이세웅은 2013년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공동대표다. 고려대학교와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뮌헨 소재의 알만자틀러바프너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했다. 「건축평단」의 2019년 영 아키텍트상과 2021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최연웅
최연웅은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공동대표다.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 후 독일 게어버 건축사사무소, 불프 건축사사무소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공모전과 실시 업무를 경험했다. 2015년 귀국 후 주택, 근생 및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건축사, 한국건축사를 소지하고 있으며, 「건축평단」의 2019년 영 아키텍트상과 2021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