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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비도심에서 카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2: 스페이스 미조

한가람 기자
사진
노경(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양지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카페의 침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어?’ 할 정도로 생각지 못한 곳에 있거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하고 놀랄 정도로 융합과 변화가 가능하다. 비도심의 카페에 이러한 점을 적용한다고 하면, 언뜻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과 같은 사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비도심에도 일상은 존재한다. 그곳에서 카페는 부족한 문화 콘텐츠를 채우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조성하거나, 도시재생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에 흡수돼 지역에 활력을 더하기도 하며, 노인의 경제활동을 돕기도 한다. 소위 ‘카페’ 하면 떠오르는 힙하고 자극적인 공간과는 거리가 멀지만 비도심에서 1년 이상 카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물볕, 스페이스 미조, 화성시 커피복합문화센터를 찾아갔다.

 

 

 

복합문화공간이 된 냉동창고: 스페이스 미조

 

작년에 문을 연 스페이스 미조는 남해군에서도 동남쪽 끝자락에 있는 미조항 앞에 자리한다. 미조항은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될 만큼 수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며 1986년에는 4층 규모의 미조항 냉동창고가 들어섰다. 스페이스 미조의 본체이기도 한 이 냉동창고는 얼음을 만들어 고기잡이배에 공급하고 어획한 수산물을 냉동시키는 산업시설이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에 들어서자 남해군청은 노후화된 시설과 냉동 공간 확충을 위해 제2의 시설을 건립한다. 그 결과 미조항 냉동창고는 장기간 방치 상태에 놓였고, 남해군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유휴 공간을 재생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기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헤테로토피아(대표 최승용)를 찾았다. 헤테로토피아는 이미 남해에서 돌창고를 전시장, 카페로 재생하고 운영하는 성과를 거둔 팀이다. 미조 주민들은 당장에 부족한 주차장이나  공원 및 쉼터를  요구했으나  최승용은  앞일을  더 멀리 내다봤다. 이미 지역에 같은 용도의 공간이 있는데 이를 확충한다고 미조가 더욱 살기 좋은 마을이 되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조는 어획량이 급감해 수산업이 쇠퇴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할 프로그램을 고민한 결과, 1차 산업과 디자인 중심의 문화 산업을 결합한 ‘디자인 센터’가 도출됐다. 기존 산업을 재건하고 미조에 새로운 산업을 함께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주민 요구는 외부 공간 활용이나 공원같이 열린 내부처럼 형태는 달라도 기능은 충족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회유가 쉽지 않았을 테지만, 최승용은 한 인터뷰에서 “당신들의 화려했던 시절을 재생시켜 자녀가 도시에서 왔을 때 자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Existing building 

 

이어 리모델링은 설계공모에 당선한 네츄럴시퀀스건축사사무소(대표 박석희)가, 인테리어는 윤여춘 건축사사무소(대표 윤여춘)가 맡았다. 박석희의 접근에서는 남해군의 지역성과 기존 건물을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스페이스 미조로 가는 여정은 작은 건물, 굽이진 길을 지나 바다를 마주하는 반복이며, 남해군 바다는 섬 여러 개가 중첩돼 작은 스케일로 분절된 모습이다. 박석희는 이러한 지역성처럼 공간 스케일을 조정하여 다층적 경험을 꾀했다. 한 예로 어두운 토끼굴 같은 주차 공간을 통과해 거대한 후정에 진입하면 예상치 못한 상록수림을 맞닥뜨린다. 이 원시 자연은 박석희가 현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곳으로, 주민을 포함한 방문객에게 일상의 기쁨을 선사하기 위한 장치다. 이를 배경으로 한 후정은 미조의 툇마루 같은 역할을 하도록 계획됐다. 전체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층고 약 6m에 달하는 냉동창고 내부는 전시장, 공연장을 주축으로 카페, 상점, 아티스트 레지던시 등 목적에 맞게 저마다 다른 스케일로 구획됐다. 여기에 통창과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은 과거 어두웠던 냉동창고를 밝히면서 주변 경관의 차경으로 공간감을 극대화한다. 냉동 코일과 일부 내장재를 그대로 두어 과거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윤여춘은 재생 건축의 개념을 이어받아 인테리어에 재활용 플라스틱 판재나 재생 스펀지, 어상자 등을 썼다. 1층 카페는 상황에 따라 주민을 위한 행사장 겸 강연장으로 쓸 수 있게 모듈형 가구를 배치했다. 스페이스 미조를 운영하는 양지(양승희 대표)에 따르면, 윤여춘은 카페의 중심을 잡아주는 바 테이블도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한다. 

한편 양지는 개관을 준비하며 지역 주민과 아카이빙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다. 그들과 함께 미조항의 어업 역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수집하며 〈개관展: 미조〉 전시를 개최했다. 올해 1월까지 선보인 〈남해의 색〉은 스페이스 미조의 1호 레지던시 작가 이택수를 중심으로 꾸렸다. 식음료의 경우 남해군의 지역 식자재를 재해석한 메뉴를 판매하기도 하고, 미조항의 주 어획물인 멸치를 주제로 요리 교실을 열고 있다. 지역의 직간접 참여와 동시에 새로운 창작자와의 교류에서 창조의 시도가 엿보이지만, 막상 스페이스 미조에 방문했을 때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 것도 사실이다. 지역을 남해군 전체가 아닌 미조로 좁혀본다면 스페이스 미조가 지역 주민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웠다. 당초 그들이 원했던 휴식 공간은 어쩐지 문턱이 높아 보였고 이는 곧 저조한 주민 방문율로 나타나는 듯하다. 4층 식당 같은 일부 공간의 활용이 부진한 점에서도 운영상 어려움을 느꼈다. 스페이스 미조가 남해군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돌파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미조와의 적극적 공생’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막 1년을 넘긴 스페이스 미조가 희망의 끈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글 한가람 기자)

 

 

 

©Yangji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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