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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형태-미의 완결체: 브레이스

라이프건축사사무소

임동우
사진
신경섭(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라이프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장소성과 조건 

오래전 홍익대학교(이하 홍대) 인근에 자주 출몰했던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동아목공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에 오던 이들에게는 현재 L7호텔이 들어선 청기와 주유소만큼 상징적인 곳은 아닐 수 있으나, 이곳은 신촌에서 홍대로 넘어오는 젊은이들에게는 마치 “여기부터 홍대요”라고 말하는, 즉 케빈 린치가 이야기하는 ‘모서리(edge)’와 ‘랜드마크(landmark)’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입지다. 하지만 브레이스를 설계한 라이프건축사사무소에게 이 장소성은 하나의 사치품에 불과했다. 대지 40평이라는 조건은 건축가로 하여금 추상적인 의미부여보다는 건축 자체의 해법에 몰두하도록 했다. 브레이스(brace, 가새)라는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조적이다. 제한된 면적과 세장한 단면 조건 속에서 어찌 보면 브레이스는 최대의 공간 활용(혹은 임대면적)을 위한 유일무이한 대안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더니즘의 자유로운 입면 

브레이스라는 답안지는 우리에게 모더니즘을 넘어 현대성이 무엇일지 역으로 질문한다. 시대적 구분이 아닌 건축 언어 혹은 건축 운동으로서의 근대주의, 모더니즘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구축 언어로 보자면 돔이노 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대량생산의 산업화 시기에 발생한 모더니즘에 있어 건축의 산업화 및 시스템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고, 돔이노는 다른 분야처럼 건축 또한 산업화될 수 있게 해준 구축 시스템이었다. 즉 입면과 구축 시스템의 완전 분리를 통해 건축이 보다 간결해졌고, 건축비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절약될 수 있었다. 렘 콜하스가 ‘기본(Fundamentals)’이라는 주제로 감독한 2014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국가관 주제는 ‘근대성의 흡수: 1914~2014(Absorbing Modernity: 1914 ‐ 2014)’, 센트럴 파빌리온의 주제는 ‘건축의 요소(Elements of Architecture)’였다. 여기서 1914년은 돔이노 하우스가 처음 제안된 해를 기점으로 한 것이며, 건축의 구축적인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요소가 다 나열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센트럴 파빌리온 앞에는 돔이노 하우스가 1:1 스케일로 전시되었다. 마치 돔이노 하우스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듯한 당시 전시는 오히려 모더니즘의 10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장을 제안하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모더니즘을 정리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돔이노의 구축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돔이노라는 구축 시스템이 제공해주는 자유로운 입면 디자인 덕분에 무수히 많은 디자인을 만들어왔다. 디지털 기술과 구축술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입면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모더니즘의 연장선에 있다. 겉모습이 얼마나 새로운가와는 다른 문제다. 사자탈을 쓴 사람이 여전히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구조의 미적 표출 

