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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자연경관의 곁을 디자인하다: 에스오에이피

권순엽, 장동선 × 김예람
사진
페이스(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에스오에이피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권순엽과 장동선이 설립한 에스오에이피(SOAP)는 건축사사무소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두 조직은 함께 공공이 발주한 예술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용자의 공간 경험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제시해오고 있다.

 

인터뷰 권순엽, 장동선 × 김예람 기자

 

김예람(김): 에스오에이피는 권순엽이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와 장동선이 경영하는 소다미술관으로 구성되어있다. 두 디자인 조직은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조합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권순엽(권):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건축사사무소의 구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당시 한국에는 한 명의 건축가가 사무소의 디자인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대표 건축가의 스타일을 강조하면 일관된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기는 쉽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소모되지 않나. 서로의 능력과 의견을 존중하는 관계가 더 좋은 결과물을 도출한다고 생각했기에 팀워크를 중시하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장동선(장): 소다미술관은 건설이 중단된 대형 찜질방 건물을 문화예술시설로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우리는 첫 프로젝트인 이 미술관을 계기로 다양한 장르의 디자인 전문가를 모았다. 다뤄야 하는 업무의 범위가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쓰임새가 정해진 다음에 디자인을 만드는 일반적인 건축 프로젝트와 달리, 건물의 용도 기획부터 미술관의 운영 방향 설정까지 모두 우리의 몫이었다. 건축,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 경영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건축과 예술에 관한 이해를 겸비한 이들로 스튜디오의 인적 구성이 이루어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의 업역을 어떻게 구분했나?

 

장: 여러 영역에 걸친 일을 하다 보니 구성원들이 하이브리더인 경우가 많다. 패션을 전공한 그래픽 디자이너, 경영학·예술사학을 공부하고 건축 파빌리온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그래픽 디자인을 익힌 건축가가 같은 조직에 있다. 건축 프로젝트에서 기획, 설계, 브랜딩, 운영 전략 등은 모두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각 분야의 인력은 서로의 언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문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과한 지적보다는 본인이 속한 분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우려되는 점을 짚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끼리의 대화는 스튜디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디자인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경영 및 기획 전문가는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에게 건축가의 견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설계자는 향후 공간의 사용 방향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물음 끝에 내린 결론은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둘러싼 아이디어를 하나의 언어로 묶되, 문제 해결 방법을 건축에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로고를 보고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건축가는 매스나 도면처럼 읽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굿즈에 적용할 패턴으로 해석한다. 다양한 관점은 자신의 견해를 편하게 말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그것들은 협업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영감과 자극을 준다. 만약 건축가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고 다른 요소를 그것에 끼워 맞춘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

 

 

소다미술관 (에스오에이피 제공)

화성 3.1운동 만세길 방문자 센터

제부도 워터워크


김: 소다미술관 완공 이후 여러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맡았다. 화성 3.1운동 만세길 방문자 센터(2019)에서는 독립운동 정신이 깃든 길의 흔적을 유휴 보건소 안으로 들였고, 제부도 워터워크(2018)에서는 섬의 둘레길을 바다로 연장했다. 두 프로젝트는 건축물로 자연경관에 개입하는 에스오에이피의 디자인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권: 건축물의 아름다움보다는 장소에서의 경험을, 스튜디오가 오랫동안 가져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에 비해 과한 디자인을 지양하면서도 건축이 지나치게 경관에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경관 안에서 건축이 두드러지는 정도를 잘 조율하려고 한다. 화성 3.1운동 만세길 방문자 센터는 총 31km의 만세길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풍경보다 건축물을 드러내어 사람들이 만세길을 걷고 싶도록 만들어야 했다. 사용이 중단된 옛 보건지소 건물의 구조만 남기고 그 안에 독립운동을 설명하는 전시 공간, 희생자를 위한 추모 공간,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소소하게 쉼터로만 계획됐던 프로젝트인데, 우리가 만세길을 걷기 이전에 인근의 풍경이 지닌 의미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건물에 전시 공간을 추가할 수 있었다. 제부도 워터워크도 원래 배 모양의 정자를 지어 달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뢰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클라이언트는 건축물의 용도보다 그것의 형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그런 디자인보다 해수면과 비슷한 레벨에서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에 초점을 두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의견이 받아들여져 수평적 형태의 전망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다.

