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엇갈린 공간 속 연결된 우리: 부암북센터

조성익 + TRU 건축사사무소

조성익
사진
송유섭
자료제공
TRU 건축사사무소
진행
한가람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2년 10월호 (통권 659호) 

 

 

부암북센터는 바다출판사의 사무실과 동네 서점을 겸한 신축 건물이다. 건축주는 약 20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사무실과 동네 주민을 위한 서점, 그리고 작가를 초대하여 강연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을 요청했다.

 

우리가 설정한 건물의 핵심 개념은 ‘연결’이다. 어떻게 하면 소규모 업무 공간에서 직원들이 서로의 인기척을 느끼며 심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그 해법을 찾는 것이 설계 목표였다. 우리는 일반 건물처럼 똑같은 크기의 사무실 바닥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대신, 다양한 천장 높이의 사무실 공간을 반 층씩 엇갈리게 배치했다. 엇갈린 틈새에 실내 창문을 설치하여 다른 층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서로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실내 창문을 통해 직원들의 시선이 연결되고, 외부 자연광이 안쪽에 위치한 사무 공간으로 전달된다. 직원들은 다른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은연중에 알아채고, 이를 통해 하나의 건물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유대감을 형성한다. 사무실 공간이 반 층씩 어긋난 덕분에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실로 이동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편리해졌다. 이로 인해 계단실에서 직원들이 스쳐 지나며 만나는 기회도 늘어났다. 계단참에는 소규모의 회의실을 두어서 출판사 편집팀, 디자인팀, 행정팀이 빠르게 모여 짧은 회의를 자주 할 수 있다. 건물 2층에는 직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라운지를 조성했다. 이곳 역시 회의실과 사무실에서 실내 창문으로 시선이 교차된다. 덕분에 별도의 응대 직원을 두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방문자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편리한 효과를 얻었다.

 

1층과 지하층에는 서점이 있다. 1층 전면은 보이드를 두어 도로에서 전면 유리창을 통해 1층과 지하의 서점이 한눈에 보인다. 도로를 지나가는 보행자들이 책으로 가득한 두 개 층 공간에 호기심을 가지길 바랐다. 직원용 입구와는 별도로 서점에는 목재로 만든 문을 설치해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제스처를 만들었다.

 

 

건물이 위치한 서울시 부암동은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로 불과 15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는 동네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경치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3층 이상을 오르면 주변으로 파노라마 경치가 펼쳐진다. 각 층 사무 공간에서 쉽게 나갈 수 있는 테라스를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라스는 외부 계단으로 연결해서 옥상정원까지 이어진다. 테라스의 필요성이 또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업무 건물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한 반(半) 외부 공간의 중요성이 커졌다. 사무실과 직접 연결된 테라스와 옥상정원에는 테이블과 전원 플러그를 두었다. 직원들은 내외부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업무를 할 수 있다. 팬데믹은 실내 환기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 사무실과 수직 코어가 만나는 벽에 실내 환기창을 두어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쉽게 계단실로 빠져나가게 했다.

 