브레이스는 모더니즘의 구축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입면 뒤에 숨어 있던 구조는 전면으로 드러나고 이는 구조적 역할뿐 아니라 미적 역할까지 담당한다. 모더니즘 건축에서 이야기되던 구축의 시스템과 분리된 표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구조-형태-미’가 하나의 완결체로서 존재한다. 브레이스의 구조 방식은 작은 건평에 세장하게 올라간 형태와 무관할 수 없으며, 입면에 드러난 구조체는 건물의 아름다움을 지배한다. 물론 구조를 입면에 드러내는 것이 현대건축에서 처음 나타나는 유형은 아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돔이노 하우스를 제안하며 구조체를 입면과 분리하려 노력한 이유는 당연히 그전까지는 구조체와 입면이 일체였기 때문이다. 입면이 자유로울 수 없었고, 때문에 입면의 미적 기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현대건축가들에게 건축 공법의 발달은 구조의 미적인 표출을 가능하게 했다. 다시금 구조를 노출하면서도 이것을 제약으로만 한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토 도요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에서 실험한 패턴화된 구조를 토즈 오모테산도 빌딩에 적용한다. 나무를 연상시키며 위로 갈수록 개구율이 많아지는 이 패턴은 지극히 구조적인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토즈 오모테산도 빌딩의 아름다움이 나무 패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구조를 드러내는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처럼, 브레이스의 아름다움도 브레이싱 패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드러나는 구조에서 나온다. 브레이싱 패턴은 건축가의 미적 기준을 기반해 작위적으로 선택된 것이 아닌 순전히 횡력을 지탱하기 위하여 수직의 구조 패턴보다 더 합리적인 구조의 패턴으로써 선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구조 패턴이 나온 후, 미적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오롯이 건축가의 몫이다. 브레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코너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가 장소적 특성을 철학적 언어가 아닌, 건축적 언어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브레이스는 태생부터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장소성을 지니고 있고, 여기서 건축가는 열린 코너를 제안하여 대지가 코너인 건축물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장점을 살린다. 즉 정면의 설정과 이로 인해 부산물처럼 측면이 나오는 것이 아닌, 양쪽에 모두 열린 정면을 갖는 건축이 된다. 양면을 하나의 브레이싱 패턴으로 연결하면서도 코너를 열기 위하여 슬래브를 텐션바로 브레이스 구조에 매단다. 무심한 듯 삽입된 이 텐션바는 브레이스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화룡점정 같은 역할을 한다. 메인 구조체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슬래브의 코너를 횡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충분히 보강되어 있는 브레이스 구조에 매달았다. 이로써 부수적인 압축력에 대응하는 수직 기둥을 배제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열린 코너를 가진 건축을 완성할 수 있었다. 

 

 

 

ⓒHur Wan

ⓒHur Wan

 

 

현대성에 대한 본능적 대답 

항상 시대가 만들어내는 질문들이 있으며, 많은 건축가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늘 그 질문들에 대응하게 된다. 벽이 하나 있는 집(House with One Wall)으로 유명한 크리스티안 케레즈는 자신의 건축 언어가 명확히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그의 명확한 태도는 그대로 그의 건축에 드러나고, 돔이노 시스템을 벗어나는 건축을 종종 선보인다. 앞서 언급한 이토 도요 역시 마찬가지다. 건축계에 가히 충격을 주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센다이 미디어테크를 설계하면서 그는 21세기의 건축이 무엇일까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이는 돔이노로 대표되는 모더니즘을 벗어난 새로운 건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고, 그 질문의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것이다. 라이프건축사사무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지가 가진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독특한 해법을 내세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이 시대가 만들어낸 질문에 대한 본능적 대답으로 돌아왔다. 과연 모더니즘을 벗어난 현대성은 무엇일까. 구조, 형태, 미를 분리하던 돔이노에서 벗어나 이들이 하나의 구축 방식을 통해 융합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건축가의 무의식 속에 대답이 있었을 것이라 예측해본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설계

라이프건축사사무소(황수용, 한지영)

위치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79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36.7㎡

건축면적

79.34㎡

연면적

599.45㎡

규모

지상 8층, 지하 2층

주차

1대

높이

35.8m

건폐율

58.03%

용적률

349.99%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전기설계

(주)수양엔지니어링

시공

라우종합건설(주)

설계기간

2018. 1. ~ 10.

시공기간

2019. 2. ~ 2020. 12.

공사비

19억 원

건축주

윤창희


한지영, 황수용
한지영은 공간이 사용되는 순간 지각되는 요소들에 집중하고 그 관계를 공간에 풀어낸다. 황수용은 건축가의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건축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두 사람은 연세대학교에서 만나 석사학위를 받고 2016년 라이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성수동 A빌딩, 제주 오형제, 동교동 브레이스, 파주4+1주택, 서울시립농아인복지관 설계공모 당선작 등을 설계하였고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2021), 제주건축문화대상(2021), 경기도건축문화대상(2020), 푸르지오디자인공모전대상(2011)을 수상했다.
임동우
임동우는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설계 건축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이자 프라우드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다. 2013년 미국건축연맹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2014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 참여 작가다. 2019 서울건축도시비엔날레 도시전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2021년 「AD」 ‘Production Urbanism’의 게스트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