김: 대부분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발주처의 요청대로 진행하지 않고, 새로운 대안을 역으로 제시한 점이 흥미롭다. 워터워크를 포함하는 제부도 문화예술섬 프로젝트(2015)의 마스터플랜도 제안했다고 들었다. 

장: 제부도는 서해안의 대표적 관광지다. 그런데 호객 목적의 상업 건축물이 난립하면서 섬의 환경이 망가졌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화성시는 사진 찍기 좋은 전망대와 안내판을 설치하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의뢰했다. 우리는 그것이 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좀 더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자연환경의 단계적 회복을 목표로 하는 문화예술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1단계로 섬을 안내하는 요소들의 시각적 정체성을 통일하고 컨테이너형 전시 공간인 아트파크를 구축하는 것을 계획했다. 그다음에 섬의 둘레를 따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를 여러 곳 만들자고 했다. 

김: 마스터플랜을 실행에 옮길 당시 전망시설들의 대상지가 정해져있지 않았다. 어떠한 기준으로 건축물이 놓일 지점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어떠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나?

권: 종종 대상지가 정해지지 않은 공공 프로젝트를 의뢰받는다. 건축가가 대상지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은 마치 맥을 짚는 행위와 같다. 섬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기능과 형태를 갖춘 건축물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먼저 우리는 예전과 가까운 섬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시설물을 철거했다. 섬을 비우는 작업을 한 다음에 830m 길이의 둘레길을 따라 여러 전망 포인트를 계획했는데, 예산이 많지 않아 일부에만 전망시설을 설치했다. (웃음) 전망시설은 제부도의 날씨 변화, 밀물과 썰물, 석양을 드라마틱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에 배치했다.

김: 섬의 환경을 정돈하는 디자인 원칙을 들으니 원오원아키텍츠가 설계한 가파도 프로젝트가 연상된다. 

장: 두 사례는 지나친 관광화로 쇠락한 섬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다. 섬은 경관과 자원에 의지하는 관광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일부를 개선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제부도와 가파도 모두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섬의 환경을 바꿔보고자 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면의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과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의 규모는 다르다. 우리는 문화예술섬 프로젝트를 이끄는 2년 반 동안 지역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우리가 사업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성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평가받아야만 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당장 다음 분기에 마스터플랜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예산에 맞춰 작은 규모의 작업을 단계적으로 수행하며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가파도처럼 마을강당, 어업센터, 레지던스 같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김: 궁평 아트파빌리온 오솔(2019)은 경기만과 100년 된 소나무 숲 사이에 위치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마디가 얇고 긴 해송의 형태와 햇빛을 반사하는 바다의 속성이 파빌리온 디자인에 반영된 듯하다.

장: 오솔이 설치된 곳은 시 소유의 토지로, 관광지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시 당국은 해안가 산책길을 관리하는 컨테이너 사무소를 철거하고 그곳에 전망형 휴게시설을 짓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전망대를 건설하면 뿌리가 약한 해송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했다. 우리는 구조물을 통한 전망을 제공하는 것보다 해안을 따라 길게 펼쳐진 소나무 숲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권: 해송과 바다가 만나는 것이 이 장소의 매력이다. 솔잎과 바다의 물결은 비슷한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파빌리온을 녹음과 푸르름 사이에 자연스럽게 얹기 위해, 두 요소의 중간 톤을 지닌 재료를 사용하여 경계가 모호한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 인위적으로 자연의 색을 모방하기보다는 반사 재질의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파빌리온의 색이 주변의 모습에 따라 바뀌도록 디자인했다. 

