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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비도심에서 카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3: 화성시 커피복합문화센터

한가람 기자
사진
김정현
자료제공
조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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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카페의 침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어?’ 할 정도로 생각지 못한 곳에 있거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하고 놀랄 정도로 융합과 변화가 가능하다. 비도심의 카페에 이러한 점을 적용한다고 하면, 언뜻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과 같은 사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비도심에도 일상은 존재한다. 그곳에서 카페는 부족한 문화 콘텐츠를 채우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조성하거나, 도시재생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에 흡수돼 지역에 활력을 더하기도 하며, 노인의 경제활동을 돕기도 한다. 소위 ‘카페’ 하면 떠오르는 힙하고 자극적인 공간과는 거리가 멀지만 비도심에서 1년 이상 카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물볕, 스페이스 미조, 화성시 커피복합문화센터를 찾아갔다.

 

 

 

노인만을 위한 카페라는 오해: 화성시 커피복합문화센터

 

커피는 노인의 경제활동을 돕는 주요 일감이 되기도 한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는 전국에 총 198개 시니어클럽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 기관들 중 시장형 사업의 일환으로 시니어 카페(실버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화성시니어클럽 역시 44개 ‘노노(NO老)카페’ 지점을 통해 만 60세 이상 노인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기관의 설명에 따르면, 노인에게 바리스타 활동은 체력적 부담과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다양한 손님을 접하며 지역사회에서의 고립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화성시 커피복합문화센터(2020, 이하 커피복합문화센터)는 커피를 매개로 한 근린생활시설이자 노유자시설, 교육 공간 그리고 화성시니어클럽의 업무 공간이 병설된 건물이다. 위치는 봉담읍 삼봉근린공원 내 서북쪽 끝이다. 이 지역은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공공주택지구로 아파트 단지가 주를 이루고, 커피복합문화센터 근방에는 여전히 공사 중인 곳도 많았다. 대도시와 달리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농촌에서 공공 문화시설의 성패는 존재감에 달려 있다고, 설계를 맡은 조항만(서울대학교 교수)은 판단했다. 따라서 주민의 인지와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초록이 주조색인 공원과 보색 관계인 강렬한 빨강을 외벽 색상으로 골랐다. 미감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인지성만을 생각한다면 초행길인 기자도 먼 거리에서 건물을 발견했으니 그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저층부 카페 영역은 거리를 향해 유리로 열려 있어 통창 너머로 손님들이 보인다. 기다란 카운터가 출입구와 맞보고, 그 뒤로 유니폼을 갖춰 입은 시니어 바리스타 세 분이 반갑게 맞았다. 음료를 주문하고 옆으로 돌아서니 한때 유행했던 인더스트리얼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게 마감하기보다 철골 구조와 각종 설비가 그대로 노출됐는데, 조항만이 넉넉지 않은 예산을 고려해 날것의 공장 분위기를 내고자 한 결과다. 커피복합문화센터를 방문하기 전 미리 살펴봤던 건축 사진은 준공 직후에 찍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곳 나름의 주인인 ‘노인’ 이미지와 반대되는 거대하고 차가운 인상이 강했다. 막상 이곳에 머물러 보니 창문에서 빗겨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첫인상이 조금이나마 완화되고 있었다. 

아기를 데리고 나온 가족, 홀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20~30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중장년의 남성들. 커피복합문화센터 주변에 있는 카페 대여섯 군데를 둘러봐도 이렇게 다양한 손님층이 존재하는 곳은 없었다. 나이 든 분들이야 사랑방 드나들듯 와서 시니어 바리스타와 담소를 나눈다고 하지만, 그 외 주민들은 왜 이곳을 찾는 걸까. 주변 카페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좌석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조항만은 이곳이 레이 올든버그가 주장한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게 중성적 공간을 추구했다고 한다. 다양한 좌석 유형 역시 여러 방문 목적을 충족하며 커피복합문화센터가 여느 카페보다 여러 구성원을 포용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실제로 두세 층을 터 층고를 높인 카페 중앙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주로 공부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었다. 조항만은 이 테이블을 사선으로 둠으로써 단일 공간을 다양한 면적과 볼륨으로 나눴다고 한다. 긴 테이블 옆 창가 자리의 개별 테이블은  무리로 온 손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절했다. 긴 테이블의 사선 배치는 대형 계단(계단식 좌석) 혹은 작은 도서관으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계단참을 활용한 넓은 좌석은 어린이에게 놀이공간이 되어주고, 지난 3월 ‘찾아가는 공연장’과 같은 행사 시에는 관객 좌석으로 쓰였다. 이어 대형 계단에 통합된 노출 계단은 2층의 바리스타 교육장과 대강당, 3층의 사무실까지도 물리적,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이와 같이 커피복합문화센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계기로 탄생한 공간이지만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하여 지역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글 한가람 기자)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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