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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이질적 욕망에 대응하는 두 개의 얼굴: 동탄 야누스

김동진 + 로디자인

김동진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로디자인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야누스(Janus)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하나의 몸을 지니면서 두 개의 욕망에 대응하는 상반된 양면의 얼굴을 가진 존재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의식 주체인 자아(ego)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자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페르소나(persona)라는 외적 인격을 만든다. 그런 인간은 외부와 충돌하는 욕망들을 마주할 때, 사회적 가면을 바꾸어 쓰며 힘겹게 자신의 삶을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나무와 같은 유기체들, 즉 주어진 땅에 뿌리를 박고 온 생애에 걸쳐 묵묵히 한자리를 고수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은 어떠한가. 기존 환경에 고정된 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삶을 버텨나가는 모습은 매우 애처롭다.

인간이 만들고 문화적 산물로서 축조되는 건축물의 생애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주어진 환경이 가진 태생적 문제들과 서서히 드러날 사회적 갈등 현상에 마주하면서 이들은 얼마나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며 살아가야 할까?

따라서 건축가는 건축물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에서 그가 품을 욕망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 건축가는 대지 조건에 따라 필연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문제점을 알아채고, 건축적 생성물이 한 장소를 구현해가면서 발생될 예지적 상황과 장차 겪어나갈 다양한 갈등 요소 등에 주의해야 한다. 이는 기존 환경이 건축을 통해 장소화될 때, 그 과정이 순조로운 창발로 이어지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건축적 대안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동탄 야누스는 동탄의 신리천 카페거리가 있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다. 천을 따라 나란히 줄지어 선 근린생활시설 중 하나인 이 건물은 남측에 흐르는 신리천을 배경으로 잔디밭 공원의 시원한 조망과 자연경관의 쾌적함을 가진다. 하지만 주변 건물은 약속이나 한 듯 엇비슷한 덩치에 벽돌과 구멍 창들로 제각기 다른 멋을 낼 뿐, 그 뒤로 펼쳐진 자연경관을 일렬횡대로 방어하듯 막고 서 있다. 어느 한 건물에서도 꽉 막힌 도시의 숨통을 틔워줄 여유를 찾아볼 수 없다.

북측에는 길 양옆으로 소규모 카페와 식당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대지 바로 앞에는 커다란 노상 공영주차장이 면하고 있다. 따라서 남쪽으로는 내부 공간을 크게 열어 멀리 있는 자연까지 끌어당기고 싶은 풍경이, 북쪽으로는 가로로부터 거리를 두어 내밀한 보호가 요구되는 복잡한 도시 조직 안에 놓인 것이다. 이곳에 지어질 건축은 이질적 욕망을 두 개의 상반된 얼굴로 담아내야 했다.

단절된 도시와 자연의 관계 속에서, 1층 카페의 층고를 최대한 높이고 그 위에 주거 공간인 불투명한 볼륨을 띄워 도시 가로에 개방된 연장감을 마련했다. 그다음으로 자연을 향하는 남측 입면은 최대한 열고, 도시에 면한 북측 입면은 철저히 닫았다. 도로에서 건물로 진입할 때 마주하는 북측 파사드는 스스로 그림자를 짙게 안고 있다. 거친 텍스처를 가진 입면은 하얀색이지만, 건물 자체의 그림자가 져 ‘역광효과(contre-jour effect)’를 자아낸다. 지상층 내부와 건물 측면 너머로 흘러나온 빛의 대비는 자극적인 열림과 흡입력 있는 접근성을 강조한다.

 

 

 

 


 

상층부에 위치한 주거 공간에는 남쪽으로 거실, 주방, 가족실과 같은 공동 공간을 배치하고, 시원하게 개방해 내부 깊숙이 자연을 끌어들인다. 중앙에는 온전히 하늘을 조망할 수 있는 아늑한 중정 테라스가 자리 잡았다. 일반 박공지붕과 달리 안쪽으로 기울어진 경사지붕은 중정으로 빛이 들어오게 한다. 건축적 볼륨 자체가 채광과 환기를 조율하는 호흡장치가 된 셈이다. 한편 북쪽에는 프라이빗한 성격이 요구되는 개별 실들을 두었다. 북측 공간은 창을 내지 않아도 내부 보이드를 통해 남향 빛이 내부 곳곳에 흡수되고, 내밀한 반외부 공간도 제공된다. 이는 주거시설이 상반된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을 보여준다.

동탄 야누스는 도시와 자연을 대하는 이질적 상황을 한 몸에 담아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도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들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이분법적 관계가 아닌, 서로의 약점을 포용하고 상충적인 가치들을 끌어안는 수용적 관계에 대한 건축적 제안이다.​ (글 김동진 / 진행 한가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김동진(홍익대학교) + (주)로디자인

설계담당

천윤필, 천수연, 원종영, 김가희, 박주석, 장우성

위치

경기도 화성시 동탄대로 14길 6-36

용도

다가구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64㎡

건축면적

158.07㎡

연면적

480.45㎡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주차

4대

높이

17.85m

건폐율

59.08%

용적률

153.6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지정 타일, 안티코 스터코(라사투라)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주) 수양엔지니어링

시공

(주) 무원건설

설계기간

2018. 1. ~ 7.

시공기간

2019. 1. ~ 2020. 2.

건축주

박상현


김동진
김동진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주)서울건축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프랑스 파리 벨빌국립건축대학교에서 수학하였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주)로디자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건축디자인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작으로는 공주 파크애드호크라시, 논현 마트료시카, 청담 마치래빗, 제주 베이힐 풀앤빌라, 청담 바티-리을 등이 있다. 31·38·42회 한국건축가협회상, 25·33회 서울특별시건축상, 1회 젊은건축가상, 미국 더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 2019,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 2015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2016 베니스비엔날레 <용적률 게임>, 2014 독일 베를린 국제전시회 <서울: 메타시티를 향하여> 등의 국내외 건축 전시회에도 초청되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