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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일상을 지탱하는 동네 카페 1: 카페꼼마

자료제공
카페꼼마
진행
김지아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카페가 어느덧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도심과 외곽을 막론하고 체험에 방점을 둔 카페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동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며 내실을 다지는 카페도 있다. 편한 옷차림으로 산책하다 들러 가벼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가 하면, 조금 더 오래 머물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낮에는 벼룩시장이 되기도 하고, 어떤 밤에는 낭독회가 열린다. 비일상이 아닌 일상의 장소에서 카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10여 년간 북카페를 기획하고 운영해온 염현숙(카페꼼마 대표)과 풍년빌라와 여인숙의 1층 카페를 기획한 임태병(문도호제 대표)을 만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도심 속 카페를 살펴보았다.

 

인터뷰 염현숙 카페꼼마 대표 × 김지아 기자

도서관이나 서점이 아닌 북카페: 카페꼼마 


김지아(김): 카페꼼마는 2011년 출판사 문학동네가 서교동에 마련한 1호점을 시작으로 한다. 어떤 계기로 북카페를 구상하게 됐나?

염현숙(염): 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연히 접한 한 권의 책이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인터넷 서점을 비롯해 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책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져 가는 듯했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 책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니 카페만 한 곳이 없었다. 그렇게 홍대 주차장 거리에 카페꼼마 1호점을 열었다.

 

김: 2010년대 초반 무렵 서교동 일대의 많은 출판사가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북카페를 선보였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카페꼼마가 유일한데, 어떤 차별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염: 대부분의 출판사가 사옥 공간을 활용한 북카페를 선보였다. 반면 카페꼼마는 북카페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시작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공간에 구현하고자 한 콘셉트는 명확했다. 15단 높이의 서가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카페꼼마의 정체성과도 다름없는 높은 서가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주노 디아스의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거대한 책장 앞에 섰던 어린 날의 기억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는 구절이 깊이 와닿아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 책으로 둘러싸이는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또한 그 책이 단순히 인테리어가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개인 작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카페꼼마 여의도신영증권점 

 

김: 북카페는 책이 주가 되지만, 동시에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다. 공간구성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염: 1호점의 성공에 힘입어 동교동에 오픈한 2호점은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쳐 여러 요소를 보완했다. 높은 서가 외에도 사람들이 머무는 동안 고려해야 할 지점이 많았다. 1호점은 높은 층고를 가졌으나 규모가 30~40평 정도로 그리 넓지 않았다면, 2호점은 약 90평에 이르는 규모로 탁 트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이 공간을 구성할 때 특히 외국의 살롱문화를 참조했다. 특징적인 요소는 통창과 테라스였다. 애초에 책장을 거리에 가져다 두겠다는 생각이 카페꼼마의 시작점이었기에 개방감이 중요했다. 한때는 테라스에 리퍼브 도서(서점의 반품 도서)를 진열해 지나는 사람들이 책 구경을 할 수 있게도 했다. 내부 공간은 서가를 활용해 통로를 만들고 담소를 위한 공간과 독서를 위한 공간을 분리했다. 또한 스탠드식 계단을 두어 북토크나 강연회 등 각종 문화 행사를 위한 장소로 활용될 것을 고려했다. 실제로 한강, 김영하 같은 국내 작가부터 르 클레지오, 오에 겐자부로 등 해외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이곳에서 진행했다.

 

카페꼼마 2페이지에서 열린 오에 겐자부로 소설 출간 기자간담회

 

김: 북카페로 시작한 카페꼼마는 책과 커피, 빵이 있는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염: 1호점과 2호점이 위치한 홍대 일대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2017년 무렵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오랜 시간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으며 카페 이상의 장소로 자리매김한 두 지점의 영업을 종료한 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카페꼼마의 가능성 알아보고 입점 제안을 해온 곳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 송도IBS타워에 자리한 송도점이 바로 카페꼼마의 3호점이다. 기존 카페꼼마가 위치해온 입지 조건과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오피스 건물이 주를 이루는 상권이었다. 그 가운데 IBS타워의 로비 공간에 입점하는 조건이었다. 콘텍스트가 달라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카페꼼마 같은 문화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오피스 건물뿐 아니라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도 형성되어 있었다. 약 680평의 로비는 다양한 공간구성을 가능하게 했다. 천장까지 닿는 서가를 고수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구역마다 변주를 주어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초기 공실률이 높은 건물이었음에도 이용객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주중에는 직장인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방문한다. 송도점의 성공을 계기로 북카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확장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문학동네로부터 독립해 카페꼼마를 법인화했다.

