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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을 닮고자 한 카페: 오른

사진
박우진
자료제공
공기정원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공기정원과 조경 설계사무소 듀송플레이스가 만든 ‘오른’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자리를 옮겨가며 건물 앞 바닷가, 뒷뜰의 유채꽃, 옥상 너머의 성산일출봉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카페 안에서 제주도의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인터뷰 임명기, 신민지 공기정원 공동대표, 김민호 듀송플레이스 공동대표 × 김예람 기자 

 

 

김예람: 오른의 콘셉트가 ‘그저 여기에’라고 들었다. 카페를 설계하기 위해 방문한 대지의 첫인상은 어땠는가? 

임명기: 오른을 설계하기 위해 대지를 답사했을 때 주변에 펼쳐진 유채꽃과 바람 소리가 너무 좋았다. 이미 멋진 자연이 펼쳐져 있어서 “나 좀 보세요”라는 식으로 건물을 설계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스스로 돋보이려 하기보다는 제주도에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을 취한 건물을 짓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연을 잘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김예람: 주변의 여러 자연 요소 중 오름을 공간 디자인의 모티브로 가져온 까닭은 무엇인가?

신민지: 제주도라는 큰 화산섬에 기생하는 작은 화산 모두를 오름이라고 하더라. 대지 인근에 위치한 성산일출봉도 바닷물에 잠긴 오름인 것이다. 그 사실을 곱씹으면서 사람들이 왜 오름을 올라갈까 

생각해봤는데, 다들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요즘 사람들이 카페를 가는 이유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오름에서 할 법한 행위를 이곳에서 재현하고자 했다.

 

김예람: 그래서인지 오른에는 넓은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수평창이 있다. 이러한 뷰를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부분을 특히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임명기: 이곳에서 바다를 보려면 북쪽을 향해야 한다. 해를 등지기 때문에 바깥 풍경을 볼 때 눈부심이 덜한데, 수평선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조도를 낮추고 싶었다. 그래서 실내 천장에서 파노라마 창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오목하게 마감했다.

신민지: 실내에서 보는 풍경이 더욱 근사해 보이도록 창의 세로 길이를 줄였다. 클라이언트가 너무 답답해 보일 것 같다고 걱정했는데 가까스로 설득해서 2,100mm 높이로 시공했다. 건물이 다 지어진 모습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다행히 만족했고, 심지어는 세로 길이를 조금 더 줄여도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웃음)

 

김예람: 1층에 굉장히 긴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이 테이블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신민지: 잘게 썰린 푸른색 유리를 겹쳐서 기다란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다의 연장선처럼 읽혔으면 했다. 긴 테이블은 수평창과 같은 방향으로 설치되어 자연에 대한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임명기: 옆에 있는 주방의 바를 디자인하면서도 제주도의 자연을 가져왔다. 콘크리트 거푸집으로 사용할 스티로폼을 일일이 조각하여 주상절리 같은 거친 질감을 만들었는데, 여러 사람이 같이 작업하면 텍스처가 달라질 것 같다는 팀원의 말에 결국 한 명이 도맡아서 완성했다. (웃음)

 

 


 


 


 

 

김예람: 이번 프로젝트는 다양한 카페 인테리어를 작업한 공기정원과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듀송플레이스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두 조직의 협업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졌는가?

임명기: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몇 차례 굵직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경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듀송플레이스에게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모습으로 건물 주변을 디자인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민호: 건축설계가 일년 전에 진행된 상태에서 조경 디자인을 맡았다. 공기정원이 전반적인 건물 콘셉트와 공간 경험에 대해 일깨워주면, 우리가 그 의도에 부합하는 수종을 선택하고 대지를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나갔다.


김예람: 자연이 되고자 한 건물의 조경을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민호: 건축 디자인과 잘 어우러지도록 조경을 차분하게 설계했다. 건물 주위에 흐르고 있는 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평평한 지형을 만들고, 들판에서 볼 법한 그라스와 호주 아카시아 계열의 수종을 심었다. 모두 바닷바람에 잘 적응하는 식물이다.

