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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목구조의 직조와 표현: 포레스트 에지

중원건축사사무소

김선형
사진
권보준
자료제공
중원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1월호 (통권 660호) 

 

 

소나무 숲을 연결하다 

포레스트 에지는 카페인 근린생활시설(이하 근생동)과 숙박용 주택(이하 주택동) 두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지는 강촌 IC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홍천군 남면에 위치하고 있다. 길 건너에는 너른 밭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U자형으로 굽이 도는 홍천강과 금학산이라는 낮은 산이 있다. 프로그램을 담는 각각의 덩어리들은 원경의 이 금학산을 편안하게 받아내기 위해 경사 지붕의 형태로 계획됐다. 각 동의 중심 공간은 모두 마주 보는 두 개의 면을 커튼월로 계획하여 대지 주변 숲과의 투명한 연결을 의도했다. 부지 내에서 자연스러운 시선의 연결을 만들어내고 근생동과 주택, 두 개의 다른 프로그램들을 대지 중앙에서 시각적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산지를 정리할 때 발품을 팔아 남겨둔 벚나무는 대지 중앙의 야외 정원에서 이 흐름들의 소실점 역할을 한다. 부지를 조성하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앞쪽 근생동의 바닥 높이가 본래의 대지인 숲의 땅보다 750mm 정도 낮아지게 되어 숲의 땅과 동일한 높이를 공간 중앙에 콘크리트 테이블 형태로 남겼다. 건축이 시작되기 전 숲이 있던 땅의 단면 높이가 테이블의 상단면으로서 남게 된 것이다. 테이블의 콘크리트는 대지의 흙을 섞어 현장 타설했고, 중심 화단 또한 기존 숲의 흙을 가져와 그대로 채워 넣었다. 작은 숲이자 땅이 된 거친 콘크리트 덩어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건축이 땅과 맺는 관계를 좀더 촉감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일반적인 목구조의 구법상 보통 가려지게 되는 콘크리트 기초를 노출시켜, 건식과 습식 두 가지 다른 공법이 사용된 건설의 공정을 내부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이렇게 하여 동쪽 소나무 숲의 땅은 투명한 커튼월과 벚나무, 콘크리트 테이블로 인해 대지 중앙으로 연장됐다.

 

정확한 규격으로 표현하다 

기하학이란 뜻의 영단어인 ‘geometry’는 건축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다. 형태(form)라는 용어와 종종 혼용되기도 하는 이 단어는 땅을(ge) 재다(metria)라는 어원을 갖는데, 여기에는 정확성(precision)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소박하지만 다소 정리가 덜 되어 보이는 주변 자연과 대비를 이루기 위하여 포레스트 에지의 볼륨은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고 정확한 면들로 만들고자 했다. 이 정확성에 대한 의도를 건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공장 선가공(precut) 부재들을 가지고 덩어리의 뼈대를 완성했다. 근생동의 지붕면은 프리팹(prefab)으로 정밀하게 조립된 여덟 개의 A-트러스들이 지지하고 있으며, 기하학적으로 이등변삼각형을 이루는 트러스 한 변의 길이는 보편적인 목구조 구법의 생산 규격인 20피트 길이를 그대로 사용해 완성됐다. 다시 이 트러스들을 4×8피트 합판의 보편적인 생산 규격인 8피트(2,400mm)의 모듈로 배치하고 트러스 사이마다 테이블을 두어 표준화된 재료의 규격을 보다 시각적이고 체험적으로 실내에서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이 모듈은 합판의 현장 가공을 최소화해 효율적인 시공을 가능하게 하는 복합적인 역할도 담당한다. 재료에 의해 조직된 구축 질서는 2층에서 맞은편 숲과 대구를 이룬다. 이는 대량생산된 목재로 이루어지는 서양식 목구조의 근본적인 태생을 자연의 나무와 시각적으로 대비시켜 일종의 공간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구법인 콘크리트 구조처럼 건축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면의 질감과 덩어리의 무게를 강조하는 법도 있지만, 항상 사용하고 있는 재료의 기본적인 규격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방법도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작업했다.

