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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건축의 자율성: 공간태리

네임리스 건축

나은중, 유소래
사진
노경
자료제공
네임리스 건축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2년 8월호 (통권 657호) ​

 

카페 건축의 자율성: 공간태리 

 

우리는 삶의 첫 번째 공간인 집, 두 번째 공간인 일터에 이어 다양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며 교류할 수 있는 삶의 세 번째 공간을 필요로 한다.(레이 올든버그, 『제3의 장소』) 휴식과 교류를 통해 우연한 공공 생활이 일어나는 제3의 공간은 우리에게 사치가 아닌 필수 공간이 되었다. 동네 작은 카페부터 브랜드화되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카페에 이어 최근에는 도심 외곽의 여유로운 대지에 신축되는 카페가 하나의 건축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확장되고 있는 이 건축은 이제 공간 자체의 힘과 경험의 가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카페는 느슨한 목적성을 지닌다.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의 장소와는 달리 교외의 카페에 방문하는 이들은 뚜렷한 목적을 지니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마주침으로 결국 공간은 무목적성을 지향한다. 식음을 매개로 하지만 서로 다른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인식 너머 건축 자체의 본성도 그러하다. 단순한 프로그램에 기인한 건축 구성의 느슨함은 비워질 여지를 만든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기능이 뚜렷한 밀도 있는 공간보다 오히려 목적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가 보다 어떻게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오롯한 경험을 형성하느냐는, 결국 공간의 몫이다.


 

카페 건축의 공간성과 더불어 내재된 사회적 의미는 다소 역설적이다. 카페는 비공식적인 공공 영역이다. 상업 공간이자 소비 공간인 카페의 역설적인 공공성은 특정 개인에게 편향된 공간이 아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쉽게 방문하며 즐길 수 있는 장소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집과 직장을 벗어나 안식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서 카페 건축의 가능성은 스스럼없이 모이고 교류하지만 한편으로는 개개인이 존중받는 장소로서 공공의 영역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얻는다. 이러한 중의적인 특징은 카페 건축의 다양성으로 귀결된다. 최근 몇 년 새 만들어진 대형 카페는 저마다의 취향을 드러내며 공간의 내러티브에 집중한다. 다른 어떤 시설보다 건축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용이해진 이 건축 유형은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비범함을 지닐 수 있다. 이를 통해 방문자는 공간을 향유하며 손에 들린 카메라로 기록하고 선별하여 확산시킨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아카이빙되는 이러한 과정을 혹자는 공간이 소비된다고 불편함을 토로한다.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며 일부 시각화된 건축의 가벼움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수에 의해 자유롭게 점유되고 회자되는 건축 공간이 과연 과거에 존재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특정 계층에 편향된 건축 양식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체화되는 건축 경험 그 자체이다.

 

우리가 설계한 카페태리도 이러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건축물의 특성상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 장소는 최근 방문객의 선호도가 높은 공간에 방점을 두기 위해 카페 이름을 ‘공간태리’로 변경했다.

 

 

공간태리의 대지는 대전 유성의 계룡산 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산과 마을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 이 대지의 특이점은 대지 한켠에 산을 오르는 공공의 산책로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사유지에 형성된 산책로 입구는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단단하게 다져졌다. 이 자리에 들어설 건축이 산책로를 가로막기보다 사람들의 흐름을 이끄는 길이 되고자 하였다. 두 개의 건물이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며 배치되고 서로 어긋나게 틈을 벌린다. 그리고 건물의 벽이 마당으로 흘러내린다. 벽과 바닥의 구분이 모호해진 인공의 골짜기는 숲으로 향하는 흐름을 만들며 카페 마당이자 산책자의 길이 된다. 흘러내린 벽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 공간에도 연속되어 머무를 수 있는 계단식 공간을 형성하고 안과 밖의 풍경을 연결한다. 뒷마당에 느슨하게 들어 올려진 구릉은 안락한 휴식을 위한 정적인 장소이다. 이러한 건축적 지형의 구축을 위해 사용된 콘크리트 벽돌은 흐르는 공간의 연속성을 드러낸다. 반면 정면의 거칠게 깨진 벽돌은 시간에 따른 빛과 그림자를 머금는다. 건축 내외부에 형성된 입체적인 길, 마당, 구릉은 휴식과 여가를 담은 제3의 공간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이곳을 방문하는 모두를 향해 열려 있다. (글 나은중, 유소래 / 진행 박세미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설계담당

강택규, 이창수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수통골로9

용도

근린생활시설(카페)

대지면적

1,673㎡

건축면적

329.93㎡

연면적

887.15㎡

규모

지상 3층

주차

23대

높이

14.05m

건폐율

19.72%

용적률

47.0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콘크리트 벽돌

내부마감

콘크리트 벽돌,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베이스구조

기계,전기설계

유성기술단

시공

티에스건설

설계기간

2019. 12. ~ 2020. 7.

시공기간

2020. 9. ~ 2021. 11.

건축주

비에이치 주식회사


네임리스 건축
네임리스 건축은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이다. 나은중과 유소래는 각각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UC 버클리 건축대학원을 같은 해 졸업했다. 2010년 뉴욕에서 네임리스 건축을 개소한 후 서울로 사무실을 확장하였으며, 예측불허한 세상 안에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건축과 도시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