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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살리토 상도

소오플랜 건축사사무소

김헌(건축사사무소 어싸일럼 대표)
사진
김재경(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소오플랜 건축사사무소
진행
오주연 기자
background

모여 있는 집과 모여 사는 집은 다르다. 단순히 여러 세대를 한 곳에 집적해 놓은 익명의 구체를 불문하고 당장에 이를 모여 사는 집이라 칭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집합주택의 집합이란 말, 또 공동이란 말이 곧바로 하나의 모여 사는 정경을 표상할 수는 없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말이다. 물론 후자는 거의 전적으로 거주자들 간 의식의 문제이기 쉽다. 그걸 온전히 건축행위 자체만으로 꾀하기 어려운 어떤 내면이라 칭할 때, 보기에 ‘어쩐지 그러할 것 같은’, ‘꼭 그래 보이는’ 부류의, 외면의 상징과 은유가 깃든 현상학적 구성은 여전히 건축가의 몫으로 남겨져 있지 않은가. 최근까지 오랜 세월 상도동이라 불려 왔던 언덕 마을 위, 그 끝자락에 내비친 이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오르는 사이 우선으로 든 생각이었다. 

 

 

아직 거주자의 모습을 볼 수 없어도 이미 소살리토(Sausalito) 상도는 앞서 말한 ‘모여 사는 집’이란 그림의 렌더링을 위해 작가가 장시간 치열하게 마음을 쓴 정황들로 포진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세심한 공간적 형상적 지시어들로 그득한 한 편의 서사이기도 했다. 먼저 배치계획만 놓고 보아도 사전에 들어본바 이 프로젝트의 한도까지 밀어붙인 수치들이나 이미 과도한 토목 공사로 졸아든 대지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를 한 덩이에 쓸어 담는 것이 언뜻 보편적인 접근일 거다. 그런 쪽의 유혹을 물리치고 굳이 난점이 많은 세 동으로 분절해 배치의 가닥을 잡은 것은 누가 봐도 고단한 행보를 기꺼이 자초했다는 뜻이다. 반면 스케일감을 줄인(breakdown) 덕분에 이 시설은 과도한 비만이랄까 위압적인 존재감을 피해 갈 수 있어 시각적으로 이미 주변 커뮤니티를 향해 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서측 매스 둘은 이른바 북셸프(bookshelf) 타입의 분할배치로 정교하게 갈라지며 동측 세대들에게 언덕 하부지역 경관을 향한 숨통을 넉넉하게 터놓는 효과를 취하고 있다. 또 흥미롭게도 이 세 채는 사뭇 닮아 보이나 살펴보면 그 구성면에서 각기 다른 유전자 배열을 지닌 인자로 작동한다. 기존의 조합원 거주 동 이외에, 나머지 두 동(북서측, 동측)을 각기 정책에 부합하는 핵가족 세대와 지역 청년취업인 등으로 나누어 수용케 한 것이다. 이미 여기서 각 층별, 유닛별 평면 구성의 버라이어티가 불가피해지며 여타 작업의 경우처럼 딱히 이를 위해 다른 구실을 찾아낼 필요는 없었을 듯하다. 

그보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단연 독보적으로 만든 경이로운 실험은 청년 쿼터에 대거 집약되어 있다고 본다. 지역의 공원에 우거진 소중한 수목들을 동측으로 굽어보고 있는 이 날렵한 윤곽의 구체는 그 속에 23개의 주거 세포들을 배양하고 있다. 이의 투영도가 있다면 마치 각기 다른 형상의 카트리지들이 퍼즐처럼 결구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일 거다. 그들 각 유닛 사이에서 평면적으로나 혹은 단면상으로나, 심지어 천정 디자인, 실별 창호의 위치나 규격 등에서 동일한 구성의 쌍을 거의 찾을 수 없을뿐더러 이런 유의 과업에서 그간 금기시되던 평면의 예각들이 오히려 주역으로 나선 공간 드라마가 대세다. 과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통쾌한 위반들의 난장(celebration)이 아닐 수 없다. ‘모여 사는 집’을 넘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꿈과도 같은 ‘모아놓은(typological) 집’으로 이제 막 옮겨가는 순간이다. 이 청년동의 의미가 내겐 너무도 소중한 나머지 저 멀리 반대편 서측 언덕에서 바라본 이 집의 트리오는 마치 중세의 3면 제단화(triptych)를 문득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중앙의 이 찬란한 매스를 중심으로 좌우 윙이 각자 반쯤 접힌 듯한 형상으로. 

어느덧 이 집의 그랜드 투어를 마칠 즈음 계열이 약간 다른 또 하나의 생각이 윤곽을 갖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모든 틀 짜기 전략을 비롯해, 상부 쪽으로 걷어 올려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다분화한 외부공간의 유형들, 서로 확연히 다른 양측 지붕 형상, 세 개의 구체 사이 자칫 음울한 계곡의 깊이감을 상쇄하듯 한껏 들어 올린 필로티나 캔틸레버, 웬만한 시공자라면 어떻게든 회피하려 드는 대형 석재 클래딩과 그 표면가공, 또 살펴보면 어딘가 만만치 않게 취급한 듯 창호들의 섬세한 배열이나 비례 체계, 게다가 산책로와 다름없는 쾌적한 계단실, 등등의 구문(syntax)에 공히 숨겨진 의미를 차차 읽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집이나 터 나름의 생명력, 내지는 그 가치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라도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장치일 거라는. 

