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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도서관 리모델링

임영환, 디림건축사사무소

임영환
사진
박영채(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디림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빼곡하거나 느슨하게 

 

금천구와의 인연이 벌써 10년이다. 스타덤사옥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도담어린이집, 새싹어린이집, 독산두레주택, 금천사회적경제허브센터, 그리고 이번에 준공된 독산도서관까지 여섯 개의 프로젝트가 금천구 관내에 지어졌다. 스타덤사옥을 제외하곤 모두 작은 공공 프로젝트다. 시작은 서울시 공공건축가 지명공모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담당 공무원들의 추천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 되었다. 

금천구는 서울의 변방이다. 1963년에서야 서울로 편입이 되었으니 그러한 인식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금천구의 인상도 서울 도심과는 사뭇 다르다. 고층 아파트로 철옹성을 쌓아 만들어진 서울 보통의 거리보다 살갑고 사람 냄새를 여기저기서 맡을 수 있다. 감리를 위해 차를 몰고 현장에 갈 때에는 골목골목 더디게 움직였지만 어릴 적 추억 속 동네 같은 풍경에 지루한 줄 몰랐다.

 

작은 공공 프로젝트는 어렵다. 공사비에 의해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결정되다 보니 설계비도 작고 설계 기간도 짧다. 처음부터 수익을 바란 일이 아니라고 마음을 비우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이게 된다. 대신 얻는 것도 있다. 설계부터 감리까지 모두 진행할 수 있고, 발주처가 건축가의 선의를 이해하게 되면 꽤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독산도서관 리모델링이 그런 사례다. 작년 초 프로젝트 의뢰 전화를 받고, 단번에 거절하기가 미안해 일단 현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음이 바뀌었다. 

독산도서관은 고쳐 쓰기에 참 좋은 골격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중앙에 시원한 아트리움이 있고, 그 위로 16개의 천창이 뚫려있다. 로비에서 2층으로 넓은 계단이 이어지고, 큼지막한 창들을 통해 주변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쉽지만, 지금 말한 건 건축가의 눈에 보이는 가능성, 원설계자가 의도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공간이다. 실제는 전혀 달랐다. 준공 후 20여 년이 흐르면서 아트리움에는 많은 책들이 쌓였고 그 너머에 있는 마당은 컨테이너 박스 서고가 가로막았다. 주변 숲이 보이기는커녕 빛도 잘 들지 않아 실내가 침침했다. 주 출입구에 들어서면 연결다리가 시야를 가렸고 서고와 열람실은 뒤죽박죽 엉켜있어 동선이 불편했다.

 

리모델링 전 독산도서관 내부 전경 (ⓒ디림건축사사무소) 

 

 

 



리모델링 과정은 단순했다. 원래 의도대로 도서관을 복원하고 시간의 때를 걷어내는 것. 우선 주 출입구에서 뒷마당까지 시선을 막는 모든 것을 비워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가로막는 연결다리 하부의 천장을 뜯어내고 설비 배관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답답하게 막혀있던 진입 공간에 수직으로 1m 정도의 여백이 생겼다. 아트리움을 채우고 있던 책장을 모두 치우고 뒷마당에 있던 컨테이너 박스도 철거했다. 비로소 주 출입구부터 뒷동산까지 공간이 열리고 숲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간을 비워내기 위해 치운 책들을 어딘가에는 보관해야 했다. 같은 면적 안에서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절실했다.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앞뒤를 연결하는 축은 가장 느슨하게, 1층 안쪽 서고는 높이 10단의 책장을 배치해 가장 빼곡하고 촘촘하게,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수직의 공간은 조금 느슨하게, 2층은 1층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정의했다. 

공간의 위계를 밀도의 차이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복원되고 공간의 흐름이 열리기 시작했다. 답답하고 어두웠던 2층 열람실에서도 창문 너머로 숲이 보이고, 막혀있던 공간의 숨통이 터지면서 도서관은 주변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책장이 사라진 아트리움에는 6m 길이의 원목 테이블 두 개를 이어 길게 배치했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지만 여유로운 환경을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다. 테이블 위로 보이는 16개 천창의 경계에는 사각의 프레임을 걸어 시각적으로 돌출시키고 저녁에는 간접조명이 은은하게 테이블을 밝히도록 했다. 2층으로 연결된 넓은 계단의 한편에 책장을 두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고, 2층에는 창틀마다 작은 개인 공간을 마련했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 채워진 곳과 비워진 곳, 빼곡한 곳과 느슨한 곳과 함께 짙은 회색톤과 밝은 흰색톤 마감이 도서관을 둘로 나누었다. 그러나 생명의 이분법처럼, 작은 도서관의 공간 효율은 오히려 배가 됐다.

 

 


 

독산동 우시장에 있던 다 쓰러져가는 창고를 연예기획사의 사옥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시작된 금천구와의 인연이 작은 어린이집으로 이어졌었다. 도시답지 않은 이곳의 정겨움이 우리를 이곳에 계속 묶어두었다. 돌이켜 보니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담당 공무원은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가끔 어쩔 수 없는 변경의 요구에도 예의를 갖출 줄 알았다. 구청장은 건축가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이십여 년 건축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건축의 선순환이다. 건축가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건축주가 그것을 인정하고 감사하면, 건축가는 더욱 애쓰고, 그 신뢰 관계를 본 건설사도 함께 노력한다. 이러한 선순환이 결국 좋은 건축을 만든다. 예산의 문제도 시간의 문제도 아니다.​​​

 

설계

임영환(홍익대학교) + 디림건축사사무소(김선현)

설계담당

윤지수, 박수현

위치

서울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용도

교육연구시설(도서관)

대지면적

2,203.89㎡

건축면적

792.07㎡

연면적

2,203.59㎡

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주차

11대

높이

18.1m

건폐율

31.18%

용적률

73.2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도장

내부마감

도장, 데코타일, 플로텍스

기계,전기설계

(주)유성기술단

시공

(주)디자인플러스91

설계기간

2019. 3. ~ 7

시공기간

2019. 12. ~ 2020. 5.

공사비

10억 원

건축주

금천구


임영환
임영환은 홍익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과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7년 김선현과 디림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금천구 MP, 대한건축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안중근의사기념관, CJ나인브릿지 더 포럼, 스타덤사옥, 쉬즈메디병원, 네이버 어린이집, 세 마당집 등이 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경기도 건축상, 젊은건축가상,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김선현
김선현은 홍익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건축 및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글로벌 회사인 존스 랑 라살과 스카이랜에서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였고, 2007년에 디림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임영환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건축위원 및 세종시 행복도시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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