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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익스페이스 명동역점 파사드

강승현, 김기준
사진
윤준환
자료제공
스튜디오 인로코 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 김기준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유리장막

직물을 늘어뜨리거나 장막을 드리우는 제스처는 꽤 오래전부터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다. 인물을 감쌈으로써 대상의 지위나 명예를 돋보이게 하고, 사물을 덮을 때는 관찰자로 하여금 막으로 가려진 영역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 프로젝트에서 외피가 표상하는 장막은 은유적인 장치인 동시에, 주변 분위기로부터 건물을 적절히 구별하기 위한 도구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곡면유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모습을 담으면서, 건물에 오브제의 성격을 부여한다. 장막으로 건물을 덮을 때 10m 도로를 향해서는 세 층, 6m 도로를 마주해서는 한 층, 그리고 모퉁이에서는 두 층 높이만큼 외피를 들어올렸다. 내부를 가리거나 드러내는 장막의 다양한 층위는 인접한 거리의 성격에 맞게 결정했다.

 

 

모퉁이 땅

프란체스코 보로미니가 설계한 로마의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이 블록 코너에 조각과 분수를 설치하여 가로 공간에 의미 있는 쉼표를 제공했던 것처럼, 높은 지가로 알려진 명동 사거리의 건물이 시민을 위해 휴식 공간을 내어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명동 8가길과 명동10길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이 건물은 2018년에 증개축하기로 결정됐다. 클라이언트는 상업가로의 중심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건축물을 마련하면서 사람들의 유입을 늘리고 다양한 금융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공간을 확장할 때 당장의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명동 거리를 지나다니는 보행자와 잠재고객의 편의를 보장하는 편이 더 큰 가치를 아우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길모퉁이에 위치한 건물의 주 출입구는 오목한 형태의 유리 벽, 천장에 마감된 거울 효과의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고, 조경과 벤치를 갖추고 있어 사람들이 언제든 쉬었다 갈 수 있는 도시의 거실이 된다. 한편 또 다른 출입구는 돌출된 유리박스 안에 삽입되어 있는데, 이 매스는​ 상층부의 곡선 입면과의 분절된 조형 처리로 인해 독립적인 볼륨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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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파동

돌, 금속, 유리와 같이 단단한 재료를 부드럽고 역동적인 형태로 구현하려는 시도는 건축과 조형 분야에서 매우 유의미하게 여겨져 왔다. 우리는 주름진 입면을 디자인할 때 막 또는 면포가 흔들리는 모습, 패브릭이 지닌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에 주목했다. 입면의 일부가 움직이면서 형상에 변화를 주는 키네틱 파사드가 아닌, 천이 움직이는 순간의 조형미를 포착하여 ‘통제된 복잡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통제된 복잡성은 몇 가지 곡면 모듈을 반복 설치하면서 복잡한 형태의 건물을 만들고, 관찰자가 특정 형태가 아닌 비유와 상징으로 대상을 기억하게 만드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 건물을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무언가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거리를 걸으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형상으로 인지되는 이 파사드에는 점층적으로 지름이 달라지는 세라믹 도트 프릿이 코팅됐다. 도트 프릿은 건물 내외부를 적절히 차폐하고, 차갑고 견고한 유리 표면 위에 부드러운 면포의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한 질감을 더한다. 

 

 


 

 

 

