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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미술관의 공공 개입: ‘도시는 미술관’

사진
소다미술관
자료제공
김동규(별도표기 외)
진행
박지윤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8월호 (통권 669호)

 

‘도시는 미술관’은 화성시의 가치 있는 장소를 짚어내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도시 안 곳곳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는 보통 지방자치자체(이하 지자체)가 주도하는데, ‘도시는 미술관’은 화성시 소재의 사립미술관인 소다미술관이 주도하고 있다. 사립미술관이 공공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동선(소다미술관 관장)을 만나 ‘도시는 미술관’을 시작한 이유와 과정, 방식을 들어본다. 

 

 

다이아거날 써츠의 ‘파러웨이: 맨 메이드, 네이처 메이드’ 설치 전경 

인터뷰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 × 박지윤 기자

 

박지윤(박): ‘도시는 미술관’(2021~)은 특정 장소에 콘텐츠, 파빌리온 등을 더한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서울은 미술관’(2016~)과 유사하지만, 여행이 테마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장동선(장): 화성시의 특성을 반영했다. 화성시의 동쪽에는 신도시인 동탄이 위치하는데, 동탄 시민이 서쪽까지 오는 일은 거의 드물다. 커뮤니티의 분열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도시는 미술관’을 기획하면서 여행을 테마로 잡았다. 서쪽과 동쪽 모두에 여행 올 만한 장소를 선정하고 드러내면서 시민 간 교류를 유도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이 마치 여행을 하듯이 장소와 그 주변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는 미술관’ 노션(온라인 문서 관리 애플리케이션) 페이지에서는 대상지 주변의 다른 여행지와 음식점, 서점 등의 공간도 추천하고 있다. 

 

박: ‘도시는 미술관’은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우음도,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 등 총 아홉 곳을 조명한다. 역사, 자연, 건축 등 대상지의 범주가 넓은데 선별 기준은 무엇이었나? 

장: 지질학자, 생태학자, 역사학자, 지역 건축가, 박물관 큐레이터 등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추천을 받고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를 거쳤다.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거나 지역 내 의미가 있는 장소들을 선별했는데, 중요한 것은 대상지가 가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였다. 

 

 

‘도시는 미술관’ 지도형 엽서 

 

박: 일반인의 방문이 불가능한 이일훈의 자비의 침묵 수도원이 대상지에 포함된 이유도 궁금하다. 

장: 본래 방문이 가능한 대상지만 포함하는데 자비의 침묵 수도원만은 예외로 적용했다. 화성시에 이일훈의 작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 때문이었다. 공공의 소유일 때는 방문을 협의하기가 수월하지만 자비의 침묵 수도원 같이 민간 소유인 경우에는 소유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므로 방문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소유자와의 협의가 어려워 대상지 목록에서 완전히 제외된 경우도 있는데, 자비의 침묵 수도원은 방문은 어렵지만 소개는 허락한 경우다. 

 

박: 비교적 소극적으로 장소를 알리는 역할만을 수행하기도 하고, 파빌리온을 설치해 장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각 장소마다 다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장: 발견만 해도 충분한 장소가 있고, 예술가들이 참여했을 때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우음도가 후자의 경우였다. 우음도는 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소개할 콘텐츠가 부족했다. 그래서 파빌리온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경험을, 더 친절하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과 협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래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에서 우음도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에 더해 파빌리온도 함께 가이드하도록 계획했다. 건축가가 직접 해설사에게 파빌리온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지금은 그 해설사가 관람객에게 파빌리온을 소개한다. 

 

박: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뿐 아니라 화성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도 협력했다. 화성 시민으로 구성된 조합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은 시민들 간의 연결이라는 ‘도시는 미술관’의 취지와도 맥이 닿는다. 

장: 공공예술은 관람객의 참여를 중요시 하는데, 우리가 모든 걸 준비하고 관람을 요구하는 형식만으로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결되는 형식으로 자연스레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작가와 시민이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형식을 택한다. 벽화를 함께 그리는 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일차원적 참여보다는 시민들 또한 자신이 잘하는,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하는 참여가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과 화성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각각 생태지역을 안내하고,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해 시티투어를 진행해왔다. 대상지 내에서 가이드를 하는 것은 본인들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이다. 더불어 예술이 일반인에게 불친절하게 다가가는 경우도 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어떻게 보면 시민들의 언어로 시민들에게 예술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박: 2021년 시작 당시에는 각 대상지를 가이드 투어와 오디오 가이드로 소개하다 2022년에는 대상지에 파빌리온을 설치했다. 소개 방식이 변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 가이드 투어를 하다 펜데믹이 시작됐고, 이 때문에 비대면 콘텐츠인 오디오 가이드로 전환하게 됐다. 그러다 2022년에 아르코 공공예술사업(이하 아르코)을 지원받게 되면서 파빌리온을 시도할 수있었다. 파빌리온은 특정한 기능이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유롭고 유연한 형태다. 그 모호함은 예술적인 해석을 다양하게 열어주어 우연적인 발견과 다양한 행동, 그리고 소통을 이끌어낸다. 그간 소다미술관에서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경험도 있어 다루는 데 자신도 있었다. 