 

 

흔한 우리 시대 우리 집합주택 기획의 불문율 같은 전제, 건축이라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서로 묻지 않아도 너무 잘 아는 그 시작이 이 작업에도 있었을 거다. 여러 세력으로부터 끈질기게 때로는 강압적으로 내려오는 과업지시, 즉 이야기의 내러티브를 필히 ‘진부하게 마칠 것’이란 하나의 강령을 필두로 말이다. 애초에 그저 될수록 큰 볼륨, 많은 세대를 효과적으로 재어 넣은 설계도서, 시공도서 따위를 사업자 측에 전달한 후 막연히 잊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 집, 소살리토 상도를 엮어낸 이 완강한 특정 인물은 그것이 사업주체든, 조합원이든, 행정관리든, 또 융통성을 결여한 것으로 정평이 난 우리의 건축법이든 굴하지 않고 그들과 각종 마찰을 수시로 겪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낮은 파열음일지언정 매 순간순간 취했던 ‘일단정지’들의 점점이 만들어낸 궤적이랄까, 상황마다 세세한 대안이나 전략으로 꼼꼼히 채운 재해석의 경로와 그 안착점들이 이 집의 곳곳에 새겨진 듯해서다. 사업의 규모에 비해 명백하게 ‘어리석은’ 그 같은 행태가 결국 이 건축의 남다른 감격, 그 시적 언어들에 닿아 있다 할까. 추후 여타 유사한 성격의 개발에서 그 누가 되었든 정황상 이와 같은 모험을 다시 기대하기 어렵다면 이번 사건은 우리 도시 집합주거의 유형학적 측면에서 반드시 기록되어야 할 자료라 생각한다.  

해 질 녘 장소를 빠져나오며 단지의 세 개 중 두 타워의 역광으로 빛나던 북측 면을 재차 올려본 걸로 기억한다. 하나같이 너그러운 스케일로 축제처럼 줄지어 뻗어 내린 한쪽 편 발코니들의 도발과 달리 맞은편의 측벽은 일체의 개구부 없이 고대 거석(stele)의 형상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이 장면의, 둘 사이 통렬한 대비를 무릅쓰고 어떤 동거의 굳은 의지가 내비치는 그 교차감이 각별했다. 마치 이 건축가가 ‘모여 사는 집’이란 양식의 관현악곡을 쓴 것이라면 이 실루엣은 그 장황한 악보 말미에 한차례 적어놓은 코다(coda) 같은 지시어처럼 읽혔다.  

 

ⓒ나승현

 

ⓒ나승현 

 



 

설계

나승현(소오플랜 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노현지, 강현묵, 정석란

위치

서울시 동작구 성대로11길 48

용도

공동주택(단지형 다세대),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351㎥

건축면적

620.63㎥

연면적

2,523.82㎥

규모

지하 1층, 지상 6층

주차

34대

높이

21.38m

건폐율

45.94%

용적률

184.55%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THK30 중국산 포천석 버너,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알루미늄 복합판넬, 고내식성 강판

내부마감

친환경페인트, 강마루, PVC 시트, 자작나무 코팅합판

구조설계

은구조기술사사무소(동근욱, 김태엽)

기계설계

엠케이 청효(문형력, 하정훈)

전기설계

에스디 엔지니어링(김진영)

시공

신부건설, 가나다산업

설계기간

2017. 8. ~ 2018. 12.

시공기간

2018. 11. ~ 2020. 6.

공사비

5,469,794,000원

건축주

김연삼, 성수경 외 11인 (상도동 244-266외 10필지 주민합의체)

적산

포시즌 적산사무소(김명종, 이예림)

감리담당

이정민

사업성검토

에이그래프(박재성)


김헌
김헌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학교 건축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어싸일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및 경희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피넘브러로 2004년 건축가협회 엄덕문건축상, 캐즘으로 2007년 엄덕문건축상과 이듬해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했다. 200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가로 참여했으며, 2011년과 2012년 한중일 교류전 및 2014년 일본 건축학회에 초청되어 강연과 전시를 했다.
나승현
대학에서 이상해, 신중진 교수, 서울건축학교에서 김영준, 김헌 건축가에게 건축을 배우고,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에서 약 3년간 공공성을 중심으로 건축, 도시에 대한 접근과 이해의 폭을 넓혔다. 기용건축에서 건축실무를 시작해 N.I.A 등에서 경험을 쌓고, 2015년 소오플랜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서울주택공사 청신호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오래되어 익숙한 건축 언어들을 다시 살피고, 의뢰인 삶과 새롭게 결합할 건축이 자리할 땅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적절히 번역하는 건축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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