김: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은 피막이 있어 시공 현장에서의 가공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재료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 바닷가는 부식과 훼손 우려가 심한 곳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그리 많지 않다. 오솔에 사용된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은 부식에 강하지만 가공이 까다로운 재료다. 피막을 씌우기 전에는 구부릴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변형할 수가 없다. 부속 재료를 통한 용접도 어렵기 때문에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조립 방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조립을 위해 알루미늄으로 된 설치물을 가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분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재료의 조립을 치밀하게 계산하면 시공된 결과물이 일체형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 


궁평 아트파빌리온 오솔

궁평 아트파빌리온 오솔

한강 백년다리 (2022년 완공 예정 / 에스오에이피 제공)

한강 백년다리 (2022년 완공 예정 / 에스오에이피 제공​)


김: 지방의 자연경관을 다루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왔는데, 최근에는 도시경관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여럿 맡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강대교의 구조 위에 공중보행교를 디자인하는 백년다리(2022년 완공 예정)가 있다. 서울의 자연경관인 한강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인공경관인 한강대교 사이에서 어떠한 풍경을 만들고자 했나?

권: 백년다리 조성 설계공모전에서는 서울의 중요한 도시적 맥락인 한강과 그것을 토대로 지어진 한강대교를 고려해야 했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다리들이 많지만 그것들이 강을 횡단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선작 ‘투영된 풍경’은 조선시대에 정조가 배다리를 이용해 한강을 건넜던 역사적 사건을 경관 측면에서 해석한 설계안이다. 완만한 곡선을 가진 배를 백년다리의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으며 폭 10.5m, 길이 500m의 공중보행교에 벤치와 여러 시설물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주변을 조망하고 잠시 쉬어 가도록 설계했다.

장: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해온 결과물이 집약적 형태로 나타나는 상징과도 같다. 그동안 작은 스케일의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그러한 포트폴리오가 백년다리에서의 경험을 다채롭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김: 주변에 한강, 한강대교, 노들섬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백년다리에서 이용자들에게 어떠한 풍경을 보여주고, 가리고자 했는가?

권: 서울 시민들에게 익숙한 한강대교가 백년다리와 어우러지는 모습이 또 하나의 경관으로 읽혀질 수 있다. 풍경은 이러한 경험을 고려하여 디자인했다. 물결 형태의 보행교를 설계하여 멀리서 보았을 때 기존 교량과의 유기적 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했다. 아치로 된 한강대교는 일부 구간에서 보행자의 조망을 가리는데, 우리는 조경 식재로 구조물을 차단하여 휴게 환경을 만들었다. 보행교의 낮은 레벨에서는 탁 트인 시야로 한강을 감상하는 테라스를 조성했다.

김: 백년다리 이외에도 서울로7017의 2단계 보행 연결길 사업, 세종시립도서관의 청소년 특화 공간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경관 프로젝트의 증가가 앞으로 에스오에이피의 작업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권: 서울로7017은 그것과 연결된 일곱 개의 길을 활성화하여 주변 지역을 재생하는 작업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안내물에 관한 브랜딩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지만 머물 수 있는 도보 환경을 위해 몇 가지 시설물을 추가로 제안하려고 한다. 작은 점을 이어 공간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제부도 문화예술섬 프로젝트와 유사하나, 그것보다 시설물과 조경 요소를 더 많이 두어야 한다. 요즘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앞으로 조경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장: 도시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공동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직장과 주거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주거 유닛의 평면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고 있다. 공동주택 작업을 하면서 이러한 고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소다미술관이 있어 작은 규모로 이에 관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에스오에이피의 관심사를 전시, 파빌리온, 부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스튜디오의 외연을 확장하고 싶다.​

권순엽, 장동선
권순엽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SOM 뉴욕, 시카고 오피스에서 도시, 건축, 인테리어 설계 관련 실무를 익힌 후 에스오에이피를 설립했다. 현재 예술, 디자인, 건축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문화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 영역에서 재생과 관련된 다양한 도시,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소다미술관, 소촌 아트팩토리, 제부도 문화예술섬 프로젝트, 제주도 월령리 선인장 전시관 등이 있다.

장동선은 미국 보스턴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전략 및 벤처경영학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그는 디자인 전략가, 허슬러, 마케터, 창업가로서 미국에서 다양한 IT·디자인 관련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디자인·건축을 다루는 소다미술관을 설립한 후 관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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