유리 모듈

41.52mm 두께의 단열 구조체로 이뤄진 신한 익스페이스 명동역점의 파사드는 복층유리와​ 그 사이의 아르곤 가스층, 복사열을 차단하는 로이코팅, 차양을 위한 도트 프릿 등 여러 켜로 구성된다. 다양한 층위의 유리장막은 반사값, 투영도 항목 등을 포함하는 목업 테스트를 거쳐 총 14개 종류의 곡면유리모듈 320개로 제작·시공됐다. 모듈의 폭은 곡면인 상층부, 평평한 하층부, 건물 모서리에 맞춰 세 종류(675mm, 1,350mm, 2,025mm)로 구분됐다. 모듈과 멀리언 사이에는 3D 프린팅 목업으로 개발한 이중 클램프 방식의 결합부를 적용했고, 곡선 부재의 하중을 담당하는 수평재인 트랜섬에는 CNC로 가공한 철판을 용접으로 조립하는 빌트업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곡면의 유려한 성격을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 입면을 지탱하는 커튼월 구조를 모두 히든 바 타입으로 설계했으며, 유리와 유리 사이는 오염을 고려해 검은색 코킹으로 채웠다. 2차원 곡면유리를 지지하는 커튼월 프레임은 고강도 철재를 사용하여 각 부재의 단면치수를 폭 45mm, 길이 150mm로 최대한 줄였고, 멀리언은 압출이 어려운 자재의 특성상 절곡 방식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부드럽게 물결치는 유리 입면을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곡면 철제 거푸집을 제작하여 골조와 커튼월 프레임 사이 접합부의 정밀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허용 오차를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이 부분은 사전 제작된 이중 철제 브래킷을 현장에서 재가공해 가며 두 구조 요소의 합을 맞췄다. 더욱이 우리와 동일한 성능 및 디자인의 곡면 파사드를 적용한 사례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성능 테스트를 통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현장에 시공하기 전에 2개층 규모의 1:1 목업 모델을 제작하여 구조 안정성, 기밀성, 수밀성 등의 주요 항목에 관한 성능시험을 진행했다.

 

 


 


 

변주

곡면유리모듈을 아래서 위로 쳐다보면 입면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듈의 밑면에 마감된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은 반사 성질을 지닌 표면을 드러내며 건물 외형에 변주를 일으킨다. 이 재료는 동일한 곡률을 가진 모듈이 위아래로 맞물릴 때, 깊이 15cm 이내에서 폭을 달리하며 얕은 음영을 만들어낸다. 그에 맞게 입면을 지지하는 트랜섬 역시 두 개의 타입이 된다. 곡면유리의 끝단을 마감하고 있는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은 76cm의 진폭으로 물결쳐 오다가 건물의 모퉁이에서 가장 넓은 면적으로 드러난다. 이곳, 주 출입구의 캐노피 아래에 부착된 반사 성질을 지닌 재료는 모두에게 열린 공공 기여 공간의 화려한 천장이 된다.

 

경관 조명

입면을 새롭게 설계하면서 인근 상업지구의 보편적인 야경과는 구별되는 경관 조명을 디자인했다.주변 건물과 다른 인상, 장면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보행자뿐만 아니라 건물 안에 있는 사용자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스팬드럴 구간 하단에 광원을 설치해 빛이 유리 표면을 따라 위로 번지는 효과를 연출하여, 보행자와 재실자가 광원을 직접 마주하지 않아 눈부심이 덜하도록 했다. 조명 교체와 유지보수는 스팬드럴 영역 하단에 설치한 곡선 철제 트레이와 슬릿을 통해 용이하게 이뤄진다. 한편 단열층을 면한 유리에 코팅된 흰색의 도트 프릿은 스팬드럴 하부에서 나오는 빛을 머금어 퍼뜨려주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조명 디자인은 도시의 휘장이라는 디자인 개념과 통합되어 야간에도 건물의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의도됐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강승현
강승현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진아건축도시종합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 어반엑스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으며,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의 거츠 앤 슐츠 건축사무소에서도 근무했다. 한국 건축사이자 네덜란드 등록 건축사이며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출강, 서울시 공공건축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기준
김기준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수학한 후, 국립 베를린 예술대학교 건축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손건축, 아뜰리에 페터 춤토르 앤 파트너, 디너 앤 디너 아키텍텐, 바코우 라이빙어 등의 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했고, 국립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 건축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 건축사협회의 등록 건축사인 그는 2016년 베를린 기반의 건축사무소인 아뜰리에 김기준을 설립했고, 이후 독일과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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