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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파트너스 사옥 리모델링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허선(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사진
박영채(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기억의 켜,공간의 겹

 

환경디자인 회사 이음파트너스는 사옥 이전을 위해, 1979년에 목욕탕으로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했다. 대상 건물은 예전 방배 카페골목으로 유명했던 방배중앙로의 반대편 끝자락, 왕복 2차선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내방동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아직 1980년대 2~3층 규모의 주택가 골목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빌라라는 이름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전신주에 엉킨 전선줄과 함께 나머지 틈을 메우고 있다. 현재 하나둘씩 카페, 소규모 전문서점 그리고 베이커리 등이 들어서고 있다. 대상지의 안쪽 블록은 현재 주택 및 가게들이 재개발을 위해 대부분 소거된 상태다.

리노베이션 의뢰를 받고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 이 건물은 저품질의 유리 커튼월로 된 일반적인 건물같이 보였으나, 바로 뒤에 예전 목욕탕의 타일로 된 외벽을 감추고 있는 단순 치장 커튼월이었다. 목욕탕 주인이 바뀌면서 주인이 용도를 변경하고 목욕탕의 흔적을 감추려고 의미 없는 외피만 추가한 것이었다.​

 

리모델링 전 모습 ©urban ark architects

 

건축주는 가로변에서 디자인회사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였고, 창고로만 쓰였던 눅눅하고 어두운 지하 공간과 특색 없는 1층 부분을 방문객 및 사내 공용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고 싶어 했다. 상투적인 건물들이 가로변에 들어서 있는 콘텍스트에서 설치미술과도 같은 접근을 통해 건축주가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건축주 또한 공간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협업이었다. 당분간은 리노베이션한 건물을 사용하되, 향후 신축 계획도 고려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공사장의 가림막 혹은 막이 오르기 전 무대의 커튼과 같은 가벼운 입면장치를 생각했다. 발표장에서 출시되기 전의 제품을 감싸고 있는 가림막을 모티브 삼아 건물에 적용하여 디자인회사의 정체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계속되는 작업을 통해 피막 디자인은 건물 내부 공간과 외부 가로변이 서로 감성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촉매의 겹으로 진화했다. 또 하나의 주안점은 회사라는 사적 영역이 어떤 식으로 공공적인 영역의 여지를 줄 수 있는가였다. 이 부분에서는 대중목욕탕이었던 이 건물의 기억과 흔적이 단서가 됐다. 목욕탕은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의 시설이면서 매우 은밀한 사적 공간의 개념이 중첩되어 있는 흥미로운 장소다. 사람들이 집밖에서 서로 무장해제하고 벌거벗는 이상한 곳이며 욕탕에 몸을 담그며 옆 사람과 사적인 대화가 시작되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프로젝트에서 이미 철거되어 사라진 목욕탕의 상투적인 재생을 통한 단순한 흥미 유발은 지양했다. 우리는 목욕탕의 기억을 하나의 기호로서 재해석하고 그것이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영역으로 실체화되도록 했다.

리노베이션의 특성상 공사 중에 벌어지는, 혹은 발견되는 상황에 맞춰 수많은 수정을 거듭했고, 그 디자인 여정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넘는 서핑이었다. 파도는 장애물이자 앞으로 가게 하는 동력이다.

 

 

겹 - 피막

철거비용의 문제로 기존 유리 커튼월은 존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추가적인 외피용 구조체를 부착하기 힘들다는 난제가 발생했다. 가림막, 커튼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했고, 최종적으로 풍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한 끈(낙하산 줄)으로 된 외피를 구상했다. 이를 위해 작년 겨울, 디자인팀 전원이 동대문 상가를 헤집고 다녔다. 우리를 건축가라고 소개했을 때 사용 가능한 재료 제안이 반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차라리 설치미술가라고 소개했을 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던 동대문의 숨은 장인들이 떠오른다. 지름 8mm의 끈을 건물 외피에 적용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부 파라펫에서 캐노피까지 연결되는 끈이 가로변에서 볼 때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일어나도록 하고, 인장력을 조절해 끈이 바람에 흔들리도록 설계했다. 총 길이 15.7km의 흰색의 끈으로 이루어진 외피를 통해 초기 커튼의 효과를 유지하면서, 시간의 변화와 야간에는 하부의 설치된 조명에 의해 가로에서 건물이 강력한 정체성을 갖도록 했다.

