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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시퀀스 '부천 새로운제자교회'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세진
사진
구의진
자료제공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여백의 시퀀스

 

상징과 의례는 종교의 기본 요소이다. 종교는 지극히 내밀하고 정교한 가치판단의 결정체인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어떤 대상과 마찬가지로 종교에는 설명과 이해의 차원이 존재하고, 건축은 극히 개별적인 동시에 놀랍게도 보편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논하고 비평한다.

부천 새로운제자교회 주변에는 주거시설이 다수 분포하고 있지만 가까이에 고층 빌딩, 행정복지센터, 생산시설 등이 위치해 주거 밀집지역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지는 않다. 주변 건물의 용도와 규모가 다소 혼재된 양상인 반면, 그 바탕이 되는 길은 동서의 강한 방향성을 가진 8차선 경인로도, 주변 골목도 모두 직교로 만나고 있어 비교적 그 체계가 뚜렷하다. 교회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들었던 두 감정, 도드라짐과 조화로움은 멀찌감치 보이는 경인로와 주변 골목의 체계나 도시 맥락과 상관 있을 것이다. 새롭게 지어진 건축은 익숙하지도 생경하지도 않게 두 감정을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3층 규모의 교회는 복잡하지 않은 매스로 이루어져 있지만 분명한 계획을 통해 구성의 차원으로 변화된다. 매스는 위층으로 높아질수록 동측 길에서 뒤로 물러서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돋보이기를 목적으로 하는 일부 교회 건축과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1층의 동측 벽체와 계단실의 벽면을 맞추어 수직의 상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 중 하나이다. 2층 매스는 슬래브를 활용하여 윗부분은 두꺼운, 아랫부분은 얇은 두 개의 기준선을 설정한다. 3층 매스는 지붕 슬래브와 동측 벽체의 끝을 맞추어 다양성을 찾고 투명한 부분이 깊숙이 들어가는 효과를 낸다. 

전면에서 교회를 바라보면 명확하게 규정되는 매스와 이를 방해하지 않는 면과 선이 심도 있게 조정되어 있어 구성과 조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닫힘과 열림으로 개념화할 수 있는 전반적인 구성은 외벽의 물성과 색채, 창호 프레임의 비례, 난간의 형상과 결속, 금속 두겁의 두께 등 세부적인 요소와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 상위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스스로 위압적이지 않고 뒤로 잠시 물러나 자리를 내어주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상호 관계에 대한 의지이다. 건축가는 이 교회가 오직 ‘청교도적’이기보다는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을 담당하는 열린 시설이길 원했다. 그 의지는 건축의 매스 구성에서도, 주변 지역과의 ‘거리감’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1층은 주변 지역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격되어 궁금함을 유발하는 한편, 2층은 투명하게 열려 도시가로에서 시설의 내부가 명확하게 인지된다. 이 교회는 종교시설이 도시 또는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에서 단절되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드러내고 있다. 

 

 

 


 

 

 

종교 건축에서 가장 상위 위계를 가지고 있는 장소는 자체의 계획과 의미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영역에서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부천 새로운제자교회도 예배당에 이르는 시퀀스를 마련하고 있다. 저층 주거가 다수인 도시가로에서 교회로 진입하는 문은 작고 아담하지만 그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어떠한 개구부도 허용하지 않는 1층의 전면 벽체에 대비되는 투명한 유리문이 출입을 유도한다. 교회 내부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비교적 커다란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계단의 상부 개구부는 일부 곡선의 형상을 가지고 있어 기능뿐만 아니라 의미로도 중요한 곳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진입 방향에서 몸을 좌측으로 90도 틀어야 하는데 시선이 전환되는 순간, 계단이 끝나는 곳에 설치된 커다란 벽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면서 그 벽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2층 바닥 레벨에 근접할수록, 벽에 점차 가까이 다가갈수록 벽은 나를 밀어내는 느낌을 주었다. 막다른 골목 같은 그 벽에 다다르면 몸을 180도 돌려야 한다. 반대 방향으로 시선이 또다시 전환되면 우리는 예배당을 만날 수 있다. 대칭되는 두 개의 예배당 출입문 위로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된 조명이 빛난다. 그 빛은 이곳에 이르는 여정의 에필로그처럼 느껴진다. 

움직임과 시선의 전환, 그 사이에 존재하는 건축의 요소, 그 총체로서의 시퀀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퀀스가 계획에 의해, 전환의 방법을 통해 의도적으로 연장되었다는 것이다. 연면적 1,000m2 남짓한 종교시설에서 시퀀스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이 되면서 그 사실이 더욱 돋보인다. 한편 계단의 크기와 가파름의 정도, 대면하는 벽의 무덤덤함, 예배당 앞 양측 개구부를 품은 벽과 투명한 벽체의 맞닿음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마감의 정도, 예배당에도 노출된 배관, 이질적인 가구 등을 보았을 때 아마 상황이 넉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건축가는 현실적인 제약을 넘어 상반된 물성을 대비하는, 기능과 서사를 통합하는, 목적지를 향한 여정을 전환하고 덧대는 방법으로 시퀀스를 구현해내고 있다. 대부분의 시퀀스는 내부화되었지만, 시퀀스의 시작은 이 시설이 가로에서 물러서서 도시에 여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예배당을 경험하고 3층의 부속시설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상징적으로는 종탑 또는 첨탑이고, 기능적으로는 계단실인 곳이다. 천창을 통과한 빛을 통해 노출콘크리트 벽체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으로 구분되었다. 그 순간 그곳은 적어도 나에게 종탑이나 계단실이 아닌, 분명하지만 냉정하지는 않은 성찰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빛은 명암을 차분하게 구분하고 있었지만 극단적이거나 날카롭게 대비되지는 않았다. 이곳이 왜 시퀀스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궁금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어스름한 새벽이나 석양이 비치는 저녁녘에는 다소 모호해진 빛이 그곳을 가득 채울 것 같았다. 상승과 하강을 몸으로 경험하는, 빛의 장소인 그곳은 작지만 작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는 오히려 세상과 맞닿아 갈대처럼 흔들리게 될 개인을 상상했다. 설령 누군가는 무신론자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신념으로 작지만 분명하게 내면을 들여다 볼 때 사회 안에서 서로를 위해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글 김세진 지요건축사사무소 대표 / 진행 최은화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김민호)

위치

경기도 부천시 경인로398번길 18

용도

종교시설,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994.9㎡

건축면적

487.67㎡

연면적

1,040.28㎡

규모

지상 3층

주차

11대

높이

16.77m

건폐율

49.02%

용적률

103.1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STO 외단열 시스템,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설계기간

2019. 8. ~ 12.

시공기간

2020. 1. ~ 10.

건축주

부천 새로운제자교회


김민호
김민호는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코마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와 현장 경험을 쌓았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삼성전자 명상센터, 카타르 VIP 팔라스, 카타르 대한민국 대사관, 적도기니 대통령궁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7년부터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www.kodearchitects.com
김세진
김세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지요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종이의 면으로 시작한 건축이 존재의 개별성과 감각의 보편성을 가지고 스스로 깊이 있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TSK Fellowship Award, 젊은건축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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