 

 

카페꼼마 송도점

 

김: 2020년에는 연남점(「SPACE」 658호 참고)을, 2021년에는 합정점을 각각 건축가에게 의뢰해 단독 건물로 설계했다. 매장을 늘리는 가운데 카페꼼마의 시작점인 지역에서 두 건물은 어떤 역할과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나?

염: 입점 형태의 매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성장을 고려할 때 중심축이 되어주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건축 공간의 중요성은 문학동네를 비롯한 계열사 사옥을 경험하며 느낀 바 있기에 두 건물의 설계를 건축가에게 의뢰했다. 건축가 김승회가 설계한 연남점은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 공간이라는 점에 착안해, 건물 전체에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이 퍼지도록 1층과 2층은 탁 트인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3, 4층은 독립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지하는 책으로 둘러싸여 마치 아늑한 서재를 연상케 한다. 또한 상업지구가 아닌 주거밀집지역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개성이 드러나는 외관으로 구현됐다. 한편 건축가 유현준이 설계한 합정점은 R&D 본사로 만든 지점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서가가 있는 카페, 3층은 커피랩, 4층은 베이커리랩이 자리한다. 3, 4층에서는 커피와 음료 레시피를 개발하고 빵을 굽는다. 5층에는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6층은 외부와 연결된 테라스 공간이다. 총 6층 규모의 건물로, 기존 카페꼼마 매장들에 비해 크고 높은 편인데 망원동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 의도가 담겼다. 건물 자체가 한 권의 책을 형상화하고 있다.

 

 

 

카페꼼마 연남점

 

김: 도심 빌딩 내 자리한 입점 매장이 늘고 있다. 입점의 기준이 있나? 

염: 현재 로드숍 매장이 여섯 군데, 백화점 입점 매장이 다섯 군데다. 처음에는 높은 서가를 구현할 수 있는 층고와 공간감을 입지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해보니 입지를 무시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카페꼼마는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북카페라는 정체성이 있기에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맥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지점별로 공간이 조금씩 다르다. 입지에 따라 수요층과 타깃층의 변화도 예상된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염: 연남점과 합정점, 동교점이 자리한 일대는 젊은 층과 유동인구가 많다. 독서나 작업을 목적으로 긴 시간 머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만남을 위해 짧게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상반되는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공간구성을 고민했다. 층별로 자연스레 프로그램을 구분하기도 하고, 공간이 협소한 경우는 가구 배치를 활용했다. 예컨대 합정점 지하에는 1인용 소파와 개별 스탠드를 배치해 독서 분위기를 유도했다면, 2층에는 6인용 공유 책상을 두어 노트북을 두고 작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백화점 입점 매장의 경우, 주변 콘텍스트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어 아무래도 배치에 제약이 있다. 다만 시각적 자극과 소비가 주가 되는 공간에서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책과 접하는 시간을 선사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카페꼼마 합정점

 

김: 공간뿐 아니라 카페꼼마에서 경험하는 식음과 콘텐츠도 차별화 요소다.

염: 카페의 본질은 사람을 만나고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는 등 일련의 행위에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법인화 이후 커피와 빵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북카페라고 해서 책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도서관이나 서점이 아닌 카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카페꼼마의 중심에는 여전히 책이 있다. 서가에 책을 꽂아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이달의 신간’ 또는 ‘명사의 서재’ 등 북 큐레이션을 활용해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좋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연장선에서 독서 모임이나 문화 행사를 꾸리기도 한다.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카페꼼마의 슬로건을 활용해 보사노바를 주제로 한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남미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남미의 원두로 내린 브루잉 커피와 열대과일 디저트를 곁들이며 보사노바 음악을 듣는 행사를 진행했다.

 

카페꼼마 합정점에서 열린 남미로의 여행 이벤트 

 

김: 카페꼼마의 역할과 지향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염: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를 넘어, 작업 공간이 되기도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카페꼼마는 거기서 한발 나아가 문화를 향유하고 생산하는 장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무언가를 경험하는 문화적 행위가 단지 비일상의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 일상의 자리가 곧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고 여행 중 길 잃은 시간이 될 수 있으며, 여행지의 한 공간일 수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그것이 카페꼼마가 꿈꾸는 역할이다. 그윽한 커피향과 책으로 둘러싸인 숲, 쉼과 영감을 불어넣는 일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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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현숙
염현숙은 지난 30여 년간 책을 만들면서 좋은 작가들과 함께 해왔고, 지금은 커피와 빵에 진심인 사람들과 더불어 책이 있는 카페꼼마라는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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