대지 북측의 전면 도로는 고속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때문에 소음이 심하다. 주변으로의 전망을 살리면서도 소음을 차단하는 입면 디자인이 필요했다. 층마다 바닥부터 시작하는 큰 창문을 두어 전망을 살리고 사무에 적합한 북측 자연광을 사무실로 들이되, 벽량을 확보하고 고정창을 두어 소음을 차단했다. 단단한 직육면체 형태의 건물에 동일한 크기의 창문을 반복해서 배열한 후, 창문 위치를 내부 공간에 맞춰 미묘하게 조정해서 내부의 엇갈린 공간을 암시했다. 외장재는 스플릿 블록을 사용했다. 스플릿 블록은 시멘트 덩어리를 두 개로 쪼개면서 생긴 우연한 표면의 질감이 특징이다. 거친 표면은 하루 동안 변하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음영을 만들어내고, 이에 따라 전체 건물의 표정도 바뀐다. 이 건물에서는 일반적인 스플릿 블록과는 다른 6분할 스플릿 블록을 사용했다. 시멘트 덩어리를 두 개로 쪼개기 위해 가이드 금속 봉을 미리 설치하게 되는데, 이 생산 과정에서 생긴 세로줄 무늬가 외관의 특징이다. 우연한 표면감과 함께 전체적으로 일정한 수직 줄무늬가 생겨 정돈된 느낌을 준다. 출판사 사무실이라는 기능과 연관하자면 오래된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직원들은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사무실을 원하고 있다. 편안하다는 감각은 실내에 사용된 재료와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과 관련이 있다. 실내에는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동시에 지닌 마감 재료를 사용하고, 일률적인 밝은 조명에서 벗어나 공간 기능에 맞춰 조도를 조절했다. 인디언 핑크와 베이지색 염료를 섞은 시멘트 모르타르로 내부를 마감하고 철사 브러시로 표면을 긁어서 온화하게 빛을 흡수하는 벽을 만들었다. 계단실 바닥은 오렌지색 테라코타로 마감하고 조도를 낮춰 밝은 사무실 공간과 대조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실내문, 창문 테두리, 가구는 나무 합판으로 제작하여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실내문과 책꽂이를 결합하여 하나의 가구처럼 만들고 벽 사이에 끼워넣기(inset) 방식으로 설치했다.

 

건축 재료가 가진 시각적 인상은 손잡이나 핸드레일 같은 손에 쥐는 디테일을 통해 촉각으로 전달된다. 계단실의 핸드레일은 금속 위에 멀바우 나무로 만든 손 스침을 더해 주택의 계단과 같은 온화한 감각을 전달한다. 사무실 실내문의 손잡이는 스튜디오 덕두원의 김형철 목수와 협력하여 맞춤 제작했다. ‘세포 분열’이라는 아이디어로 디자인된 손잡이는 분열하는 세포처럼 둥글게 튀어나온 곡선의 개수로 어느 층의 문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층 사무실 문에는 두 개로 분열된 세포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3층 사무실 문에는 세 개로 분열되는 세포 모양의 손잡이가 손에 들어온다. ‘피자 도우(반죽)’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1층 정문 손잡이는 손으로 문을 움직이는 힘이 피자 반죽을 변형시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용자가 밀고 당기는 방향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역시 김형철 목수와 협업하여 멀바우 나무를 CNC를 이용해서 깎고 손으로 다듬어 제작했다.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근무 방식에 맞춘 공간의 실험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본 건물은 엇갈린 층을 활용해서 사무 공간을 나누고, 공간 사이의 실내 창을 통해 시선, 햇빛, 바람이 통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업무 공간을 벗어나 각 층마다 천장 높이, 색채, 레이아웃이 달라져서 주택과 같은 친근한 감각을 주는 업무 공간이 되었다. (글 조성익 / 진행 한가람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조성익(홍익대학교) + TRU 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신소유, 김동희, 최지현, 엄호준, 황재필, 배하빈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87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50㎡

건축면적

89.65㎡

연면적

389.8㎡

규모

지상 5층, 지하 1층

주차

3대

높이

19.96m

건폐율

59.77%

용적률

199.3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스플릿 블록, 타일

내부마감

스터코, 미장,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은구조

기계설계

이래엠이씨

전기설계

성지이앤씨

시공

T&I 건설

설계기간

2019. 9. ~ 2021. 2.

시공기간

2021. 3. ~ 2022. 2.

건축주

바다출판사

실시설계

김예리(스튜디오 아크 건축사사무소)


조성익
조성익은 TRU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주택부터 단지 계획에 이르는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계획, 실현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로서 도시와 건축에 관한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미국 SOM 설계 사무소에서 초고층 건축 및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대한민국 건축사(KIRA) 및 미국 건축사(AIA)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