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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대지 삼은 집: 해방촌 하늘집

스와

김이홍
사진
이의범(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스와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Lee Wonjoon 

 

「SPACE(공간)」2022년 7월호 (통권 656호)  ​​

 

‘하늘집’…. 천창이 큰 역할을 하는 집인가? 하늘과 가까이 맞닿는 집인가? 프로젝트명에서 시작된 호기심이었다. 일면식 없는 건축가로부터의 초대, 새로운 건축과의 만남. 기대감과 설렘이 뒤섞이며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해방촌이라는 지역이 가진 다양한 제약 조건을 어떻게 극복했을지, 어떤 기발한 해결책을 제안했을지, 외관 재료에는 어떤 디테일이 숨어 있을지, 또 내부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 뜨거운 낮을 넘긴 늦은 오후의 발걸음에 다양한 궁금증이 뒤따랐다.


수직적 전개: 담담한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건축사사무소와 단독주택이 적층된 해방촌 하늘집은 해방촌에서 보편적인 30여 평의 필지에 계획됐다. 정갈하고 세련된 외관과 조금은 큰 볼륨감을 갖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네를 지키며 터줏대감이 된 이웃집들 속에서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10년 후에도 이곳에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을 법한 건축물이다. 도로와 가까운 지점에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돈된 회의 테이블이 있고, 그 뒤로 사무소 직원들의 업무 공간이 남측 경계벽을 바라보고 있다.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건축가 이지은의 업무 공간은 다시 현관문과 도로 측으로 시선을 환기시키며 작은 마당을 면한다. 마당 밖으로 설치된 낮은 차고문은 골목에서의 시선을 차단하는 켜로 작동해, 업무 공간에 아담한 외부 공간으로의 확장을 만들어준다. 1층에서 또 하나의 내부 현관문을 지나 2층으로 연결하는 직선 계단을 오르면 업무 공간과 주거공간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주거에서 현관과 거리가 먼 곳에 침실을 배치하는 것과 다르게 이 주택은 주거 공간의 시작점인 2층에 침실, 그리고 몰두의 공간인 서재를 배치했다. 1층에서 이미 외부인을 맞이할 수 있는 사무실을 경험한 뒤여서인지, 혹은 구석구석 가득한 세밀한 계획에 시선을 사로잡혀 거시적인 관점이 흐려졌던 것인지 이른 침실의 등장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곱씹어보아도 주변 이웃과의 이격 거리가 넓지 않은 대지 특성상 저층부에 사적인 영역을 두는 것이 현명하고 가성비 높은 단면적 배치라는 확신이 든다. 2층은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과감히 개방하기에 부담스러운 레벨에 위치한다. 그런 만큼 2층에 거실과 주방을 배치해 이웃을 신경 쓰는 불편을 겪기보다 차라리 세상과 차단되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서재와 침실을 두는 편이 이 집의 2층 풍경으로 알맞다. 외부의 뷰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는 않지만, 세심한 창과 내부 차양 계획으로 채광에도 문제가 없다. 북측 벽의 직선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오르면 외부로의 개방성이 반전을 일으킨다. 이 집의 장점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외부와 적극적으로 접하고 있는 공간에 거실과 주방, 식탁이 자리 잡으며 주거의 공적 영역으로 기능한다. 하늘과 맞닿은 매력적인 공간을 집의 주인은 물론, 손님도 만끽하게 된다.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공유되는 자원이며, 또 하나의 대지다. 하늘을 향해 열린 3층과 옥상에 해방촌 하늘집의 공공성이 있는 것은, 하늘 또한 이 집의 대지로 고려해 설계됐다는 증거다.

 


 

안에서 밖을 보기: 켜 너머 다양한 세상

해방촌 하늘집은 외부에서 평가되는 모습보다, 내부에서 느껴지는 공간감과 외부와의 관계성에서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이 집의 백미는 3층과 옥상이다. 한강이나 도심 스카이라인의 경치를 품는 서울 도심의 부촌 혹은 자연 속 아름다운 풍경이 공짜로 주어지는 대지에서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건축물의 요소와 주변 문맥과의 관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시점을 제안하는 건축가의 섬세하고 집요한 계획의 산물일 것이다. 사진으로는 담기 어려운 다양한 시점들이 공존했고, 3층 거실과 테라스 ‘하늘마당’에서 예상치 못한 프레임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1.9평 남짓의 하늘마당(3860×1600mm)은 그 면적이 넓지 않기에 제한 없이 열린 하늘에 집중도를 높인다. 2층까지만 해도, 내부의 모습들이 곧 풍경이 되는 경험이 공간의 내향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한 반면, 3층부터는 내부의 에너지가 외부로 폭발하는 반전이 펼쳐진다. 남측으로 펼쳐지는 원경과 옥상이 올려다보이는 개구부, 그 개구부를 통해 보이는 하늘, 또 위쪽으로 고개를 꺾으면 보이는 사각형 프레임에 담긴 하늘. 여기에 더해 개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는 365일 계절별로, 24시간 시간대별로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니 작은 공간이 다채로운 풍경으로 채워진다. 옥상을 오르는 계단 통로 역시 외장재인 모노타일벽돌로 마감된 매개 공간으로 몰입감을 주며, 미지의 옥탑으로 발길을 인도한다. 실내는 아니지만, 다양한 개구부가 있는 벽체와 지붕을 갖춘 ‘옥탑방’ 아래 서면 한 켜 더 깊은 공간 속에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안에서 밖을 보듯, 각 개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풍경을 눈에 담는다. 완벽하게 시점이 조율된 프레임을 통해서는 남산의 서울타워가, 자연스레 팔을 걸쳐 서게 되는 높이의 남측 개구부를 통해서는 관악산까지의 원경이, 하늘을 향해 열린 오프닝을 통해서는 해방교회의 첨탑이,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구간에서는 3층의 하늘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Lee Wonjoon