 

결합으로 디자인하다 

액체를 부어 굳히는 일체식의 철근콘크리트조와 다르게 동일한 재료가 겹겹이 모여 구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목구조에서 사용 가능한 직관적인 구법 중 하나다. 특히 한옥과 같은 동양의 중목구조가 아닌 규격화된 부재로 이루어지는 서양식 목구조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다. 설계 초기부터 단일 부재의 사용을 지양하고 여러 부재들을 겹쳐 구조 계산을 진행했고, 재료 간의 접합 디테일들이 자연스럽게 내부 디자인의 기준을 만들어나가도록 의도했다. 그리하여 A-트러스는 스프루스 집성목 세 겹을 볼팅 결합해 완성됐다. 세 겹의 부재 중 가운데 부재는 가구 및 조명 등이 결합되는 디테일을 위해 들여서 결합하고, 2층 슬래브를 구성하는 큰보-작은보는 각각 LVL(laminated veneer lumber)을 두 겹, 세 겹 결합한 합성보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같은 세 겹이라도 원래 목재 수종이 약한 스프루스는 결합 시 볼팅을 재료면보다 바깥으로 돌출시켜 목재가 철물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상대적으로 강한 재료인 LVL은 결합 시 볼팅을 면 안으로 매입시켜 스프루스보다 강한 재료임을 대조적으로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료의 규격을 드러내고 재료들이 만나는 디테일을 다르게 표현하는 일은 목구조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조용하지만 편안한 질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기능을 암시하다 

주택동은 주거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붕의 단면계획 시 웜-루프(warm-roof)라는 구법을 적용했다. 이 지붕 시스템은 기본적인 목조 지붕 단면 위에 추가적인 40mm 공기층을 확보하고 소핏을 통해 공기를 순환시킨다. 이는 습도에 민감한 목재라는 재료의 내구성과 내부 단열 효과를 위한 실용적인 구법이다. 숨겨진 기능적 공기층을 중의적인 역할을 하는 디자인적 요소로 표현하기 위해 박공면에서는 40mm의 공기 통로를 처마 캔틸레버 형성을 위한 구조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로써 만들어진 주택동의 세장한 박공면 처마는 처마가 없는 근생동의 삼각형 면과 대비를 이루며 두 동이 다른 프로그램임을 자연스럽게 암시하도록 의도했다. 건축에서 사용되는 현장의 기술을 소극적으로라도 드러내는 것이 미려한 수사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높이와 빛이 변화하다

포레스트 에지의 평면 구성은 단순하다. 근생동은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사용하는 주공간과 그 공간을 지원하는 공간을 구조 모듈에 맞추어 구분했고 그에 따라 입면에서도 불투명한 면과 투명한 면으로 재료적인 구분을 두었다. 단기 숙박을 위해 지어진 주택동은 중앙의 투명한 거실-식당부엌(LDK) 공간을 통해 두 개의 다른 숙박 영역으로 구분된다. 동쪽의 숲을 면하는 마스터 영역은 드레스룸-침실-욕실까지 연속적으로 천장의 높이가 변화하는 단면을 가지는데, 마지막 욕실에서는 4m 높이에 있는 천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마무리가 되며 그 높이를 공간의 환함으로 경험하게 한다. 서측의 숙박 영역은 7m의 천장고와 천창을 통한 자연광이 풍부한 실내 정원을 전이 공간으로 두고 진입한다. 두 개층 높이로 된 이 영역은 반외부적인 성격을 가지며 박공의 형태가 공간에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독립한 건축가로서 한국에서의 첫 프로젝트를 서툰 글로 적어보니 해놓은 것에 비해 더 나아 보이고 싶은 조급함과 오글거림은 내 몫이라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그래도 짧지 않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참 몰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장에서 관찰하고 고민한 것들이 이후에 미미하더라도 설계자의 직관으로 책상에 남아있길 바란다. (글 김선형 / 진행 박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중원건축사사무소(김선형)

위치

강원도 홍천군 남면 남노일로 1123

용도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대지면적

1,650㎡

건축면적

328.2㎡

연면적

405.48㎡

규모

지상 2층

주차

2대

높이

7.7m

건폐율

19.89%

용적률

24.57%

구조

목구조

외부마감

석재타일

내부마감

목구조 노출, 석고보드(도장)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전기설계

(주)유성기술단

시공

(주)오감

설계기간

2020. 5. ~ 2021. 6.

시공기간

2021. 6. ~ 2022. 3

공사비

13억 원

건축주

(주)위켄드74


김선형
김선형은 중원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대한민국 및 미국 일리노이 주 건축사로서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미시간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고 한 명의 재학생에게 주어지는 우수상(Graduate Student Honor Award)을 수상한 바 있다. 졸업 후 시카고의 SOM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2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설계한 타호 캐빈(Tahoe Cabin)으로 아키타이저의 A+Awards를 수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 출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