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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김찬중
사진
김용관
자료제공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코스모스: 에너지와 이야기를 담는 그릇

 

송곳산 옆에 자리 잡은 이 벼랑 끝의 대지를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이곳에 건물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인가를 지어야겠다는 다소 역설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인간의 조작된 행위도 이 자연의 위엄과 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매우 조악해질 수 있으며 이 장엄한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사실상 많이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수만 년 동안 송곳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주변 맥락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이야기들을 이 공간에 조심스레 옮겨놓는 것일 뿐……. 영겁의 세월 동안 변함없이 뜨고 지는 해와 달, 끊임없이 요동치는 파도, 그리고 대기의 흐름에 부유하는 구름 등은 서로의 작용에 기인하여 수많은 신화와 비밀을 분명 이 땅에 오랜 시간 퇴적해놓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통상 ‘기(energy)’ 라고 부르는 자연의 흐름이었으며 이 건물과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이러한 흐름 안에 있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이것이 건물이기보다는 ‘기’를 담는 그릇이기를 바랐고, 우주와 지구의 자연현상을 관조하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천체 도구가 되기를 희망했다. ‘KOSMOS(Cosmos의 어원, 고대 그리스어)’란 이름도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설계 초기 단계부터 천문기상대 컴퓨터의 도움으로 파악한 해와 달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궤적을 고려하여 헬릭스(helix) 커브에 기인한 코스모스의 기본 형상을 창조하게 되었으며, 해당 부지를 둘러싼 신비로운 자연현상들과 조우하기 위한 6개의 소용돌이형 가지들은, 각각 나름의 방식대로 그 안에 체류하고 있는 인간과 자연을 기의 흐름 안에서 연결해주기를 원했다.

 

 

전반적 구성_ 건물의 중심에서 외부를 향해 휘어지면서 전개되는 6개의 볼트 구조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며 동시에 물리적으로도 구축하기에 매우 힘든 상황을 제공해주었다. 각각의 볼트는 개별적 경관과 연관성을 가지기 위해 마감 내용과 가구는 물론 집기까지도 각자의 경관에 반응하여 다르게 설정되었다. 개별 공간에 진입 시 휘어진 볼트로 인해 내부에서 외부 경관은 일시적으로 차단되어 있지만, 볼트를 따라 걸어들어가면서 외부의 경관은 점증적으로 내부를 향해 열리게 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시설물이 건물이기보다는 사물 또는 오브제로 인식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건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기계적 인프라의 일반적 노출은 가능한 억제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인공적이고 기술적인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여 조명 기구나 습도 조절, 공조 시스템(HVAC), 디퓨저와 같은 장치적 속성들을 건축물의 내피에 피부조직과 같이 이식하고자 한 점이 그것이다. 내피의 속성은 다공질의 금속 표면이 볼트의 피치(pitch)를 향해 점증적으로 조밀하게 전개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다공질의 표피는 외부환경과 투숙객의 성향에 따라 조도 및 온습도를 조절하여 객실의 내부환경을 마치 숨을 쉬듯이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새로운 콘크리트의 새로운 미학_ 이번 프로젝트에서 UHPC라는 재료 선정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로 염분에 강하다는 점이다. 해안가에 지어지는 프로젝트이기에 염분에 강하다는 점은 내구성과 유지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었다. 두 번째는 초고강도이며 철근을 사용하지 않기에 구조체로서의 두께를 최대한 얇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육중한 송곳산 바로 옆 절벽 위에 지어지는 구조물은 매우 가볍고 경쾌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스모스는 최대 두께 12cm의 6개의 휘어진 볼트와 5개의 직선형 튜브 구조로 구성된 리조트이다. 실제로 얇은 두께가 주는 시각적 경쾌함은 초고강도 구조체라는 메시지 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내측 윈도우 외곽 프레임과 유사한 구조체 두께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인지해왔던 콘크리트의 굳건하고 육중한 구축적 체계와는 감성적으로도 다르다. 소재와 구축적 관계의 적법함을 텍토닉이라고 한다면 콘크리트의 텍토닉도 이제는 변할 때가 된 듯하다. 플레이스 원에서 실험은 모듈화와 공장생산이라는 UHPC의 특성에 최적화되고 검증된 방법론의 발전이었다면, 코스모스 프로젝트는 최초로 건물 전체를 UHPC의 현장타설이라는 다소 큰 위험부담을 감수해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소재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과 기술이 접목되어 탄생한 코스모스가 울릉도의 원시적인 풍광, 그리고 신비로운 힘과 반응하여, 또 다른 오랜 시간 울릉도 자연의 일부로 융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진행 이성제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김찬중)

설계담당

이충렬, 김종길, 김영환, 이호재, 유재경, 지범희, 정다빈, 이승진

위치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나리 491번지 외 4필지

용도

일반숙박시설,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4,176m²

건축면적

villa A - 441.12m² / villa B - 475.16m²

연면적

villa A - 797.37m² / villa B - 861.39m²

규모

villa A - B1, 2F / villa B - B1, 2F

주차

9대

높이

villa A - 11.40m / villa B - 10.56m

건폐율

villa A - 10.56% / villa B - 11.38%

용적률

villa A - 15.67% / villa B - 15.95%

구조

UHPC(초고성능 콘크리트), 철근콘크리트

구조설계

터구조주식회사

기계,전기설계

(주)하나기연

시공

코오롱글로벌(주)

설계기간

2015.11. ~ 2016. 5.

시공기간

2016. 5. ~ 2017. 8.

건축주

코오롱글로텍(주)

조경설계

제이더블유엘 - 정욱주 + 바인플랜

인테리어설계

더시스템랩 + (주)금강엔터프라이즈

조명설계

이온에스엘디(주)

토목설계

서준이엔씨

DP

키데아

UHPC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비정형 거푸집

스틸라이프


김찬중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하버드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한울건축, 챈 크리거 사무실과 우규승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현재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자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 초빙교수다. 2006년 제1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되었고 베이징 비엔날레에서는 아시아의 주목받는 건축가 6인에 선정되었다. 대표작으로 강남 커머셜 빌딩, 연희동 갤러리, 래미안 갤러리, 한강 보행자 터널 프로젝트, 쌍용 파인트리, SK 행복나눔재단 사옥, 하나은행 플레이스 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