 

 

길종상가의 ‘기차, 마차 같은 휴게소’ 설치 전경 

 

박: 첫 번째 파빌리온은 길종상가의 ‘기차, 마차 같은 휴게소’(2022)로, 동탄 신도시의 도시 공원 세 군데를 3일씩 머무르고 이동했다. 첫 파빌리온을 선보이는 자리로 도시는 미술관 대상지가 아닌 동탄의 공원들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장: 기차, 마차 같은 휴게소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프리퀄 성격이 강하다. ‘도시는 미술관’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역할이었다. 동탄은 화성시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그중에서도 공원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동탄이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아파트 단위로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원에 가더라도 자신의 아파트 앞 공원만 다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류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하다 이동식 파빌리온을 떠올렸다. 공원을 옮겨 다니면서 의도적으로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이동형으로 기획했기 때문에 건축보다는 제품이나 가구를 다루는 팀과 접촉했다. 이동하려면 차에 실을 수 있는 크기와 옮기기 수월한 무게를 가져야 했고, 각 공원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을 낼 수 있는 조합형이어야 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이해를 가진 길종상가와 작업하게 됐다. 

 

박: 다음으로 우음도에는 다이아거날 써츠(대표 김사라)의 ‘파러웨이: 맨 메이드, 네이처 메이드’(2023, 이하 ‘파러웨이’)를, 매향리 평화기념관 앞 쿠니 메모리얼 가든에는 네임리스 건축(공동대표 나은중, 유소래)의 ‘고온리’(2023)를 설치했다. 사전에 건축가에게 요청한 바는 무엇이었고, 이는 어떻게 구현됐나? 

장: 기본적으로는 지역의 경관과 역사적인 스토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우음도는 거센 바람이 소 울음소리 같다 하여 지어진 지명으로, 그곳에 세워진 ‘파러웨이’는 소리에 천착해 광활한 자연을 청각적으로 경험하도록 한다. 고온리는 인심이 후하고 화목한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매향리의 옛 지명이다. 네임리스 건축은 파빌리온을 물이 순환되는 열린 선형 구조로 계획하고, 주위를 둘러 걷거나 앉아 쉴 수 있도록 구성해 과거 마을의 분위기를 상기시키고자 했다.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매향리 평화기념관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이와 어울리면서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조형성을 가진 것 또한 특징적이다. 

 

 

 

다이아거날 써츠의 ‘파러웨이: 맨 메이드, 네이처 메이드’ 설치 전경 / ©cultureplate 


박: 그간 건축가 권순엽과 함께 에스오에이피(SOAP)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며, 제부도 워터워크(2018), 궁평 아트파빌리온 오솔(2019) 등의 파빌리온 작업에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작은 규모의 건축물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장: 큰 규모의 건축물은 개입과 이권이 많기 때문에 진행에 어려움이 따르고 구현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특히 공공 프로젝트일 경우, 담당 공무원 또한 규모와 예산이 큰 프로젝트는 많은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한다. 도시 내 교류를 위해 도로, 역 등의 인프라 건설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이러한 인프라를 하드 인프라라 일컫는다면, 파빌리온은 소프트한 인프라라 할 수 있다. 여러 곳에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고, 철거하면 없어지지만 파장은 만들어내며 어느새 주변 모습을 바꾼다. 이처럼 작은 규모의 건축물은 스며들듯이 변화를 만들어내며, 실행적인 측면에서 전략적이기도 하다. 

 

박: ‘도시는 미술관’이 ‘서울의 미술관’과 구분되는 또 다른 특이점으로는 지자체가 아닌 사립미술관이 주최한다는 점이다. 사립미술관이 공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 지역 미술관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우리 기관이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엮인 일인 것 같다. 우선 미술관은 사립이든 공립이든 공공적인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한다. 이와 연관해 소다미술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소다미술관은 원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미술관의 담을 넘어 물리적으로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게 됐다. 더불어 우리 기관이 유지되려면 꾸준히 유의미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9년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의 미술관 중 입장료 수입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미술관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시는 미술관’은 미술관 운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이상적인 목표를 실현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미술관을 지속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 올해 아르코의 지원이 끝난다. 이후 ‘도시는 미술관’은 어떻게 되는가? 

장: 본래 ‘도시는 미술관’은 아르코의 지원을 받기 전, 화성시문화재단과 경기도에 먼저 제안했었다. 그런데 제안을 받아들이는 곳이 없었다. 다이어그램, 텍스트 등 시각적인 자료를 열심히 준비해 제안서를 보여주어도 담당자가 예측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거야?”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조그맣게라도 구현해 보여주면 다음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하지 않았지만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어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시와 도에서는 예술 분야에 예산을 많이 쓰기 때문에 우리 같은 기관이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다. 사실 ‘도시는 미술관’이 생겨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곳은 화성시다. 지자체들이 자부심이 생기는 도시, 애착이 가는 도시를 계속 행정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그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푼 것뿐이다.  

 

 

 

 

네임리스 건축의 ‘고온리’ 설치 전경 

 

월간 「SPACE(공간)」 8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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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선
장동선은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전략 및 벤처경영학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그는 디자인 전략가, 마케터, 창업가로서 미국에서 IT·디자인 관련 스타트업, 디자인 컨설팅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다. 공간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디자인하는 에스오에이피 디자인 스튜디오를 공동 창업하고, 디자인·건축을 다루는 소다미술관을 설립한 후 관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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