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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이엠플러스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박창현(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사진
신경섭(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오드투에이, pkm갤러리
background

드러냄과 숨김의 변주

 

동네의 공기

삼청동의 부산한 도로를 거쳐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청와대 쪽 도로 입구에는 경찰이 항상 서 있어 경복궁과 청와대 사이 길은 늘상 진입하기가 꺼려진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민감하게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이 예민한 동네를 대하는 우리 마음에는 이미 높은 담이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이미지를 설명하듯 도로를 걷다 보면 오른편의 높은 연속된 벽이 펼쳐진다. 회색 마감으로 줄눈과 재료의 구분이 불명확한 디테일은 동네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다.

 


 

 

희미한 차가움 그리고 매끄러움

높은 벽을 끼고 돌아 다시 좁고 깊은 골목을 통과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의 화강암을 쌓은 담과 함께 짧은 계단이 보인다. 이곳이 건물의 출입구이다. 계단의 오른쪽 건물은 4, 5년 전 지은 PKM갤러리이며 계단으로 연결된 왼편의 건물은 새롭게 리노베이션 한 PKM+로 주택과 갤러리가 결합된 형태다. 두 건물은 입구이자 계단인 이곳을 통해 연결된다. 처음 도로에서 보았던 외벽 재료도 이전 건물과 새 건물의 이미지를 연결해준다. 동네의 공기처럼 희미한 재료는 리노베이션 한 건물의 성격과 기억을 함께 덮어버리고 있다.

PKM+에서 사용된 재료는 전체적으로 옅은 회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입구 화강암은 구법과 양감을 감추는 회색이며 외부의 계단을 통과해 보이는 테라조도 작은 무늬를 띠고 있는 두께가 얇은 회색 판재다. 테라조와 함께 사용된 외벽 입면의 벽돌 타일 또한 질감도 양감도 없는 차가운 회색이다. 이 벽돌 타일의 선택은 도로에서 보았던 회색 외벽의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상대적으로 차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난간으로 사용된 지름 20mm의 철재의 색도 회색으로 물질성을 제거하고 있으며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구 도어의 프레임도 재료를 숨기고 있다. 게다가 대리석 마감의 바닥 그리고 벽과 천장의 도장 마감의 컬러도 밝은 회색이다. 이곳에 사용된 회색은 그 아래에 있는 재료를 탈물체화하는 기능을 한다. 기존 건물의 재료에서 주는 물질적 묵직함과 질량, 고유한 무게, 고유한 기억과 시간을 빼앗고 회색으로 숨겨버린다. 그럼에도 숨겨진 소재들은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의 몸과 접촉하며 다시금 말을 한다. 몸과 사물이 일으키는 마찰 속에서 물체가 인지되며 신체가 반응한다. 화강석 벽은 견고하고 철의 손잡이로 온도가 전해진다. 문은 몸으로 밀어야 열리는 것처럼 묵직하고, 바닥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건물과 반응하는 신체의 행위들은 공간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다.

갤러리 내부 공간인 1층과 지하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층은 수평 바닥으로 외부와의 시각적 연결을 공유한다. 입구 반대편 큰 창으로는 외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반대로 계단을 거쳐 내려간 지하 갤러리는 바닥의 단 차로 인해 공간의 분할을 좀 더 표현한다. 외부 풍경을 신경 쓰지 않고 갤러리의 기능에 충실하게 접근하고 있다.

흐릿한 회색의 PKM+ 배경과 갤러리 방향 덕분에 내부 갤러리의 작품과 창을 통한 외부의 하늘, 식물이 있는 마당 풍경도 더욱 선명해진다. 이곳에 사용된 회색과 디테일은 전시 작품과 몸이 개입되기 전에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은폐하는 매끄러움을 대변하고 있다.

 

 

 

 

시간의 향기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과정은 신축보다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기존 건물에 대한 공간구성에 대한 읽기와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확인, 시공의 기술적 방법 등등 기존 건물과의 연결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면적상 증축이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면적에서 주거와 갤러리의 관계를 공간적으로 계획하면서 앞선 PKM갤러리와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도로에서 보면 가장 먼 쪽인 2층에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어야 하는 주거가 자리 잡고 있고 주거에서의 각 기능을 위한 공간들의 경사진 지붕 형태를 다양한 각도의 천장으로 계획하여 아래 갤러리에서 볼 수 없는 공간의 자유로움을 주고 있다. 반대로 1층과 지하는 갤러리로 사용하기에는 천장고가 낮아 천장 마감을 없애고 천장 속에 있어야 할 배관과 배선의 배치를 외벽으로 전환하면서 천장고를 확보하였다. 외벽으로 이동된 기능들은 외단열과 치장 마감을 통해 시각적인 노출을 피했고 이로써 단아하고 간결한 건물의 입면까지도 확보하게 되었다. 주택의 구조를 갤러리로 바꾸면서 주어진 공간의 아기자기함은 앞선 PKM갤러리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의 구조이기도 하다. PKM+에는 기존 건물의 모습이 조금씩 남아 있다. 오래전부터 있던 석축과 돌 담장, 그리고 주변의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시간의 향기가 앞으로 PKM+와 어떻게 연결되어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한편으로 리노베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체를 제외하면 이전 주택과의 연결성은 많이 배제되어 있다. 오래된 재료가 시간의 연결을 이야기해주듯 신축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가치의 발견이 건물 내부에서도 좀 더 드러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남는다. 게다가 이전 주택의 설계자가 김중업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진행 이지윤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설계담당

이희원, 정은주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57-73

용도

주택+갤러리

대지면적

527.6㎡

건축면적

224.31㎡

연면적

484.93㎡

규모

지상 1층, 지하 2층

주차

1대

높이

9.5m

건폐율

42.52%

용적률

65.37%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벽돌타일, 대리석

내부마감

대리석, 원목마루

구조설계

터구조

기계,전기설계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시공

(주)무일건설 (문인호)

설계기간

2016. 3.- 8.

시공기간

2016. 9.-2017. 5.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ODETO.A는 2016년 이희원, 정은주에 의해 설립되었다. ODETO.A의 작업들은 사람과 공간에 담긴 이야기, 건축적 언어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치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건축과 도시, 사람과 삶에 대한 문화, 사회적 현상을 탐구하고,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대상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를 하고자 한다. 또한 건축의 영역을 건축물, 공공예술, 디자인, 전지, 오브제등 분야로 확장하여 작업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희원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UC버클리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14년 젊은건축가를 위한 아름지기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4 대상, 2013년 서울공공디자인어워드 동상을 수상하였다.
정은주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한국건축사자격(KIRA)을 취득하였다. 2014년 젊은건축가를 위한 아름지기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4 대상을 수상하였다.
박창현
박창현은 미술대학에서 가구를 전공하고 경기대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을 수학하였다. 건축사사무소SAAI공동대표를 거쳐 2013년부터 에이라운드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건축가협회상을 ‘SKMS연구소’로 수상했고, ‘무진도원’으로 김수근 건축 프리뷰상을 수상하며 다양한 건축 작업을 해오고 있다. 최근 공동주택에서의 공용 공간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며 이웃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건축에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대학교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작업을 펼쳐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