 

편안함을 주는: 상대적 여유

“훌륭한 비례는 편안함을 주고, 나쁜 비례는 불편함을 준다”고 말한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가 떠오른다. 황금비와 피보나치수열을 건축설계의 치수에 적용하지는 않았겠지만, 건축가는 자신만의 체계 속에서 암묵적으로 비례와 조화 그리고 질서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넓고 높은 공간에서 항상 좋은 인상을 받지 않듯이, 절대적인 치수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 조화다. 해방촌 하늘집이 강한 여운을 남긴 것도 그러한 부분에서다. 원경과 차경이 공존하는 공간, 부분적으로 가려줌으로써 열어준 곳이 되레 넓고 깊게 느껴지는 공간, 휴먼스케일로 편안함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만약 투명한 창을 넓게 열어 외부로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면 커튼과 블라인드로 바깥세상을 차단하고 답답한 생활을 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마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지의 선택과 설계부터 시공, 현장 감리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축가 이지은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하기를 반복한 흔적이 도처에 가득하다. ‘1평이라도, 아니 5cm라도 더 있었다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을 터이다. 참으로 희한하게 부족함 없이 넓은 대지에서도 항상 1평이나 5cm를 더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방촌 하늘집은 허용오차 범위의 치수조차 살뜰히 고민해야 하는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 단점을 기회로 활용해 작지만 입체적이며 작게 느껴지지 않는 집이 완성됐다.

 

하늘집으로 걸어가며 바라봤던 해방촌 동네 속에서의 모습, 외관을 분명히 파악하기 어려운 근거리에서의 시점들, 그리고 상층부에서 펼쳐지는 다층적인 건물의 켜와 그 너머의 세상을 통해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낸 여유를 찾았다. 해방촌 하늘집은 제 모습을 뽐내는 대신 자신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해방촌과 서울의 아름다움을 대지 삼아 존재의 가치를 드러낸다. 오래된 도심 주택가의 골목에서 옥상까지 오르며 서서히 도달한 클라이맥스. 30평의 작은 대지가 아닌 하늘 아래 세상을 널리 사용하는 집이다. 보이지 않는 공감각적 경험에 풍요를 담고 작은 디테일에는 집착하지 않은 대범한 집이다.​ (글 김이홍 / 진행 윤예림 기자)

 

ⓒLee Wonjoon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스와(이지은)

설계담당

김나영

위치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11길 46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01.1m²

건축면적

57.68m²

연면적

149.98m²

규모

지상 4층

주차

1대

높이

11.6m

건폐율

57.05%

용적률

148.3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조적타일, 열연강판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렉스크리트, 노출콘크리트, 화이트오크

구조설계

(주)누리구조엔지니어링

기계,전기설계

(주)유성기술단

시공

(주)이재605

설계기간

2020.2. ~ 9.

시공기간

2020.11. ~ 2021.9.

건축주

이원준, 이지은


이지은
이지은은 연세대학교와 AA 스쿨을 졸업한 후 아르텍, 해밀톤 아키텍츠,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등 서울과 런던의 다양한 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영국건축사(ARB) 및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 정회원이다. 2011년 스와를 설립한 이후, 자세, 원칙, 섬세함의 가치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로 설계스튜디오를 지도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문화공간 이상의 집(2014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해도노인복지회관, 신내2동 주민센터, 국립디자인박물관(2022 국제현상 당선작) 등이 있다. 2014~2016 서울시 공공건축가 활동,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참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옛길 및 주변 도시경관 디자인 지침’ 수립 등 폭넓은 방식으로 공공 부문의 도시건축에 기여해왔다.
김이홍
김이홍은 김이홍 아키텍츠의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게리 파트너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스티븐 홀 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APMAP 2016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19 설화문화전 디렉터로 활동했다. 2018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미국건축사와 LEED AP이며,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