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배경이 된 건축: 남산동 주민공동시설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정웅식
사진
노경
자료제공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태풍 힌남노를 앞두고 답사를 떠날 때 비가 내렸다. 내심 걱정이 앞섰다. 받아본 자료에서 느낀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날씨에서 이 건축물을 온전히 느껴 보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빛과 반응하는 배경으로서의 건축을 건축가 조경빈이 다루는 방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광주 외곽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과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논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건축물보다는 낮은 담장과 낮은 높이에 형성된 지붕이었다. 건축물 주변을 계속 둘러보다 보니 이번에는 건축물이 아니라 넓은 시야의 논과 주변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간 마당에 서서 계속 바라보니 건축가는 이곳의 풍경 속에서 건축을 지우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점점 눈에 들어온 것은 배경이 된 건축이었다.

 

 

 

배경이 된 마당 

이곳에는 오랫동안 마을 경로당으로 사용되었던 건축물이 있었고 도로 쪽 인접 대지에는 시골 마을의 오래된 작은 공장이 있다. 다른 인접 대지에는 오래된 주택이 있고 농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논들이 펼쳐져 있다. 건축가는 우리네 시골 마을에서 작동하게 될 건축 공간에서 외부 공간인 마당이 가지는 의미와 쓰임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시골 마을을 거닐다 보면 정겨운 담장을 마주하게 된다. 담장은 하나의 경계를 만들기도, 때로는 경계를 허물기도 하는 건축적 장치다. 건축가는 담장으로 느슨한 경계를 만들어 주변의 환경과 반응하는 마당을 만들었다. 그가 설계 단계에서 담장으로 영역 계획을 가장 먼저 한 이유이기도 하다. 담장이라고 해야 할지 벽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높이(거푸집 두 장 높이)를 가지는 담장은 본관동과 별관동의 관계에 의하여 세 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마당을 구성한다. 진입 마당에서는 담장에 놓인 지붕으로 인하여 둘로 나누어진 마당이 하나로 연결된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나 언제든지 마당으로 사용될 것을 고려했다. 중간 마당과는 낮은 담장으로 인하여 서로 연결된 경계를 만든다. 하나이면서 둘로 나뉜 중간 마당에는 각각 나무와 이전 이곳에 있었던 비석을 옮겨다 복원했다. 다른 성격을 가진 하나의 중간 마당은 배경으로 작동하기에 건축물과 담장 그리고 비석과 나무는 잘 조화된 건축적 요소로 드러난다. 안마당은 본관동의 건축물에 의하여 영역이 구분되는 내밀한 공간이다. 마당 공간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주변 환경과 관계한다. 진입 마당에는 한 면으로 열려 있는 공간, 중간 마당에는 논 방향으로 열어둔 담장, 안마당에는 단독주택의 기존 담장을 활용하여 높이를 조절한 담장이 있다. 마당들은 본관동과 별관동 그리고 주변 환경을 담아내는 건축을 위한 배경이 된다. 

 