 

겹 - 공간

매입 당시 건물은 가로변 입구와 1층 공간이 맞닿아 있는 흔한 근린생활 시설이었다. 우리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지만, 건물 자체로 한정 짓지 않고 영역을 확장하여 바라보고자 했다. 건물 맞은편의 깊은 골목부터 가로, 건물외피, 계단실, 주공간에 이르기까지 수평으로 중첩된 공간 시퀀스를 구상했다. 회사의 리셉션이자 전시 공간인 1층으로 진입할 때 방문자의 심리적인 공간 경험을 늘리기 위해 1층 계단실과 주 공간 사이의 일부 슬래브를 철거하여 보이드를 계획했다. 1층과 지하가 수직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된 이 공간은 직원들과 방문자의 공용 공간이다.

최종적으로 끈의 표피, 유리 커튼월, 타일벽, 계단실, 보이드, 전시 공간으로 세분화되고 압축된 켜가 형성됐다. 이러한 켜를 사각의 튜브가 관통하면서 방문자의 공간 경험은 확장된다. 사각 튜브는 커튼에 가려진 건물에서 살짝 삐져나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입구가 된다.

 

목욕탕

몇 차례의 용도 변경으로 인해 예전 목욕탕은 배관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인근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동네 주민들은 목욕탕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 속 목욕탕은 모자이크 타일이라는 기호로 부활했고, 이 타일은 건물 기단 부분과 새로이 조성된 외부 선큰 공간 벽 전체에 적용됐다. 건물 전면 내외부로 경사진 기단부는 직원들과 지나가는 행인들의 공적인 탁자 겸 벤치가 되어 가로변에 활력을 준다. 특히 지하층으로 가기 위한 별도의 입구를 원했던 건축주를 위해 마련된 외부 선큰 공간을 사람들은 수조 같다고 한다. 빛을 담는 야외 목욕탕(dry bath)이 됐다. 목욕탕이란 은밀하면서도 공적인 역설의 공간인 것이다.​ <진행 박세미 기자>​

 





 

설계

(주)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허선, 임성우, 김현수, 조민정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방배중앙로 108

용도

디자인 오피스, 갤러리

대지면적

319.4m2

건축면적

152.5m2

연면적

673.04 m2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12.55m

건폐율

47.75%

용적률

155.7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Ø8 폴리프로필렌 스트링, 아연도금강판, 로이복층유리, 모자이크 타일

내부마감

철제강판, 에폭시마감, 도장, 퍼라이트뿜칠

기계,전기설계

(주)길운이엔지

시공

(주)이음파트너스

설계기간

2017. 10. ~ 2018. 5.

시공기간

2017. 12. ~ 2018. 9.

건축주

(주)이음파트너스

기획 및 공간브랜딩

(주)이음파트너스

구조 및 파사드 엔지니어링

(주)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 유성훈


허선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의 설립 파트너이며 영국건축사다. 1995년 김태수건축사사무실에서 금호미술관, 국민생명 연수원 등에 참여하며 실무를 시작했다. 이후 영국 런던의 AA 스쿨에서 수학하고, 이안 리치 아키텍츠에서 영국과 유럽의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참여 작업들이 2004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영국관에 전시되었다. 2007년 귀국하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017년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임성우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의 설립 파트너다. 건국대학교 건축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문화, 상업, 업무시설 설계로 실무 경력을 쌓았다.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설립 후, 대구 고모역 재생사업 당선을 시작으로 이음사옥, 이란 테헤란 복합상업시설 등 건축부터 도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수
디자인캠프문박에서 실무를 시작하여 문화, 업무시설 설계에 전문적 능력을 쌓았다. 대학원 동기인 임성우 소장과 함께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서울 정동 지역 재생사업의 일환인 대한제국의 길 역사탐방로 조성사업, 태주헌 한옥, 제주 타운하우스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브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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