신민지: 건물 전면에 심긴 식물이 대부분 바람 때문에 휘어진 모습인데, 듀송플레이스가 오른의 영어 스펠링에 들어가는 소문자 r을 고려한 것 같다. (웃음)

 

김예람: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기 때문에 식물 관리에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오른에 심긴 수종은 어떠한 상황을 주의하며 관리해야 하는가?

김민호: 제주도는 태풍이 북상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야외 조경을 관리하기에는 까다로운 지역이다. 아직 오른이 지어진 이후 태풍이 온 적이 없지만, 강력한 비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바닷물에 있던 염분이 식물에 달라붙어 하얀 결정체가 생긴다. 번거롭지만 그럴 때마다 호스로 물을 뿌리면서 염분을 제거해줘야 한다. 오른의 클라이언트는 조경 관리를 잘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웃음)

 

김예람: 건물 뒷편에는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을 향해 설치된 기다란 수평창은 바다 방면의 창과 어떻게 다른가? 

임명기: 일본 나오시마 섬에 위치한 지추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1906)을 본 적이 있는데, 그 8m 정도 되는 그림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했다. 그때의 경험이 떠올라 유채꽃밭이 보이는 건물 남측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만들고자 했다. 

신민지: 유채꽃이 보이는 창가에는 개폐 가능한 유리문이 설치됐다. 유리를 양쪽으로 열면 두 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구획이 만들어지는데, 바다쪽 창가보다 좀 더 프라이빗하게 자연을 즐기면서 쉴 수 있다.

 

 


 


 


 


 

 

김예람: 위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지그재그 형태로 조적된 벽돌, 빛이 투과되는 유리블록, 중심부가 비워진 목재 핸드레일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1970, 80년대에 지어진 도서관이나 공공시설에 있을 법한 공간 같다.

임명기: 바깥을 바라보는 좌석이 아니라 베이커리가 배치되는 곳이다 보니 기능적인 부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물론 평범한 건물에서 볼 법한 재료를 사용해서 사람들이 앉는 공간과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고자 한 의도도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사진으로 건물을 다시 보니, 어딘지 모르게 옛날 공간사옥의 분위기가 나는 듯하다. (웃음)


김예람: 2층은 1층에 비해 면적이 작고 가구 배치의 밀도가 높아 비교적 아늑한 느낌이 든다. 

임명기: 2층은 그림자가 깊게 드리우기 때문에 오랫동안 앉아 바다를 관망하기에 좋다. 위를 올려다보면 타원형 천창이 있는데, 이것을 통해 내리쬐는 빛의 위치를 보면 시간의 경과가 느껴진다. 2층은 실내 공간이 좁은 대신 넓은 옥상이 있다. 실내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와 단차가 있는 노출콘크리트 바닥에 걸터앉아 바람을 쐬면서 성산일출봉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김예람: 최근 제주도에 카페를 중심으로 여러 상업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민호: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면서 건물 외부에 신경을 꽤나 쓴 곳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인기 있는 공간을 따라한 듯한 모습도 자주 보여 아쉬움이 든다. 그저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나 환경에 맞게 디자인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임명기: 최근 생기는 공간들을 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것 같아 재밌다. 공간에 마음을 담고 내용을 만들려 할 때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라는 환경 속에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임명기, 신민지
임명기와 신민지는 2016년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공기정원을 설립했다. 공기정원은 겉으로 보이는 표피가 아닌, 대기의 공기처럼 그 자리에 감도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서 생겨나는 그 무엇을 고민하며,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의 공간을 가꾸어 나가려고 한다. 최근 작업으로는 이도사유, 모습 등이 있다.
김민호
김민호는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환경조경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디자인 파트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2015년, 제주로 이주하여 종합조경시공사에서 근무한 후 조경 디자이너 송이슬과 함께 듀송플레이스를 차렸다. 대표작으로는 브리드 인 제주, 더한섬하우스 제주, 소규모식탁, 월령지헌, 와온, 선흘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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