배경이 된 풍경 

노후화된 시멘트 미장의 작은 공장은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풍경이다. 본관동과 별관동은 노후화된 작은 공장을 마당의 풍경에서 지울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할 수도 있었으나, 마당의 풍경을 만드는 배경으로 활용했다. 전면부의 작은 공장은 담장 너머의 남산동 주민공동시설과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본관동의 높이 또한 적절하게 어울리는 조화로운 풍경을 만든다. 본관동과 떨어져 있는 별관동은 평야처럼 넓게 펼쳐지는 논을 가지고 있는, 시골 마을에 원래 존재하는 곡식 저장창고 같은 풍경을 만든다. 이처럼 건축가는 주변의 풍경이 외부 공간을 구성하는 배경이 되도록 절묘하게 다뤘다. 특히, 치핑된 담과 넓은 지붕 판을 지나서 중간 마당에 진입하여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인간이 만든 인접 건축물과 자연이 만든 논의 풍경은 이 공간을 위한 배경이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 건축가가 만든 건축물과 담장 그리고 지붕의 건축적 풍경이 이 마을과 자연의 배경이 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본관동의 내부에 들어가면 외부에서 담장을 먼저 마주하게 된 것처럼 담과 같은 벽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외부와 동일한 콘크리트 마감과 내단열로 인한 회색 스터코 마감으로 하나의 균질한 톤을 가진 내부의 어두운 공간은 내부 공간의 풍경이 된다. 좌측에는 가변성을 담아내기 위한 거대한 문이 존재한다. 거대한 문을 열면 나오는 공간은 다양하게 사용될 시골 마을의 주민공동시설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문 뒤편에는 바닥과 담장 하단부가 보이는 낮은 창을 구성하여, 벽면이 풍경을 위한 배경이 되는 장치로 활용된다. 전면부에 있는 벽면 옆의 좁은 열린 공간으로 안마당의 풍경이 들어오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은 수직 공간의 동선을 유추하게 한다. 법적 난간대 높이 1.2m가 창문의 풍경을 방해하는 배경이 되지 않도록 콘크리트의 높이를 낮추고 상부는 개방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의 환봉으로 처리했다. 건축가는 2층에서 사용된 창의 위치와 크기도 절제하여 사용했다. 세 면에서 보이는 풍경은 하나의 면에서 하나의 다른 장면으로 연출되도록 내부 계단을 중심으로 배분했다. 또한 창 너머 보이는 풍경들은 내부 공간을 구성하는 배경으로 작동된다. 

 

배경이 된 물성 

저예산 프로젝트에는 항상 어려움이 존재한다. 건축가는 예산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콘크리트라는 하나의 물성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존 마을 풍경의 배경이 되기 위하여 건축가는 유로폼 노출콘크리트를 고압 살수 치핑 했다. 이는 노후된 작은 공장과 더욱 조화되도록 하는 배경이 되고, 자연의 투박한 모습을 풍요롭게 하는 배경이 된 물성으로 작동된다. 햇빛 아래에서 고압 살수 치핑된 유로폼 노출콘크리트는 빛과 반응하여 물성의 깊이감을 만든다. 만약 유로폼 노출콘크리트만을 사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배경으로 작동하기보다 오브제로 작동하는 전혀 다른 건축물이 되었을 것이다. 전면부의 담장은 콘크리트 치핑을 하여 고압 살수 치핑보다 빛과 반응하는 깊이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주변의 경계를 형성하는 담장은 내부면에 EPS 단열재 문양 거푸집을 사용해 수직 볼륨감을 부여했다. 투박하게 사용된 콘크리트는 마당과 풍경의 배경이 되는 담장의 물성이 됐다. 내부 공간에서도 다른 물성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내외부가 하나의 배경으로 작동하게 한다. 추후 이 건축물이 어떻게 유지 관리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페인트칠이나 유성 도막 보수 같은 사후 관리로 인하여 지금의 풍경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부터 이곳에 존재했던 것 같은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 잘 유지관리 되어, 미래에도 그냥 이곳에 존재했던 것 같은 마을 건축물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정겨운 시골 마을의 공동체가 함께하는 기억의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정웅식 / 진행 박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조경빈)

설계담당

지성배, 하규석, 이아름, 김민규

위치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산동 63-3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28.16㎡

건축면적

142.2㎡

연면적

227㎡

규모

본관동 ‐ 지상 2층 / 별관동 ‐ 지상 1층

주차

2대

높이

6.92m

건폐율

33.21%

용적률

53.0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살수 치핑, 문양 거푸집)

내부마감

콘크리트면처리, 외단열시스템

구조설계

제이더블유 구조 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주식회사 원이엔씨

시공

서우건축 주식회사

설계기간

2021. 2. ~ 6

시공기간

2021.8. ~ 2022. 3

공사비

5억 원

건축주

본량 발전위원회

조경설계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조경빈
조경빈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충무로에서 2016년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건축을 만들어가는 여러 공정에 주목하고, 구축 과정에 같이 호흡하며, 다양한 스케일과 구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도출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웅식
정웅식은 울산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온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사 및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지역 건축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지역과 지역이 소통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2020), 한국건축가협회상(2019),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2016), 한국건축문화대상(2015)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